지난해 서울 신생아 7천명 난임시술로 출생

2025-01-21 13:00:19 게재

난임시술 지원, 저출생 핵심정책 부상

횟수·분야 제한 … 기준 대폭 개선해야

지난해 서울에서 태어난 신생아 다섯명당 한명꼴로 난임시술을 통해 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혼인연령이 늦어져 고령 출산이 확대된 만큼 난임시술 지원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내일신문 취재 결과 지난해 서울에서 태어난 신생아는 모두 4만2588명이며 이 가운데 7005명이 서울시 난임시술 지원으로 태어났다.

신생아 수는 2023년 3만9456명 대비 3132명이 늘었고 난임시술 지원을 통해 태어난 아이도 전년 3770명에 비해 두배 가까이 늘어났다. 시 관계자는 “해당 숫자는 시의 지원을 받아 출생한 신생아 수만 집계한 것”이라며 “지원을 받지 않고 출산하는 난임부부들까지 합하면 전체 신생아 가운데 난임시술을 통해 출생하는 아이들이 약 17%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난임시술 지원 기준을 지속적으로 완화했다. 기존 10회 미만(신선배아 9회, 동결배아 7회, 인공수정 5회)에 그치던 시술지원 횟수를 25회까지 늘렸고 지원분야 사이 구분도 없앴다. 시의 지원에 힘입어 시술자는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시가 지원한 난임시술 건수는 총 5만3953건으로 2023년 3만6567건에 비해 67%가 증가했다.

서울시가 저출생대책 일환으로 난임시술 지원을 강화한 것은 이들이 아이를 낳을 의지가 높은 가정이기 때문이다. 높은 비용, 제한적인 기준 등 까다로운 지원요건을 완화해 출산 의향이 있는 가정을 집중적으로 돕는 것이 저출생 극복에 실질적인 보탬이 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난임지원에 집중해야 하는 또다른 이유로 고령 출산이 보편화된 점을 꼽고 있다. 대한민국 남녀의 평균 혼인 나이는 남여 각각 35세, 32세다. 통상 35세 이상을 난임시술 지원 자격 출발선으로 잡는데 이미 결혼 자체를 늦게 하기 때문에 대다수 혼인 부부가 대상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실효성 있는 정책에 집중해야 = 현실은 이렇지만 정부의 난임시술 정책은 여전히 현장과 동떨어져 있다. 시술 종류에 따른 지원횟수 구분을 없앤 서울시와 달리 국가 정책은 시험관 아기와 인공수정을 나눠서 지원한다. 난임 원인이 부부마다 다른데 이를 편의상 단순 구분해 지원 횟수를 제한하고 있다.

탁상공론식 지원 방식도 도마에 오른다. 건강한 임신을 돕는 사전임신건강지원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하면서 ‘가임력 검사’만 강화한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의료계 관계자는 “임신을 앞두고 건강한 임신을 위해 남녀가 모두 종합적인 검사를 받는 것이 필요한데 획일적인 전국화를 위해 특정 영역만 쏙 빼내 지원 대상으로 만들었다”며 “국비가 해당 분야에만 지원되니 지자체 예산과 사업도 그쪽에만 집중되는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서울의료원 가임센터에서 난임부부들이 난임시술 과정 현장 견학을 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제공

저출생 극복의 선택과 집중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결혼적령기가 늦춰지고 고령 출산이 보편화되면서 상당수 출산이 난임에 가까워졌다. 하지만 여전히 난임을 특수한 경우로 취급해 예산과 사업 비중이 낮게 책정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서울시의 난자동결 사업 예산은 한해 13억원이지만 이 가운데 10억원은 기부금에 의존한다. 시 자체 예산 3억원은 1인당 300만~500만원에 달하는 난자동결비용을 감안할 때 100명밖에 지원하지 못하는 규모다. 현재 시는 난자동결비용을 1인당 최대 200만원 지원한다. 예산에 맞추다보니 한해 지원 가능한 인원이 150명에 그친다.

의료계 관계자는 “난임 극복은 그 자체로 고통스런 과정이며 경제적 부담이 크기 때문에 꼭 필요한 지원이 제외되지 않도록 지원 방식을 세심하게 설계하고 지원 대상 확대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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