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윤 대통령 조사 ‘난항’

2025-01-21 13:00:10 게재

구속 후 강제구인에도 불응

사건 검찰 송부 시점 ‘이견’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변론에 출석하면서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조사에는 불응하고 있어 수사에 난항이 우려된다.

공수처 관계자는 21일 “윤 대통령이 조사를 거부하고 있다”며 “다시 강제구인하거나 출장조사하는 방안 등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전날 오후 공수처는 검사와 수사관 6명을 서울구치소로 보내 윤 대통령에 대한 강제구인을 시도했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의 거듭된 출석 요구에 일절 응하지 않자 강제 수단까지 동원하고 나선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체포된 당일 한 차례 조사를 받았으나 계엄 선포의 정당성과 내란죄가 성립하지 않는 이유 등을 일방적으로 발언한 후 10시간가량 진행된 조사 내내 묵비권으로 일관했다. 16일, 17일 조사에는 아예 출석하지 않았다. 19일 구속수감된 이후에도 윤 대통령은 공수처의 두 차례 출석 요구에 모두 불응했다.

대법원 판례에서는 법원이 발부한 구속영장에 대해 형사소송법에서 규정하는 피의자 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효력도 인정하고 있다.

공수처는 이 판례를 근거로 강제구인에 나섰지만 윤 대통령의 거부로 성사되지 못했다.

공수처는 “20일 오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을 구인해 조사하기 위해 검사 및 수사관이 서울구치소를 방문했으나 피의자의 지속적인 조사 거부로 구인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오후 9시쯤 인권보호규정에 따라 강제구인을 중지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측 석동현 변호사는 “변호인들이 대통령을 접견하고 있을 때 공수처 직원들이 불법으로 강제구인을 하기 위해 구치소에 들어왔다”며 “변호인들이 탄핵심판 변론준비 등을 위해 9시반경까지 대통령을 계속 접견했고 공수처 직원들은 그 시간 무렵까지 대기하다 철수했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는 미리 준비한 200쪽에 달하는 질문지 내용도 아직 다 소화하지 못한 만큼 윤 대통령에 대한 추가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공수처는 재강제구인 등을 포함한 형사절차를 계속 진행할 방침이다. 구치소에서 현장조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윤 대통령이 계속 조사를 거부하면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게 문제다. 과거 검찰도 2018년 3월 구속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옥중조사를 시도했지만 이 전 대통령이 거부하면서 결국 조사 없이 기소해야 했다.

공수처에 남은 시간이 넉넉한 것도 아니다. 윤 대통령의 1차 구속기한은 오는 28일까지로 10일을 더 연장하면 다음달 7일까지 기소가 마무리돼야 한다.

문제는 공수처에 대통령에 대한 기소권이 없어 추가 수사 후 검찰로 넘겨야 한다는 점이다. 공수처와 검찰은 구속기간을 절반씩 나눠 수사하기로 사전 협의한 상태다. 공수처는 구속기간을 10일 더 연장한다는 전제로 28일까지 수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검찰 내에선 구속기한 연장은 법원이 결정하는 것이어서 10일이 더 늘어난다는 보장이 없고, 기소 책임은 결국 검찰이 지게 된다는 점에서 좀 더 이른 시점에 사건을 넘겨받아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실제 대검은 최근 공수처에 윤 대통령 사건 송부 일정을 협의하자는 취지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관계자는 “윤 대통령을 기소하는 입장에서 검찰도 조사를 해야하지 않겠느냐”며 “현재까지의 수사상황 등을 고려해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 대해 변호인 외 접견금지 조치한 데 이어 서신 수발신 금지 결정을 내렸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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