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 찾은 여권 “이재명 나오면 해볼 만”
‘윤석열 심판’ 끝나고 ‘이재명 심판’ 이동 … 거야 ‘독주’ 두려움
이 대표 사법리스크 … “이 대표 확장성 약해 40% 넘기 힘들어”
일각 “중도층 침묵할 뿐, 대선판 벌어지면 정권심판론 재확산”
12.3 계엄 직후 공황 상태에 빠졌던 여권이 빠르게 자신감을 되찾는 모습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과 ‘정권 연장’ 응답이 우위를 보이는 결과가 나오자 “탄핵 뒤 조기 대선이라도 해볼 만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야당 후보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나오면 이길 가능성이 높다”는 자신감까지 내비친다.

22일 복수의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여권은 12.3 계엄 직후에는 절망적인 분위기였다. 2017년 박근혜 탄핵 직후 실시된 조기 대선에서 참패했던 악몽이 되풀이될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 여권 전반을 짓눌렀다.
하지만 여러 여론조사에서 야권의 추락과 여권의 반등이 공통적으로 확인되자, 분위기가 급반전되는 기류다. 만약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인용돼 조기 대선이 실시되더라도 “해볼 만하다”는 판단이 확산되고 있다. ‘탄핵 대통령’을 배출한 집권여당이지만 심판 대신 재신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인 것이다.
심지어 야당 후보로 이 대표가 나와 준다면 승리 가능성은 훨씬 높아진다는 판단이다.
여권에서 확산되는 조기 대선 낙관론의 근거는 대략 4가지로 나뉜다.
첫째 12.3 계엄 사태로 인해 고조됐던 ‘윤석열 심판론’이 윤 대통령 구속과 함께 한풀 꺾이면서 ‘이재명 심판론’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판단이다. 여권을 향했던 심판민심이 야권으로 표적을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우상호 전 민주당 의원은 21일 SBS 정치컨설팅 ‘스토브리그’에 나와 “윤석열의 시대가 가면 바로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 대한 현미경 검증이 시작된다”고 지적했다.
둘째 이 대표와 192석 거대야당의 독주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야당일 때도 192석을 앞세워 무소불위 의회권력을 휘둘렀는데 집권하면 사실상 독재하는 것 아니냐는 공포감이 보수층은 물론 중도층 사이에서도 퍼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와 민주당에 대한 공포감이 야권 견제론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셋째 이 대표 본인의 사법리스크도 여권 낙관론의 근거로 꼽힌다. 이 대표는 8개 사건,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다. 이중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은 1심에서 유죄가 나오고, 2심을 기다리는 중이다. 여당에서는 연일 사법부를 겨냥해 이 대표의 재판을 서둘러야 한다고 압박한다.
넷째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중도확장성이 약하다고 본다. 근거는 여론조사다. 12.3 계엄 직후 실시된 한국갤럽 조사(12월 17~19일, 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48%까지 치솟았다. 중도층에서도 46%가 민주당을 지지했다. 하지만 이 대표 차기주자 지지율은 같은 조사에서 37%에 그쳤다. 중도층 지지율은 39%였다. 민주당 지지율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강성 이미지의 이 대표는 중도확장성이 약하다. 이 때문에 40%를 넘기 힘들다. 대선에 출마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권에서는 이 같은 낙관론을 앞세워 이 대표가 야당후보가 된다면 재집권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하는 눈치다. 이 대표가 사법리스크 등으로 인해 중도하차하고 다른 주자가 출마하는 시나리오를 경계하는 모습까지 엿보인다. 다만 여권 일각에서도 “여당이 배출한 대통령의 잘못으로 실시되는 탄핵 대선을 여당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건 오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당 비주류 관계자는 21일 “최근 여론조사는 윤 대통령과 여당의 부추김에 영향 받은 보수층이 과표집되고, 진보층과 중도층은 사태 전개를 침묵하면서 지켜본 결과일 뿐”이라며 “대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결국 정권심판론이 재확산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여당이 서부지법 폭동 사태를 저지른 세력과 절연하지 않았기 때문에 중도층 지지를 얻기가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