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개헌, 국민이 주체로 서야 가능하다

2025-01-22 13:00:05 게재

지난해 12.3내란사태는 이른바 ‘1987년 헌법 체제’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특히 19일 새벽의 서부지법 난동은 법치주의와 삼권분립이라는 국가운영의 근간까지 흔들고 말았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같은 상황은 우리사회의 변화를 불러올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키웠다. 내란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가 ‘분권형 개헌’ 목소리라는 점이 이를 잘 말해준다. 무엇보다 개헌의 당위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어쩌면 오랜 숙원을 풀 절호의 기회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다만 개헌 논의가 추진동력을 얻고 실제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여야 합의다.

하지만 지금의 논의구조로는 어렵다. 우선 개헌 주장이 국민의힘의 국면전환용 의제로 비쳐질 수 있다. 12.3 비상계엄 이후 국민의힘 소속 광역단체장들을 중심으로 개헌 필요성이 제기됐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가 불을 지폈고, 시도지사협의회장인 유정복 인천시장은 2월 중 협의회발 개헌안을 마련해 국회와 정치권에 제안하기로 했다. 여당도 호응하고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 구속 직후 국민의힘은 당 차원의 개헌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추진동력을 얻을 수 없다. 과거 여러차례 진행됐던 개헌 논의가 무산된 것도 여야 합의가 아닌 일방의 주장이었기 때문이다.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가장 최근 논의는 문재인정부 2년차였던 지난 2018년이다. 당시 정부는 4년 중임제를 골자로 한 개헌안을 발의했지만 여야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결국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을 논의의 장으로 불러들여야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란사태에 대한 명확한 정리가 우선돼야 한다.

또 다른 과제는 국민들의 참여 보장이다. 개헌 논의가 추진동력을 얻으려면 정치권을 넘어 국민적 요구가 필수다. 과거 여러차례 개헌 논의가 무산된 것은 국민의 참여를 전제로 하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시민사회 일각에서 제안하는 ‘헌법개정 국민발안권’ 요구가 설득력 있게 들린다. 이들은 조기대선이 치러진다는 것을 전제로 대선과 함께 국민발안제만을 담은 원포인트 개헌을 주장한다. 국회의 개헌 요구가 진정성 있게 들리려면 이 같은 주장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여야의 당리당략이 아니라 국민이 스스로 주체가 될 때 비로소 개헌도 가능해진다. 또한 그 과정에서 시도지사협의회를 비롯한 지자체들이 적극적으로 제 목소리를 낼 때 분권형 개헌이 성사될 수 있다. 그렇게 제7공화국의 문이 열리길 간절히 바란다.

김신일 자치행정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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