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도 사법부 결정 존중해야”

2025-01-22 13:00:05 게재

오동운 공수처장, 윤 대통령 겨냥 작심 발언

탄핵심판만 출석, 혐의 부인하자 “엄정 수사”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해 “대통령도 사법부 결정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오 처장은 22일 출근길에 약식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같이 말하고 “공수처는 비상계엄 사건에 가담한 대상자에 대해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히 수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22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로 출근하다 취재진과 만나 윤석열 대통령 수사와 관련한 공수처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거듭된 출석요구와 체포영장 집행에 불응한 데 이어 구속 수감된 후에도 내란 우두머리 혐의 조사를 거부하고 있는 윤 대통령을 향해 수사에 응할 것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공수처는 이날 오전 서울구치소로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다시 강제구인 시도에 나섰다. 강제구인이 어렵다면 현장 방문조사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는 출석하면서도 공수처 조사는 철저히 거부해왔다. 자신의 내란죄 혐의에 대한 수사는 피하고 일반에게 공개되는 심판정에서 자신의 주장을 펼침으로써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전날 헌재에서 열린 3차 탄핵심판 변론기일에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 출석해 12.3 계엄선포의 정당성을 강변했다. 계엄 당시 군 병력과 경찰이 국회에 투입되는 장면이 전 국민에게 생중계됐는데도 이날 윤 대통령측 대리인은 계엄포고령을 집행할 의사나 실행할 계획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도 직접 나서 자신은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란 적도 없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쪽지를 건넨 적도 없다며 내란죄의 핵심 혐의들을 부인했다. 그는 “계엄 해제 결의를 위해 국회에 모인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이 있느나”는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 질의에 “없다”고 답했다.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과 곽종근 특수전사령관 등 내란 실행에 가담한 군 지휘관들이 검찰 조사에서 일관되게 윤 대통령으로부터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한 것과 크게 달랐다.

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에서 국가비상입법기구 예산 관련 쪽지를 받았다고 했지만 윤 대통령은 “저는 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국회 관련 운용 중인 자금을 차단하고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할 것’ 등을 지시하는 내용이 담긴 이 쪽지는 비상계엄이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로 꼽힌다.

이처럼 윤 대통령은 탄핵심판에 나와 비상계엄 정당성을 주장하고 자신의 혐의를 적극 부인하면서도 공수처 조사에는 비협조로 일관하고 있다. 공수처가 윤 대통령을 대면조사한 것은 딱 한 차례 뿐이다. 지난 15일 대통령 관저에서 체포돼 공수처로 이송된 윤 대통령은 계엄의 정당성 등 자신이 하고 싶은 발언만 하고 10시간가량 진행된 조사 내내 묵비권을 행사했다. 16, 17일 조사에는 아예 출석하지 않았고, 19일 구속 수감된 이후에도 공수처 조사를 모두 거부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들은 20일 강제구인을 위해 윤 대통령이 수용된 서울구치소를 찾았으나 윤 대통령의 거부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공수처는 21일 탄핵심판 변론이 끝난 이후에도 강제구인을 다시 시도했지만 윤 대통령이 국군서울지구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바람에 성사되지 못했다. 공수처는 200여쪽에 달하는 질문지조차 다 소화하지 못한 만큼 윤 대통령에 대한 추가 대면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오 처장은 “윤 대통령이 계속 소환에 불응하고 있어 불가피하게 강제구인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공수처는 법질서 테두리 안에서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홍·김선일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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