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의회폭동 사면, 한국 정치에 ‘나비효과’?
내란 옹호세력 ‘정권재창출 후 사면’ 기대
민주당 의원 신변 위험 경고에 방검복 착용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의회 폭동 참여자에 대해 전격적으로 사면하고 부정선거 의혹을 도마 위에 올려놓으면서 12.3 내란을 주도하고 지지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강성 지지층들의 행동이 더욱 과격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권 재창출 이후 사면조치가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 정도다.

탄핵정국에서도 정권 심판론과 정권 연장론이 팽팽한 데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을 뛰어넘는 여론조사까지 나오면서 힘을 받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이들과 직접적으로 맞닥뜨리며 ‘전선’을 형성할 것인지를 놓고 전략적 고민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미국 트럼프의 의회 폭동에 대한 사면은 서울 서부지원 난입 등 폭력사태를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며 “극우 유튜브 등 윤 대통령 핵심 지지층들은 정권 재창출 이후 대사면이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2021년 1월 6일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패배에 불복해 폭동을 일으킨 1500여명을 사면하고 14명을 감행했다.
같은 날 그는 의사당 내 노예해방홀 연설에서 2020년 대선에 대해 “완전히 조작됐다”며 “우리는 수 백 만 표를 더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사당 폭동 사태를 조사하는 특별위원회를 “정치 깡패들의 비선출 위원회”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대선 기간에도 민주당 강세 지역인 캘리포니아주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면서 “캘리포니아가 더 강력한 유권자 식별 방식을 도입했다면 우리가 승리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 대통령의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확신과 이를 지지하는 강력 지지층의 의회 난입을 사면해준 행위는 그대로 우리나라로 전염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미 민주당 내부에서는 윤 대통령과 지지층들이 ‘정권 재창출’ 이후 ‘사면’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 모 의원은 “윤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전략은 지지층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사실 여부를 따지려는 게 아니라 지지층 결집에 필요한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과 변호인들은 부정선거, 중공군 개입 등 각종 의혹과 음모론을 제기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에 출석해서도 “의원 끌어내라고 한 적도, 쪽지를 준 적도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는 국회 국조특위 청문회에서 하루 만에 반박됐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윤 대통령의 재판 출석이나 발언은 계엄 지지 세력이나 내란 옹호 세력의 결집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앞으로 윤 대통령과 지지층들의 행동과 발언은 더욱 강경해지고 강화될 수밖에 없다”면서 “민주당이 직접 이들을 상대로 대응을 할 것인지 등 전략적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신변 위험 신호도 나오고 있다. 전날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병주 최고위원이 “극단주의자들이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테러 위협도 서슴지 않고 있다. 앞으로 이재명 대표 등 많은 분이 방검복을 입고 다녀야 할지 모른다”며 방검복을 꺼내 들었다. 그는 “칼을 막기 위해 방검 토시는 항상 하고 있고, 방검복은 차에 놓고 다니다가 위험한 지역이나 야외에 나갈 때 입는다”며 “제보에 따르면 입에 담지 못할 정도의 잔인하고 흉악한 글들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민주당이 운영 중인 허위 정보 신고센터 ‘민주파출소’에 접수된 신고 사례를 보면, 일부 온라인 보수 커뮤니티에는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 김병주 의원, 박선원 의원을 거명하며 위해 의지를 보였다. 12.3 불법계엄 사태와 관련한 의혹 제기에 적극적으로 나선 박 의원도 평소 방검복을 착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