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뒤집힌 윤 대통령 변론…“극단적 자기방어 거짓말”
국회의원 체포지시 없었다? … 곽종근 “(대통령 지시) 분명한 사실”
비상입법기구 쪽지 언론 보고 알았다? … 며칠 전엔 “기억이 가물가물”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대에 서서 역설했던 변론의 핵심 내용이 하루 만에 모두 반박됐다. ‘비상입법기구 쪽지를 준 적 없다’ ‘국회의원 체포지시 한 적 없다’ 등의 윤 대통령 주장은 애초부터 수사결과는 물론 기존 핵심 관련자들의 다수 증언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었지만 다시 한번 재반박되면서 ‘거짓말’ 비판을 받게 됐다.

22일 국회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 1차 청문회에서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국회의원 체포지시는 없었다’는 윤 대통령의 변론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앞서 21일 윤 대통령은 헌재 3차 변론기일에서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에게 계엄 선포 후 계엄 해제 결의를 위해 국회에 모인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이 있느냐”는 문형배 헌재 소장 권한대행의 질의에 “없습니다”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곽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의 ‘끌어내라’ 지시가 있었음을 재확인했다. 청문회에서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윤 대통령이) 곽종근한테 체포·구금을 지시하지 않았다고 헌법재판소에서 이야기했다”고 묻자 곽 전 사령관은 “분명하게 사실이라고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조사 과정에서 그와 같은 내용을 검사한테 이야기하고 자술서를 작성했고,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도) 그 내용을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곽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10일 국방위에 출석해 “대통령께서 비화폰으로 제게 직접 전화했다. ‘의결정족수가 아직 다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하셨다”고 말한 바 있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제1차장도 이날 청문회에서 계엄 당일 저녁 10시 53분쯤 윤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을 밝히면서 “’다 잡아서 싹 다 정리하라‘는 전화를 받았다. 간첩단 사건을 적발한 줄 알았다”면서 곽 전 특수전사령관의 증언에 힘을 실었다.
‘비상입법기구 예산을 확보하라는 쪽지’에 대한 윤 대통령의 주장 역시 뒤집혔다. 윤 대통령은 헌재에서 “국가 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하라는 쪽지를 기획재정부 장관에 준 적이 있느냐”는 문 권한대행의 질문에 “저는 준 적도 없고, 나중에 계엄 해제 후 언론을 통해 이런 메모가 나왔다는 걸 봤다. 기사 내용은 부정확했고, 이걸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김용현 국방부장관밖에 없는데 김 장관이 구속돼 구체적으로 확인을 못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이 쪽지를 건넸으리라는 주장을 펴고 있는 셈인데, 정작 국회 국조특위 청문회에선 김 전 장관이 당시 해당 장소에 없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김 전 장관을 보좌한 김철진 국방부 군사보좌관은 김 전 장관이 밤 11시 10분까지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선원 민주당 의원은 “최 부총리는 윤 대통령에게 문건(쪽지)을 받은 게 확실하고 대통령 발언은 거짓”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윤 대통령 측에게 쪽지를 받은 사실을 명확하게 밝힌 적도 있다. 지난해 12월 13일 국회에서 최 권한대행은 “대통령이 저를 보시더니 이것 참고하라고 하니까 옆의 누군가가 저한테 자료를 하나 줬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본인도 헌재 변론 이전에는 이른바 ‘비상입법기구 쪽지’ 관련해 “기억이 가물가물하다”(17일 구속영장실질심사)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헌재 변론을 기점으로 쪽지의 존재 자체를 아예 몰랐던 것으로 말을 바꾼 셈이다. ‘비상입법기구 쪽지’를 자신 쪽에서 건넨 것으로 확인될 경우 국헌문란 내란 행위가 사실상 입증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수가 이미 증언한 내용과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윤 대통령에 대해 정치권에선 비판과 함께 당황스럽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2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비상입법기구 쪽지) 가물가물하다 했다가 이제 본 적이 없다 그러면 불과 며칠 전에 본인이 한 얘기를 부인한 거 아니냐”면서 “대통령이 이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그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같은 날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은 SBS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이 극단적인 자기방어를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 같다”면서 “공인이라면 말이 일관성이 있어야 하고,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