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로 마라톤 참가, 볼링장 친목…
지방의회 예산 집행 천태만상 드러나
권익위, 부당사용 예산 25억원 적발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유철환)는 지난해 5월부터 추진해 온 ‘지방의회 행동강령 이행점검’ 결과를 23일 발표했다.
권익위가 2023년 청렴도 하위 28개 지방의회를 대상으로 공무 활동 예산의 부당 사용 등을 중간 점검한 결과 객관적 증빙자료 없이 식비나 여비 등으로 총 25억원 가량의 예산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점검 대상 28개 지방의회가 2022년 7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18개월 동안 사용한 업무추진경비는 총 144억원으로 이 가운데 음식점등에서 사용한 식비 결제성 집행금액이 약 108억원, 소모성 물품 구입 등 일반수용비 성격의 경비는 약 36억원이 집행됐다.
27개 지방의회는 ‘현안 간담회, 유관기관 간담회’ 등 막연한 제목으로, 실제 회의 개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 증빙자료 없이 식사비로 약 18억2000만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식비로 쓴 108억원의 1/6이 부당하게 집행된 것이다.
행정안전부 훈령에 따르면 지방의회가 회의·간담회 등 행사를 개최해 내·외부 참석자에 대한 식사비를 집행하는 경우, 사전에 구체적인 회의 방법과 참석 범위를 정하는 등 공식 행사 개최에 대한 증빙자료가 필요하지만 이를 위반한 것.
또 지방의원들의 외부 단체가 주최하는 마라톤대회, 걷기대회 등에 참가하는 개인 참가비를 지급하거나, 의원들끼리 친목 도모로 볼링장 이용, 맥주 전문점 등 주류판매점 이용 비용을 예산으로 지급한 사례도 적발됐다.
국내 의정연수, 견학 등을 가며 국내 출장 여비를 부적절하게 사용한 사례도 있었다.
공무원 여비규정에 따라 국내출장여비 숙박비는 실비정산으로 여비가 지급되는데 숙박비 상한액이 없는 지방의원과 달리 공무원은 대부분 숙박비 상한액이 있어 이를 넘는 실비정산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의원들과 수행공무원들이 의정연수 등으로 함께 국내 출장을 가며 고가의 호텔 또는 리조트를 사용하는 경우 △결제 영수증 금액을 조정해 공무원 숙박비는 규정상 상한액에 맞추고 나머지는 상한액이 없는 의원 숙박비 몫으로 결제하거나 △공무원 숙박비 사용액을 알 수 있는 정당한 실비정산 증빙자료 없이 다수의 숙박비를 총액 영수증만으로 부당정산 △부득이한 사유가 없음에도 공무원 숙박비를 정해진 상한액 이상으로 사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규정을 위반해 여비를 부당하게 지급한 사실이 9개 지방의회에서 총 32건(약 4300만원)이 확인됐다.
권익위의 관계자는 “이번 점검결과 지방의회 공무활동 예산 집행 전반에 걸쳐 다수의 위반사항이 확인됨에 따라 추가 확인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감독 기관에 이첩·송부하고, 위반 건에 대해서는 기관통보를 통해 관련자 징계, 부당하게 집행된 예산의 환수 등 필요한 조치를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