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위원·경호처에 수사력 집중
종착지 향한 ‘12.3 비상계엄’ 경찰 수사
“국무위원 전원 반대” 이상민 진술 확보
서울서부지법 폭동 가담자·배후 추적 중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주요 피의자들이 재판에 넘겨지면서 경찰 수사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경찰 안팎에서는 앞으로 경찰 수사력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집행을 가로막았던 대통령경호처와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 등에 집중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와 별도로 경찰은 서울서부지방법원 폭동 사태 직접 가담자와 그 배후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31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 등에 따르면 비상계엄과 관련해 입건된 피의자는 52명이다.
특수단은 이 중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김용군 예비역 대령 등 5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또 군 관계자 8명과 김준영 경기남부경찰청장, 목현태 전 서울경찰청 국회경비대장 등 경찰 관계자 2명 등 10명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이첩했다. 군 관계자 1명도 군검찰로 넘겼다.
비상계엄 직후 경찰은 국회 통제 등 비상계엄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특수단 출범 당시에도 ‘경찰이 경찰을 제대로 수사를 할 수 있겠는가’라는 의심을 받았다.
그러나 경찰은 150여명 규모의 특수단 출범 3일 만인 지난해 12월 11일 지휘부인 조 청장과 김 전 서울청장을 긴급체포했다.
이어 경찰은 수사를 통해 노 전 사령관의 존재도 확인했다. 경찰은 김 전 장관의 통화 내역을 분석하던 중 연락이 잦았던 노 전 사령관을 특정해 입건했다.
◆경호처 강경파에 영장 재신청 = 지난 20일 특수단 규모를 150여명에서 약 120명으로 축소한 경찰은 나머지 수사 대상에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특수단은 영장집행을 가로막은 대통령경호처 관계자들에 대한 보강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은 경호처 내 강경파로 꼽히는 김성훈 차장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특수단은 2차 체포영장 집행 저지와 관련된 혐의 등을 입증할 경호처의 준비 정황과 관계자들의 진술을 추가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24일 김 차장에 대한 추가 소환 조사를 진행한 뒤 특수공무집행방해와 직권남용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서울서부지검에 신청했다.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앞두고 관저에 기관단총과 실탄을 옮기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이광우 경호본부장에 대해서도 함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특수단은 또 비상계엄 선포·해제 당시 국무회의에 참여한 국무위원 등 당정 관계자 가운데 내란에 적극 가담한 이들이 존재하는지 확인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은 지난 23일 헌법재판소에서 “(계엄 선포에 동의한 국무위원이) 있었다”면서 계엄 지시 사항이 담긴 쪽지 6~7건을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에게도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국무위원 중에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과 조태열 외교부 장관만 계엄 관련 문건을 받은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나머지 국무위원들은 문건을 수령한 적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특수단 조사에서 ‘국무위원 전원이 반대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말렸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국무회의에서 비상계엄에 동의한 국무위원이 있었다는 김 전 장관의 헌법재판소 증언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당시 회의가 국무회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국무회의라면 심각한 절차적 하자가 있는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국무회의 참석자들로부터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계획에 대해 “와이프도 모른다”, “22시에 KBS 생방송으로 발표한다”고 언급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광훈 목사에 내란 선동죄 적용 검토 = 한편 서울 마포경찰서를 비롯한 19개 경찰서에 꾸려진 서울서부지방법원 난입사태 전담팀을 구성한 경찰은 직접 가담자를 100여명으로 보고, 아직 체포하지 못한 이들을 추적하고 있다. 또 난입을 선동한 배후가 있었는지 여부도 수사 중이다.
특히 경찰은 난입을 선동했다는 고발장이 접수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에 대해 전담팀을 꾸려 수사에 착수했다. 앞서 전 목사가 집회 참석자들을 선동해 서부지법 폭력 난동을 유발했다는 내용의 고발 여러 건이 경찰에 접수됐다.
전담팀은 최근 고발인 조사를 진행했으며 전 목사의 전체 발언 등을 모아 분석한 후 당사자를 출석시켜 피고발인 조사를 할 예정이다. 특히 전담팀은 내란선동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판례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또 극우 유튜버들을 대상으로 한 내란 선동 혐의 고발장도 접수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최근 고발인 조사를 진행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서부지법 난입의 배후 의혹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