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산책

광합성과 히든피겨스, 그리고 기후예측

2025-02-04 13:00:02 게재

#1 떡국 만들려고 떡과 육수를 사러 마트에 왔다. 그런데 재료가 있는 냉장고 문이 열리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떡국을 만들 수가 없다.

#2 식물은 광합성 과정을 통해 공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 분자를 흡수해 ATP와 NADPH를 사용해 포도당을 만든다.

#3 잎에 기공을 둘러싼 공변세포는 삼투압 현상을 이용해 부피를 조절해 기공을 여닫는다.

#4 광합성에 영향을 주는 환경 요인은 빛의 세기, 이산화탄소 농도, 온도가 있다. 광합성량은 빛의 세기가 증가하면 많아지다가 어느 시점부터는 빛의 세기에 반응하지 않는다.

기공의 모습. 출처: https://ko.wikipedia.org/wiki/기공_(식물학)

광합성은 생명의 근원으로 공기가 빵으로 바뀌는 기적이라 불릴 만하며,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직접 제거하는 유일한 생물학적 과정이다. #2 #3 #4는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식물의 광합성 관련 내용이다. #2는 잎 속 엽록체에서 일어나는 광합성의 생화학 과정인 켈빈회로 설명이고, #3은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 위한 물리적 기작을 나타낸다. 복잡한 화학과정인 켈빈회로와 달리 공변세포 이야기는 단순한 물리과정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어린아이들을 위한 실험도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서 해볼 수 있다.

공변세포. 출처: http://scienceorc.net/science/study/sengmul/s19-7.html

하지만 어떤 조건에서 기공이 열리고 닫히는지, 그리고 이산화탄소가 잎으로 들어와 켈빈회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배우지 않는다. 학생 때 켈빈회로를 외우며 광합성을 꽤 안다고 믿던 필자였지만 기공의 열림과 광합성에 영향을 주는 환경 요인이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것은 깨닫지 못했었다. #1처럼 재료가 아무리 많아도 구할 수 없다면 허사다. 실제로 빛이 강해지면 광합성이 계속 많아져야 하는데 왜 어느 순간부터 증가하지 않는지 그것은 켈빈회로나 기공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이해하는 것은 기후예측에 있어서 꽤 중요한 문제다.

광합성 화학과정, 기공의 물리과정으로 예측

인류의 화석연료 사용으로 배출된 온실가스의 약 1/3 정도를 육지의 식물이 광합성으로 흡수했다. 따라서 공기 중 온실가스 농도에 따라 달라지는 기후를 예측하는 데 있어서 광합성량을 잘못 계산하면 공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달라져 기온예측이 무척 달라진다.

광합성에 영향을 주는 환경요인.

기공은 공기가 잎으로 들어가는 문이며 #3의 방식으로 여닫는다. 대학입시를 위한 공부에서 앞서 언급한 이야기들은 서로 상관없는 이야기이며, 식물은 단순히 수동적으로 기공을 여닫는 것처럼 인식되기 쉽다. 하지만 ‘기공의 열림’ ‘이산화탄소 농도’는 ‘광합성량’에 영향을 받고 ‘광합성량’은 다시 이 두가지 요인에 영향을 주는 복잡한 관계다. 수학적으로는 ‘광합성량’ ‘이산화탄소 농도’ ‘기공의 열림’의 3가지 미지수를 가졌지만 방정식이 2개뿐인 답을 구할 수 없는 연립 방정식이다.

엄밀한 수학적 증명이 없어도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첫번째 방법은 경험적 관계다. 초창기에는 기후조건에 따른 기공의 열림을 간단한 경험식을 만들었다. 1980년대 후반, 보다 이론 기반의 경험식이 만들어지면서 현재까지 대부분의 기후모델은 광합성의 화학과정과 기공의 물리과정이 결합한 모델을 사용하고 있다.

페르마의 원리.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Fermats_principle

이러한 경험식을 보완하면서 새로운 접근이 이루어졌다. 영화 ‘히든피겨스’에서 달 탐사에 참여하는 물리학자들이 뉴턴역학으로 궤도를 계산하지 못할 때 주인공은 새로운 방법으로 문제를 푸는 장면이 나온다. 이 방법은 헤밀턴 운동 방정식으로 불리며 어떤 물리량이 최소가 되는 방향으로 일어난다는 것에 기반한다. 예를 들어 빛은 공기에서 물속으로 매질이 바뀌면 경로가 꺾이는데 신기하게도 빛은 의식이 없지만 두 지점을 이동할 때 최단시간을 갖는 경로가 우리가 보는 경로다. 이를 우리는 페르마의 원리라고 부른다.

우리는 식물은 움직이지 못하기에 의식도 없고 외부 자극에 수동적으로 살아간다고 여긴다. 하지만 식물은 자신을 곤충으로부터 방어하며 변화하는 환경에서 효율적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빛이 부족한 나뭇잎을 위해 자신이 받는 빛의 양을 조절하기도 하고 자신이 가진 물을 아껴 쓰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페르마 원리 적용해 광합성 법칙 만들어

광합성도 마찬가지다. 기공을 열면 식물은 이산화탄소를 얻지만 어렵게 구한 물을 잃는다. 따라서 식물은 물을 최대한 아끼면서 이산화탄소를 최대한 흡수해 광합성을 최대로 하기 위해 기공을 조절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페르마의 원리와 연결되어 새로운 수식 하나를 만들어냈고 미지수와 방정식의 개수를 맞추게 되었다. 우리는 그래서 앞서 언급한 이야기들을 함께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기후모델은 기후예측 뿐만 아니라 미래 기후에 식물은 잘 자랄 것인지, 식량생산은 어느 정도 가능한지에 관한 정보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러한 식물의 최적화 방식이 기후가열 시대에도 최적일지는 알 수 없다. 진화는 항상 최선의 방향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기후위기에 식물이 견딜 수 없다면 식량과 물이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하는 이유이며 후대를 위해 생각해 봐야 할 위기다.

홍진규 연세대 교수 대기과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