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김성훈 대통령 경호처 차장 비화폰 압수…서버 확보는 불발
경호처 압수수색, 8시간 대치 끝 불발
이상민 단전·단수 의혹, 직접 수사키로
경찰이 대통령경호처 김성훈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서 비화폰 등 휴대폰을 압수했다. 하지만 검찰의 잇단 구속영장 반려와 대통령실 압수수색 거부 등으로 경호처에 대한 수사는 전반적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이관했던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관련 사건을 다시 넘겨받아 직접 수사하기로 했다.
3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특수단) 관계자는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정례 브리핑을 갖고 “김 차장과 이 본부장 등 2명의 업무용 및 개인 휴대폰을 주거지에서 압수했다”며 “업무용 휴대폰에는 비화폰(보안폰)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비화폰 서버 등도 확보하기 위해 용산 대통령실 경내에 있는 경호처 사무실도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8시간 넘는 대치 끝에 불발됐다.
경호처는 군사상 기밀, 공무상 등 이유로 서버 압수수색에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과 같은 불허 사유다.
경호처는 “요청 자료 중 제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임의제출 형식으로 최대한 협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특수단 관계자는 “이미 확보한 자료를 제출했을 뿐 비화폰 서버 등은 확보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비화폰은 도감청·통화녹음 방지 프로그램이 깔린 보안 휴대전화로, 서버에 담긴 자료가 수사 핵심 단서로 여겨진다.
경호처 내 ‘강경파’로 꼽히는 김 차장과 이 본부장은 경찰의 윤 대통령 1·2차 체포시도를 주도적으로 저지하고, 지시를 따르지 않은 직원을 직무배제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 및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상 직권남용) 등을 받는다.

◆구속영장 반려, 압수수색 거부에 수사 난항 = 경찰의 경호처 수사는 전반적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특수단은 김 차장과 이 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지난 1일 보완 수사를 요구하며 반려했다.
앞서 특수단은 지난달 3일 윤 대통령의 1차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김 차장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한 뒤 지난달 18일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반려돼 석방했다.
특수단 관계자는 “범죄 혐의가 소명됐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검찰이 보완 수사를 요구한 데 대해 유감”이라며 “향후 적극적으로 구속영장을 재신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 안팎에서는 특수단이 지난달 임의제출 받은 박종준 전 경호처장 휴대전화를 포렌식해 김 차장 등의 혐의를 입증할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경찰 조사에서 이 본부장은 2차 체포시도 저지도 박 전 차장이 지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 전 처장측은 “어떤 지시도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구속영장 반려와 함께 경찰의 경호처 압수수색도 번번이 가로막혔다.
그동안 경호처는 경찰의 압수수색에 총 네 차례 불응했다. 또 지난달 20일 공수처의 대통령 안전가옥(안가)과 경호처 내부 압수수색도 거부했다.
특수단은 지난달 24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고 영장 집행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 단계에서 반려당했다. 이에 경찰은 우선 압수수색을 먼저 진행하고 보완 수사 여부를 판단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사 단전·단수 의혹, 경찰서 수사 = 또한 특수단은 비상계엄 선포 당시 특정 언론사의 단전·단수를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상민 전 장관을 직접 수사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특수단은 공수처로 이관했던 이 전 장관 관련 사건을 다시 넘겨받는다.
내란죄 혐의로 입건된 이 전 장관은 계엄 당시 한겨레, 경향신문, MBC 등 언론사 단전·단수를 지시한 의혹을 받는다.
특수단은 허석곤 소방청장의 해당 의혹 관련 증언 자료를 공수처로부터 넘겨받아 살펴본 뒤 이 전 장관 소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특수단은 현재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53명을 입건했다. 원천희 국방정보본부장이 계엄 전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만난 사실이 드러나며 내란 혐의로 추가 입건됐으며, 지난달 23일 소환 조사를 받았다.
◆노상원 수첩, 필적 감정 불능 = 한편 특수단이 ‘북 공격 유도’ ‘사살’ 등이 적힌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의 수첩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필적 감정을 의뢰했지만 ‘감정 불능’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60~70쪽 분량으로 알려진 이 수첩은 특수단이 노 전 사령관의 거처에서 확보했다.
수첩에는 ‘북방한계선(NLL)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라는 문구나 정치인, 언론인, 종교인, 노조, 판사, 공무원 등을 ‘수거 대상’으로 표현한 내용이 있다고 앞서 경찰은 밝힌 바 있다.
노 전 사령관은 12.3 비상계엄을 사전 모의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장악과 직원 체포 등을 지시한 혐의(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로 구속기소된 상태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