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세부터 70대까지…조기 대선, 세대교체냐 경륜이냐
김종인 “70년생 이후가 돼야” … 일각 “위기 상황엔 경륜 필요”
이준석 40세, 한동훈 52세 … 60대가 대세, 김문수·홍준표 70대
세계는 ‘세대교체’, 프랑스 30대 총리도 … 미국은 ‘70대 대통령’
조기 대선이 가시권에 들어온 가운데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유력 차기주자로 꼽히면서 ‘대통령의 나이’가 대선 변수로 급부상하는 모습이다. 이 의원은 올해 대통령 출마 가능 연령인 40세를 겨우 넘게 된다. ‘73년생 한동훈’은 50대다. 이들은 역대 대통령은 물론 현재 경쟁자들보다 훨씬 젊다는 점 때문에 정치권은 조기 대선에서 세대교체 바람이 불 가능성을 주목한다. 반면 계엄·탄핵과 같은 위기 정국에서 치러지는 대선인 만큼 안정감 있는 ‘경륜의 리더십’이 더 부각될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최근 한 전 대표를 독대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5일 동아일보 통화에서 “차기 지도자는 70년생 이후에 출생한 사람이 돼야 한다. 최소한 디지털 시대와 인공지능(AI) 시대를 이해하고 (관련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그런 지도자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급변하는 시대 추세를 따라잡기 위해선 ‘젊은 대통령’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보수 논객인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나와 “50대 한동훈, 40대 이준석. 그 두 사람이 세대교체로 나오면 뭔가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두 원로는 조기 대선의 화두를 세대교체로 본 셈이다.

이 같은 분석은 최근 세계 정치권 추세와도 맞물린다. 유럽과 남미 등에서는 40·50대 지도자가 급증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지난해 30대 총리가 발탁되기도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너무 빠른 세대교체나 ‘노령 대통령’ 양쪽 모두에 대한 걱정도 내놓는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4일 “한국에서 젊은 지도자는 아직까지 ‘싸가지 없다’는 일방적인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나이 많은 대통령으로는 챗GPT 시대를 따라가기 어렵다는 걱정도 공존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노령 차기주자의 행보를 보니 과거에 그의 주특기로 꼽히던 순발력이 사라졌더라”고 덧붙였다. 급속한 세대교체와 ‘노령 대통령’이란 양극단에 대한 우려는 절충점인 ‘60대 지도자론’으로 귀결된다. 적당한 경륜과 아직 남은 순발력을 주목하는 것이다. 조기 대선을 향해 뛰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 유승민 전 의원, 안철수 의원 등 여야 주자 상당수가 60대다.

김문수·홍준표 등 70대 차기 주자가 포진한 여권에서는 “지금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노마지지(老馬之智), 즉 나이 든 말의 지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70대 주자들은 오랜 기간 공직과 정치권 경험을 거쳤기 때문에 누구보다 안정감 있는 국정운영을 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70대에 대통령이 된 김대중 전 대통령이 IMF 외환위기를 조기 극복하는 리더십을 보여준 전례를 꼽았다. 미국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잇따라 78세에 대통령이 된 것도 ‘70대 대통령론’에 힘을 싣는 사례로 꼽힌다.
한편 역대 대한민국 대통령은 대부분 60대에 당선증을 받았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당선된 김영삼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 대통령은 전부 60대였다. 김대중 대통령만 70대에 당선됐고, 노무현 대통령은 50대였다.
올해 40세가 된 이준석 의원과 50대인 한동훈 전 대표는 역대 대통령에 비해선 많이 젊은 편인 셈이다. 이재명 대표와 오세훈 시장 등 60대는 역대 대통령과 비슷한 연배다. 70대인 김문수 노동부 장관과 홍준표 대구시장은 역대 대통령에 비해 노령에 속한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