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 경호차장 내란 공모? 또 흔들리는 경호처

2025-02-05 13:00:09 게재

윤건영 의원 “계엄 전날 노상원에게 비화폰 지급”

박종준 전 처장 이어 차장까지 내란 혐의 적용되나

경호처, 언급 자제 … “새로운 모습 보여야” 자성도

윤석열 대통령 체포 과정에서 ‘호위무사’ 논란에 휩싸였던 대통령경호처가 이번엔 내란개입 의혹에 휘말리게 됐다. 김성훈 경호처 차장의 지시로 경호처가 12.3내란사태 전날 내란 사태의 비선으로 활동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게 비화폰을 지급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런 정황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김 차장에게 내란 혐의가 추가로 적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통령경호처 입장에선 박종준 전 경호처장에 이어 조직 1, 2인자가 내란 혐의를 받게 된다.

4일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국회 내란국조특위 2차 청문회에서 “경호처에서 노상원에게 비화폰(보안 휴대전화)을 지급했다”고 폭로했다. 윤 의원은 대통령실 비화폰을 관리하는 김대경 경호처 지원본부장에게 “계엄 하루 전인 지난해 12월 2일 민간인 노상원에게 비화폰을 주라고 한 사람이 있다. 누구냐”고 질의했다. 이에 김 본부장이 머뭇거리자 윤 의원은 “(김성훈 차장의) 김 모 비서관이 비화폰을 챙겨갔고 김 차장이 그걸 노상원에게 줬다. 김 차장이 내란의 비선 설계자인 노상원에게 비화폰을 준 것은 김 차장이 사전에 비상계엄을 알고 공모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윤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에게 지급된 비화폰 뒷번호는 ‘9481’이고, 비화폰 불출대장에는 ‘테스트(예)’라고 명시됐다. 비화폰 불출대장에는 그 외에도 ‘테스트(특)’ ‘테스트(수)’ ‘테스트(방)’ 등의 내역도 적시됐는데 이는 육군특수전사령관, 수도방위사령과, 방첩사령관의 앞 글자를 딴 것으로 추정됐다. 실제로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특전사령관 보직 이후 경호처에서 (비화폰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민주당에선 김 경호차장의 내란 공모 정황이 드러났다고 보고 공세를 강화하고 나섰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4일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노상원에게 비화폰을 전달했다는 것은 경호처가 사전에 계엄 계획을 알고 있었다는 의미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면서 “(윤 의원이) 노상원 비화폰 뒷자리까지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계엄 내란에 연루돼 있다”고 비판했다.

김 경호차장이 비화폰 관련 증거를 인멸하려고 했던 의혹도 제기됐다. 윤 의원은 “김 차장이 지난해 12월13일 김대경 본부장에게 비화폰 불출 대장 삭제를 지시했으나, 김 본부장 등 실무자들이 이를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본부장은 삭제 지시 불응 여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은 채 “관련 내용은 수사가 진행중이다. 언급 드리기 제한된다”고 답했다.

경호처에선 내란국조특위에서 제기된 의혹에 대해 공식적 언급을 자제했다. 다만 경호처 사정을 잘 아는 한 여권 관계자는 “최근 사태를 계기로 경호처 조직이 많이 흔들린 상황이니 다들 조심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경호처의 부정적 측면이 부각된 데 대해 어떻게 새로운 모습을 보일지 내부적으로 고민을 하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국회 내란국조특위는 5일 현장조사 형태의 구치소 청문회를 연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있는 서울동부구치소, 윤석열 대통령이 수감된 서울구치소,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있는 수도방위사령부 미결수용소를 차례대로 방문해 면담 등을 시도한다. 여당 의원들은 불참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내란국조특위는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 등에 대해 동행명령장을 발부했지만 이들은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았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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