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미중 관세전쟁, 한국경제에 직격탄
트럼프 미 대통령은 충격과 공포의 거래법을 선호한다. 이른바 판을 흔들어 충격을 준 뒤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전략이다. 25% 관세 카드로 멕시코와 캐나다를 굴복시킨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10% 관세로 ‘개시 사격’을 한 중국의 대응은 달랐다. 기다렸다는 듯 미국서 수입하는 액화천연가스(LNG)에 15%의 관세와 희귀광물 수출 금지 등으로 강수를 두는 모양새다. 앞으로 중국에 가해질 압박을 예상하고 미리 준비한 협상카드인 셈이다.
미국측 통계를 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대중국 수입액은 4014억800만달러다. 2022년 5362억달러, 2023년 4268억8500만달러에 비하면 줄어드는 추세다. 트럼프 1기 이후 대중 압박의 결과다. 이번에 10% 추가 관세로 미국은 연간 400억달러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중국으로서는 당장 2800억위안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수출단가를 내리기 위해서는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리거나 수출 보조금을 늘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렇지 않아도 부동산 침체로 내수가 바닥인 상황에서 수출 동력마저 잃을 수 있는 위기다.
트럼프 관세전쟁의 최종 타깃은 중국
더 큰 걸림돌은 트럼프의 게임이 이제 시작이란 점이다. 지난달 23일 미 의회에 상정된 영구적 정상 무역관계 법안(PNTR)은 말 그대로 중국을 겨냥한 법이다. 중국을 무역대국으로 만들어준 최혜국 대우를 없애겠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관세율만 40%에 이른다. 여기에 무역법 301조에 따른 20% 관세까지 더하면 60%로 올라갈 수 있는 구조다.
특히 전략물자에 대해서는 100% 관세부과도 가능하다. 첫해 10%에서 이듬해 25%, 4년째 50%를 거쳐 100%까지 단계적으로 올릴 수 있게 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대중국 관세율은 모두 여기에 근거한다.
중국은 미국의 PNTR 법 통과에 대비해 다각적인 대응카드를 준비 중이다.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게 환율인상이다.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리면 관세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환율은 미국산 제품 구매 약속에 못지 않게 유용한 협상카드다. 미국의 물가나 미국 채권거래 등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카드는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줄이는 것이다. 미국에서 밀과 옥수수 콩 등을 대량 수입하는 중국으로서는 브릭스 국가로 수입선을 다변화하면 그만이다. 이미 발표한 텅스텐 몰리브덴 등 다양한 희귀광물에 대한 대미 수출규제도 같은 차원이다. 광물 수출규제를 통해 국제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입지를 공고히 한다는 취지다. 미 지질조사국(USGS) 기준 전세계 희토류의 90% 이상을 중국이 공급 중이다.
우회 수출카드도 있다. 미국과 정상 무역관계인 국가를 매개로 중국상품을 간접 수출하는 방식이다. 과거에는 주로 제3국 경유지로 멕시코나 베트남 등을 활용했으나 최근에는 브릭스 국가와 캄보디아 등 동남아의 일대일로 국가로 확장 중이다. 물론 미국도 관세전쟁으로 인한 손실이 많다. 물가와 금리를 올리면 미국의 적자 재정운영에도 큰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양국 정상 간 회동을 통한 협상의 여지가 충분한 상태다. 1차 무역전쟁 당시에도 미국 소비자 부담을 이유로 주요 품목에 대한 관세를 없앤 경험도 있다.
미국 관세카드는 이제 시작, 범국가적 협력 절실
아무튼 미중 관세전쟁은 한국경제에도 치명적이다. 반도체 IT 가전 등 한국의 주력 수출품에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 중국 수출액 1330억 달러 중 85%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중간재다. 한국 수출이 최대 448억달러 감소할 수 있다는 국책 연구기관 보고서도 있다. 미국의 관세카드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4월 1일 이후 한국에 대한 무역 불균형 해소압박이 거세질 게 분명하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에 대비한 범국가 차원의 협력이 절실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