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바다에서 나침반 잃은 대한민국
세계 최대 해양강국 미국이 펼치는 새로운 해양전략에 세계가 요동치고 있다. 4년 만에 돌아온 트럼프 미 대통령은 파나마운하를 돌려받겠다며 연일 으름장을 놓고 있다. 대서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파나마운하는 미국의 해상운송망과 군사 부문에서 ‘초크 포인트(주요 길목)’ 중 하나다.
트럼프는 그린란드(덴마크)와 캐나다를 흔들며 북극해에 대한 전략적 가치도 키웠다. 민주당과 공화당으로 갈라진 미 의회도 북극해의 중요성에 대해선 이견이 없다. 지난해 4월 양당 상하원 의원들이 초당적으로 채택한 ‘국가 해양전략을 위한 의회지침’은 해운·조선 경쟁력 강화와 함께 북극지역에서 헤게모니 강화 노력을 명시했다.
북극해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지구 평균 온도상승 속도보다 4배 빠른 속도로 상승하는 북극온난화(네이처, 2022) 현상에 더해 미국 러시아 등이 펼치는 지정학적 전략경쟁도 북극해를 가열시킨다.
지구촌 패권국가들의 관심이 인도양에서 대서양 태평양을 지나오며 권력과 부의 향배도 변했다. 북극바다와 접하지 않은 대륙국가 중국은 ‘해양굴기’를 내세우고 ‘북극인접국가(near Arctic state)’라는 개념을 만들어 연관성을 주장한다. 중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원유 등을 북극항로를 통해 수입하며 북극과 밀착하고 있다.
세계의 흐름은 ‘해양전략 = 국가생존전략’이라는 것을 웅변한다. 분단으로 대륙과 끊어진 한국도 태평양을 통해 해외로 나아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1996년 해양수산부를 신설하며 “바다로 세계로 미래로”를 외치고 세계화 흐름 속에서 해양전략을 국가전략에 담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해수부 30년 역사가 축소지향의 궤적(해수부 예산은 정부 전체 예산의 1%로 축소)을 그리며 한국의 국가전략에서 해양은 점점 자리를 잃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약속했던 신해양강국 비전을 실천하지 않았고 해양비서관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뭉갰다.
미국조차 파나마운하가 막히고 북극에서 밀려나는 것을 우려해 노골적으로 힘을 과시하고 판을 흔들며 해양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더 키우려 하는데 우리 정치 지도자들은 어떤가. 한국이 북극해를 이용할 수 없게 되는 상황, 말라카해협과 남중국해 등을 에너지 곡물 전략물자를 실은 우리 선박이 통과할 수 없는 상황, 연안국 바다가 아닌 공해에서도 원양어업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을까.
미국은 ‘국가 해양전략을 위한 의회지침’에서 여러 부처에 흩어진 해양관련 업무와 정책을 조율하고 추진할 수 있게 대통령 산하 국가해양위원회 신설을 첫번째 과제로 제기했다. 탈세계화시대 대한민국의 해양책략과 해양지도자가 절실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