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후 첫 경찰 고위직 인사 ‘의혹’

2025-02-06 13:00:03 게재

서울청장에 국정상황실·경찰국장 이력 박현수 승진·내정

야권 계엄 연관 의혹 제기 … ‘윤석열 코드인사’ 비판도

정부가 5일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첫 경찰 고위직 인사로 박현수 행정안전부 경찰국장(치안감)을 치안정감으로 승진 내정했다. 소식이 알려지자 야권에서는 비상계엄 연관 의혹을 제기하며 ‘윤석열 코드인사’를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경찰에 따르면 박 국장은 6일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에 서울경찰청장 후보로 추천될 예정이다.

자치경찰위원회에서 별다른 이의가 없을 경우 10일쯤 취임할 전망이다.

다만 아직 김봉식 전 서울청장이 치안정감 자리를 유지하고 있어 승진 전까지 직무대행을 맡다가 취임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서울청장은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직무해제된 상태다.

치안정감은 경찰 총수인 경찰청장(치안총감) 바로 아래 계급이다. 국가수사본부장과 경찰청 차장, 서울·부산·경기남부·인천경찰청장, 경찰대학장 등에 치안정감이 임명된다.

경찰대 10기인 박 국장은 대전 출신으로 서울 광진경찰서장, 경찰청 치안정보국장 등을 역임했다. 윤석열정부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사검증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 파견 근무를 거쳐 행정안전부 경찰국장에 임명됐다.

◆계엄 선포 후 의심스런 전화 통화 논란 = 박 국장 승진을 둘러싼 논란이 만만찮다.

우선 박 국장이 계엄 당일 조지호 경찰청장,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통화한 것에 대한 논란이 소명되지 않은 상태다. 야권에서 계엄 연관 의혹을 제기하는 이유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박 국장은 12월 3일 오후 10시 23분 계엄 선포 8분 뒤 조 청장에게 전화해 약 37초간 통화했다. 이후 임정주 경찰청 경비국장에게도 오후 11시 10분과 35분 전화했다. 조 청장이 임 국장을 통해 서울청에 국회 전면통제를 지시한 시점이다.

이에 대해 지난달 15일 국회 내란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 출석한 임 국장은 당시 통화내용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증언했다. 박 국장은 국회 봉쇄가 계속되던 4일 0시 41분 국회 관할 강상문 영등포서장에게도 전화를 걸어 49초간 통화했다.

박 국장은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요구안이 의결된 직후인 4일 오전 1시 12분에도 조 청장에게 전화해 2분 50초간 통화했다. 직후 이 전 장관에게 또 전화를 걸어 2분 12초간 통화했다.

조 청장이 윤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후에도 통화는 이어졌다. 계엄 당시 국회 전면통제 직전 조 청장과 이 전 장관이 통화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인 12월 6일 오후 6시 33분 박 국장은 조 청장과 2분 4초간 통화했다. 통화가 끝나자 박 국장은 즉시 이 전 장관에게 전화했다.

경찰국장은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감독에 관한 사항을 수행하는 자리다. 이들과 통화는 업무의 일환이라고 주장할 수 있지만 경비국장, 영등포경찰서장 등과의 통화는 계엄 시국에 정확히 어떤 내용으로 통화한 건지 규명이 필요하다.

특히 한 의원은 “계엄 선포 후 지휘 계통에 없는 경찰국장이 경비 책임자인 경비국장, 국회 관할 책임자인 영등포서장과 직접 연락을 취한 건 내용을 불문하고 그 자체로도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야권 “코드인사 철회” 요구 = 또한 야권에선 박 국장이 현 정부에서 경무관에 이어 치안감으로 두 계급 초고속 승진한 ‘친윤석열 인사’라고 지적한다.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치안정감으로 승진한 박 국장은 인수위, 국정상황실을 거친 윤석열 ‘픽’ 경찰 인사다. 박 국장과 같이 승진한 3명의 치안감도 용산이나 총리실 인연”이라며 “승진한 경찰 인사 4명 중 3명이 용산과 인연이 있을 뿐만 아니라 3년 정도가 보통이라는 치안감 승진을 1년 만에 고속으로 꿰찼다”고 했다.

그러면서 “임명장에 찍힌 인사권자 이름이야 최 대행이지만 실질적 인사는 내란수괴 용산 솜씨 아니냐”며 “최 대행은 경찰 장악을 위한 코드인사는 즉각 철회하고 내란 대행이 의심되는 행위를 멈춰라”고 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야3당 의원들도 입장문을 내고 “승진 대상자 면면을 살펴보면 인사 의도가 명확하다. 한마디로 노골적인 윤석열 코드인사”라며 “이번 경찰 인사는 원점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인사로 조정래 경찰청 치안정보국 치안정보심의관과 국정상황실에 파견된 남제현 경무관, 국무조정실에 파견된 박종섭 경무관 등 3명도 치안감으로 승진 내정됐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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