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진단
트럼프 2기 미국 경제는 순항할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기가 시작되었다. 미국 경제가 직면한 문제는 무엇이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가?
미국 경제는 지난 3년(2022~2024년) 동안 연평균 2.7% 성장했다. 잠재성장률로 추정되는 2.2%보다 높은 성장을 한 것이다. 그러나 고성장 과정에서 몇가지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높은 부채, 자산가격 거품, 소득 차별화
첫째, 미국 경제는 부채에 의해 성장했다. 미국 경제는 2008년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를 과감한 재정·통화정책으로 극복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각 경제주체 특히 정부부채가 급증했다. 2007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61.8%였던 연방정부 부채가 2021년에는 125.1%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4년 3분기에는 120.7%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한편 미국 내 생산과 소비의 격차로 대외 부문의 불균형도 확대되고 있다. 2024년 가계의 실질소비가 2019년에 비해 15.4% 증가했으나 산업생산은 1.2% 증가에 그쳤다. 소비와 생산의 차이만큼 수입이 늘고 미국의 대외 부채는 늘었다. 2007년 GDP 대비 8.8%였던 대외순부채가 2024년 3분기에는 80.3%로 역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둘째, 미국 자산가격의 거품 문제다. 연방준비제도(연준)는 경제위기 때마다 통화공급을 크게 늘렸다. 2007년 0.51이었던 마샬케이(광의통화 M2/GDP)가 2021년에는 0.87로 급증했다. 통화공급 확대로 물가상승률이 높아지자 연준이 긴축정책으로 돌아서면서 2024년에는 마샬케이가 0.73으로 낮아졌지만 실물경제에 비교하면 통화량이 많은 편이다. 통화공급 확대로 자산가격에 거품이 발생했다.
채권시장의 거품은 꺼지는 과정에 있다. 2020년 6월 0.62%(월평균)였던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이 올해 1월에는 4.63%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주식시장에는 여전히 거품이 존재한다. 지난해 3분기 미국 전체 주식의 시가총액은 GDP 대비 312.2%로 2000~2023년 평균인 191.8%를 크게 넘어섰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의 배당수익률이 최근 1.2%로 역사상 최저치에 근접하고 있다. 여기에다 주택가격도 물가나 소득에 비해 지나치게 올랐다. 20대 도시 주택가격은 2012년 3월 저점을 지나 지난해 11월까지 145.8%나 상승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는 38.3% 올랐고 가처분소득은 78.5% 증가했다.
셋째, 중간가구의 실질소득은 거의 정체상태에 있다. 2019년에 8만1210달러였던 중간가구 실질소득은 2022년 7만7540달러로 4.5% 감소했다. 2023년에는 8만610달러로 증가했지만 아직도 2019년 수준을 밑돈다. 2019년에서 2023년까지 실질 GDP가 8.1% 성장했는데도 중간가구 실질소득이 감소한 이유는 소득 차별화 때문이다.
관세 부과로 인플레와 소득불균형 확대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 미국 경제가 계속해서 높은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인가. 트럼프가 우선하는 경제정책은 관세다. 트럼프는 관세는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라는 말과 함께 스스로를 ‘관세맨’이라 하고 있다. 대통령이 되면 주요국의 수입상품에 20% 관세를 특히 중국산에 대해서 6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트럼프는 2월 4일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의 수입상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가 한달 유예했다.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서도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고 나머지 교역 대상국에 대해서 관세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관세인상은 물가상승과 더불어 소득불균형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 지난해 12월 미 의회예산국(CBO)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의 구상대로 모든 수입품에 10%(중국 수출품에는 60%) 관세가 부과될 경우 2026년까지 인플레이션율이 1%p 상승한다. 지난해 8월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트럼프가 앞과 같은 관세를 부과하면 중간가구 세후 소득은 해마다 4.1%(2600달러)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트럼프정부는 에너지 증산을 통해 물가를 잡겠다고 한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이 제안한 ‘3-3-3’ 경제정책(경제성장률 3%, 재정적자 GDP 대비 3%, 석유 일간 300만배럴 증산) 가운데 하나다. 일일 석유 생산량을 300만배럴 늘려 미국의 원유 자립도를 높이고 물가하락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0년 이후 통계로 분석해보면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 가격이 소비자물가상승률에 비교적 높은 상관관계(상관계수 0.64)를 갖고 2개월 선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미국이 일간 석유 생산량을 그렇게 늘릴 수 있는가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대응이다. 미국의 일간 원유 생산량은 1340만배럴(2024년 8월 기준)이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지질학적 타당성과 재정 문제로 일일 생산량의 22%에 해당하는 300만배럴을 늘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 또 미국의 원유 증산으로 유가가 하락하면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수입을 유지하기 위해 감산할 수 있다.
트럼프는 중국과의 관계에서는 조심스럽게 출발하고 있다. 중국산 수입상품에 대한 추가관세도 10%에서 출발했다. 트럼프 1기에 중국에 대한 관세가 기대했던 효과를 보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2018년 7월부터 2021년 9월까지 수차례 중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했으나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오히려 늘었다. 2017~2021년 미국의 연평균 대중 무역적자는 3597억달러로 그 이전 5년(2012~2016년) 평균인 3379억달러보다 증가했다.
월마트에 진열된 상품의 거의 절반이 중국산인데 그 상품을 미국에서 생산할 수 없고 관세를 올리면 그만큼 물가도 상승한다. 최근 저비용과 고성능으로 특징되는 ‘딥시크’(DeepSeek) 충격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첨단제품 수출 통제 등 규제는 오히려 딥시크와 같은 중국 인공지능(AI) 기업들을 혁신하도록 만들었다. 지난달 전미경제학회에서 모리스 옵스펠드 U.C 버클리대 교수는 관세는 물가와 금리상승으로 강달러를 유발해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트럼프의 별장이 있는 플로리다 마러라고에서 제2의 플라자 합의인 ‘마러라고 합의(Mar-a-Logo Accord)’를 통해 달러 약세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세인상으로 물가가 오르면 연방준비제도(연준)는 금리를 내리지 못하고 오히려 올려야 하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트럼프는 기본적으로 저금리를 선호한다. 금리가 오르면 미국의 재정 부담이 대폭 증가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미 연방정부가 지급하는 이자가 GDP의 3.02%(8817억달러)로 1995년(3.04%)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트럼프의 또 다른 정책은 법인세와 개인소득세 인하다. 이 경우 미국정부의 재정적자는 더 늘어나고 이자 부담도 늘 전망이다. 트럼프는 낮은 금리를 유도하려고 할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달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WEF)의 화상 기조연설에서 “나는 즉각 금리인하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향한 금리인하 압박이라 볼 수 있다.
연준의 통화정책 목표는 ‘고용 최대화’와 ‘물가안정’이다. 지난달 개최되었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은 금리를 동결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지난해 10월 이후 물가상승률이 다시 높아지고 법인세 인하와 관세 인상 등이 앞으로 경제와 물가에 주는 경로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물가가 잡히지 않는 한 파월 연준 의장은 트럼프가 원하는 만큼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이다.
미국 경제침체 가능성 높아
트럼프 경제정책은 ‘국내 세금 인하와 관세 인상’이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이런 정책이 미국정부의 부채를 더 늘릴 수 있다. 지난해 관세가 미국정부의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6%였다. 관세 수입이 법인세 감면 등의 세수감소를 상쇄시켜주지 못하면 미국 재정적자는 더 늘 것이다.
관세인상은 물가상승을 초래하고 소득 불균형을 더 심화시킨다. 여기다가 물가상승에 따른 금리상승은 주식 등 자산가격의 거품을 붕괴시킬 수 있다. 지난 10년(2015~24년) 동안 미국의 연평균 명목 GDP는 5.2% 성장했는데, S&P500 연평균 상승률은 12.2%로 높았다. 그러나 정보통신 거품이 붕괴했던 2000~2010년에는 각각 4.2%와 1.0%였다. 그런 시대로 회귀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주가지수가 하락하면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실제 소비도 줄어들 수 있다. 최근 2년 미국 가계의 저축률이 4.7%로 2000년 이후 평균(5.7%)보다 낮다. 미국 가계가 소득보다 소비지출을 더 늘려서 소비여력이 줄었다는 의미다.
지난 역사를 보면 미국의 장단기 금리차(10년과 2년 만기 국채수익률 차이)가 역전된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미국 경제는 침체에 빠졌다. 이번 장단기 금리차 역전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 경우 미국의 시장금리는 하락하고 달러 강세 현상도 수그러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