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투자자 보호 ‘규제 미비’…2단계 입법 시급

2025-02-07 13:00:03 게재

코인거래소 전산장애 제재 못해

상장심사 부실도 규제 법규 없어

코인거래소에서 발생한 전산장애와 코인 상장심사 부실 의혹 등에 대해 금융당국이 현장 점검을 벌이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문제점이 드러나도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는 실정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2단계 입법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지만 속도를 내고 규제를 강화할 필요성이 커졌다.

금융감독원은 6일 가상자산사업자 CEO 간담회를 열고 최근 발생한 전산장애 원인과 관련 리스크 요인을 점검하고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당일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등 이들 코인거래소 이용 투자자들은 전산장애로 피해를 입었다. 금감원은 지난달 3곳에 대한 현장점검을 벌인 결과 트래픽 집중에 따른 서버용량 부족 등을 주요 원인으로 확인했고, 이들 거래소들은 재발방지를 위한 서버 등 장비 증설계획을 이행했다. 두나무(업비트)는 동시접속자 수용능력을 90만명(평시 50만명, 계엄시 54만명)으로 증설했다. 빗썸은 36만명(평시 10만명, 계엄시 23만6000명)으로 증설했다.

일부 미이행된 증설계획은 올해 상반기 중 이행 계획을 추후 점검하기로 했다. 두나무는 전산 장애에 따른 피해 보상을 31억6000만원, 빗썸은 5억원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금융회사들의 전산장애에 제재 조치를 취하는 것과 달리, 코인거래소에 대해서는 자율적인 이행·보상을 언급할 뿐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이종오 금감원 부원장보는 이날 “전산장애 발생 시 장애 복구를 위한 비상대응계획(BCP) 등 대응체계를 수립하고, 실제 작동 여부에 대해 철저히 점검하고 전산시스템 운영과 관련해 기술적·관리적 부분을 전면적으로 재진단해 근본적인 개선 대책을 수립하고 이행해달라”고 당부했다.

금감원이 지난달 코인원을 상대로 트럼프 코인인 ‘오피셜 트럼프’ 신규 거래지원 심사 과정에 대한 현장 점검을 벌였지만 결과는 마찬가지다. 코인 상장심사 부실 의혹으로 점검에 나서기는 했지만 문제가 적발돼도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코인원은 ‘오피셜 트럼프’ 코인을 지난달 20일 오후 7시 국내 시장에 상장시켰다. ‘오피셜 트럼프’가 발행된 지 사흘 만이다. 상장 심사에 소요된 시간은 영업일 기준 1일에 불과하다.

주식 시장에서는 부실 기업이 상장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엄정한 심사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코인 거래소들은 내규를 통해 거래지원(상장)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에서 만든 가상자산 거래지원 모범사례를 적용하고 있다. 가상자산 구조의 내재적 위험과 프로젝트의 사기성 여부, 가상자산의 안정성 분석, 프로젝트의 법적 문제, 자금세탁 악용 가능성 등을 심사하는 게 공통된 가이드라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외부 전문가 의견 등을 포함해 하루 만에 심사를 끝내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렵다. 그만큼 코인 상장 심사가 허술하고 부실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오피셜 트럼프’는 특정한 프로젝트나 실용성보다는 웃음과 사회적 유행, 또는 장난의 요소가 강조되는 소위 ‘밈코인’으로 사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면 상장되기 어려운 코인이다.

지난달 금융위가 개최한 2차 가상자산위원회에서는 현재 자율규제로 규율하고 있는 거래지원의 이행 효율성을 제고하고, 자본시장 공시에 준해 사업보고서와 같은 정기공시, 주요사항 공시제도와 같은 수시공시 제도의 도입 필요성 등이 제기됐다. 금융위는 올해 하반기 2단계 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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