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임금체불 청산 자화자찬’ 할 때인가
“임금체불은 노동자와 가족을 파탄내는 경제적 살인행위다.” 강용석 위니아전자노조 위원장이 지난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대유위니아그룹(대유그룹) 임금체불에 관한 청문회에서 울분을 터뜨리며 한 말이다. 위니아전자 등 대유그룹 3개 계열사의 임금체불액은 2022년 4월부터 1200여억원으로 피해 노동자만 2100여명에 달한다. 하지만 박영우 대유그룹 회장은 임금체불로 고통받는 노동자와 달리 지난 3년 동안 퇴직금으로만 161억원을 챙겼고 골프장 매각대금 3000억원 가운데 임금체불 변제에 30억원을 쓰는 데 그쳤다. 지난해 7월 선릉 대유타워 매각대금 670억원은 노동자들에게 단 한푼도 돌아가지 않았다. 박 회장은 2023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자산을 매각해 임금체불을 변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고 있다.
지난해 임금체불액이 사상 처음 2조원을 넘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누적 임금체불액은 2조448억원으로 2023년(1조7845억원)보다 14.6% 증가했다. 2019년부터 감소하던 임금체불액이 2023년 다시 증가해 역대 최고액을 기록한 뒤 2조원을 돌파한 것이다. 임금체불 피해 노동자도 28만3212명으로 전년(27만5432명)보다 2.8% 늘었다.
고용부는 임금체불 증가 원인으로 특히 ‘경제규모 확대에 따른 임금총액 증가’를 강조했다. 하지만 2023년 국내총생산(GDP) 기준 일본 경제규모는 한국 대비 2.5배 크지만, 같은 해 일본의 임금체불액은 101억9000만엔(약 970억원)으로 한국 임금체불액(1조7845억원)의 1/18 수준이다.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노동자들이 받아야 할 임금총액이 증가했다는 고용부의 논리가 궁색하다.
윤석열정부는 임기 초부터 노사법치주의 확립을 통해 임금체불을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 장관까지 나섰다. 김문수 고용부 장관은 지난해 8월 취임 1호 업무지시로 ‘임금체불 청산’을 제시했다. 하지만 임금체불액 2조원 돌파를 막지 못했다.
고용부는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1조6697억원)의 체불임금 청산”이라며 실적 홍보에 열을 올렸다. 임금체불 집중관리 방안으로 악의적 체불에 대한 강제수사 강화,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임금체불죄 양형기준 상향 요청 등을 제시했다. 노동계는 “반성이 먼저”라고 일갈한다.
노동계는 “임금체불 원인을 경기위축, 임금총액 증가 등을 드는 것은 ‘남탓’이고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임금체불죄 반의사불벌죄 전면 폐지 △임금채권 소멸시효 연장 △지연이자제도 전면 확대 등을 제시한다.
나아가 노동계는 국회차원의 임금체불 대책 특별위원회 구성을 촉구하고 있다. 강영석 위원장은 “현재 법과 제도로는 임금체불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와 국회는 귀담아들어야 한다.
한남진 정책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