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진 국힘 인천시의원들

2025-02-11 13:00:28 게재

세계선거기관협 퇴출 요구

논란일자 일부 “이름 빼달라”

국민의힘 소속 인천시의원들이 인천 송도에 위치한 세계선거기관협의회(A-WEB)를 세계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주장하며 퇴출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때문에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진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이 애먼 국제기구에 화살을 돌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 소속 인천시의원 7명이 10일 인천시의회에서 세계선거기관협의회 퇴출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인교, 김대중, 김용희, 신성영, 허 식, 김종배, 박창호 시의원. 사진 독자 제공

국민의힘 소속 인천시의원 7명은 10일 인천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 부정선거의 온상 세계선거기관협의회의 퇴출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대한민국중앙선관위의 보호 아래 짬짜미로 태어난 세계선거기관협의회는 전자투표기 등 부정선거 시스템을 세계 곳곳에 보급해 해당 국가들로부터 부정선거의 원흉으로 지목되고 있다”며 “지난 10년 이상 인천에 뿌리박고 있다는 사실에 개탄과 분노를 금치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세계선거기관협의회가 우리나라 선거에서도 부정선거에 개입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내놨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김대중 시의원은 “세계선거기관협의회가 2018년 2020년 2024년 모든 선거에 관여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의원들은 이 같은 주장의 근거를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최근 부정선거 논란이 있었던 콩고와 키르기스스탄 사례를 예로 들었다. 하지만 이 두 나라에서 전자투개표 기기가 부정투표의 원인으로 밝혀진 사실은 없다. 부정확한 근거로 국제기구 퇴출을 요구한 것이다.

인천시의원들의 황당한 주장에 세계선거기관협의회 쪽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협의회 관계자는 “전자투개표기가 아닌 매표행위 등이 문제가 된 사례들을 제시하며 협의회를 부정선거 원인으로 매도하는 것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인천시의원들까지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이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 내용이 논란이 되자 성명에 이름을 올렸던 일부 시의원들이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성명에 이름을 올린 시의원은 15명이었다. 하지만 기자회견에는 이인교, 김대중, 김용희, 신성영, 허 식, 김종배, 박창호 시의원 등 7명이 참석했다. 이들 가운데 허 식 시의원은 지난해 5.18 폄훼 논란으로 의원들의 불신임을 받아 의장직에서 쫓겨난 인물이다.

세계선거기관협의회는 후발 민주주의 국가의 민주선거 체제 정착 지원, 각국 선거관리기관의 역량 강화와 선거 이해당사자들 간의 협력 증진을 위해 2014년 인천 송도에 설립된 국제기구다. 현재 109개국에 119개의 선거 관련 기관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세계선거기관협의회가 있는 인천 송도는 녹색기후기금(GCF)과 유엔거버선스센터 세계은행한국사무소 등 15개 국제기구가 들어서 있는 국제도시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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