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3500여개 법인에 코인 투자 허용…‘가상자산 수탁시장’ 커진다

2025-02-14 13:00:04 게재

해킹·횡령 방지 ‘제3의 보관·관리기관 활용’ 권고

현재 9개 사업자 등록 … 은행·거래소도 경쟁 참여

올해 하반기 이후 상장법인과 전문투자자로 등록한 법인 약 3500여곳에 대해 금융당국이 가상자산(코인) 투자를 허용하기로 했다.

그동안 법인의 코인 투자를 강하게 막았던 정부는 법인 투자가 전 세계적으로 제도화되고 있는 흐름을 더 이상 거스르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법인의 코인 투자가 본격화되면 코인을 보관·관리하는 가상자산 수탁시장이 크게 확대되고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 산하 가상자산위원회는 13일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3차 회의를 열고 법인의 가상자산시장 참여를 단계적으로 허용하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1단계로 비영리법인 및 가상자산거래소에 대해서는 2분기부터 현금화 목적 법인계좌 개설을 우선 허용하기로 했다.

대상은 지정기부금단체인 비영리법인과 대학교 학교법인 등이다. 이들 기관들은 기부·후원금을 코인으로 받은 경우 현금화가 어려웠다는 점에서 코인을 처분할 수 있는 길을 터준 것이다.

정부는 기부·후원 목적의 가상자산 수령·처분과 관련해 최소한의 내부통제기준이 마련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법인의 투자·재무 목적의 거래를 허용하는 것은 올해 하반기 이후부터다. 금융투자상품 중 리스크·변동성이 가장 큰 파생상품에 투자가 가능한 약 3500개 법인으로 대상을 제한했다. 상장법인 약 2500곳과 전문투자자로 등록한 법인 약 1000곳으로, 금융투자상품 잔고가 100억원(외감법인은 50억원) 이상인 법인들이다.

다만 금융당국은 “광범위한 가상자산 매매가 허용됨에 따라 강화된 자금세탁방지 체계 등이 요구되는 만큼, 가상자산 분과위원회 등을 통해 자금세탁방지 등을 위한 보완 가이드라인 및 모니터링 방안 마련 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자금세탁방지 등 보완방안으로는 △거래 목적 및 자금 원천이 확인된 경우에만 거래를 승인 △지갑주소・소유주 검증 등 가상자산 입출고 관리 △해킹, 횡령 방지 등을 위한 제3의 보관・관리기관 활용 권고 △가상자산 거래 내역에 대한 투자자 공시(주석 등) 확대 등이다.

법인의 코인 거래와 관련해 ‘제3의 보관・관리기관 활용’을 권고한 만큼 수탁서비스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개인 투자자 대부분은 거래소에 코인을 보관하고 있지만 거래소를 상대로 한 해킹이 갈수록 늘고 있어 법인 투자자들은 안전한 보관을 위해 코인을 별도의 기관에 보관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 코인 시장에서는 수탁서비스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코인베이스 커스터디’, ‘비트고’, ‘앵커리지 디지털’ 등이 대표적이다. 전통 금융 기관인 BNY 멜론과 스테이트 스트리트 등도 가상자산 수탁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 2022년 기준 전 세계 가상자산 수탁 규모는 2230억달러 (한화 약 321조원)에 달한다. 2019년 320억달러에서 7배 가량 증가했다.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지난해 6월말 기준 국내 코인 수탁고는 13조8000억원으로 전년말 대비 2조9000억원 증가했다.

한국디지털에셋(KODA·코다)과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케이닥)이 대표적인 수탁업체이며 오하이월렛, 델리오, 페이코인, 커스텔라, 인피닛블록, DRSV랩스, 비댁스 등 모두 9개 업체가 금융당국 등록 후 서비스를 하고 있다.

시중은행들도 가상자산 수탁업에 뛰어들었다. KB국민은행은 한국디지털에셋을 설립했고, 신한은행은 한국디지털자산수탁에 지분투자를 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9월 글로벌 수탁업체인 비트고와 함께 국내 합작 법인인 비트고 코리아를 설립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말 비댁스와 업무협약을 맺고 지분투자를 했다.

국내 코인거래소들도 별도의 수탁업체를 설립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경우 가상자산거래소인 코인베이스가 수탁업을 하는 코인베이스 커스터디를 설립해서 운영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상자산을 상품화하는 과정에서 수탁업체가 없으면 굉장히 어렵다”며 “가상자산 시장이 확대될수록 수탁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회사의 코인 매매·보유 허용에 대해서는 향후 글로벌 건전성 규제 정비 등과 연계해 중장기 검토를 하기로 했다.

또 일반법인에 대해 코인 거래를 전면 허용하는 것 역시 중장기 검토 대상으로 추후 논의키로 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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