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출범 대체거래소 ① 무엇이 달라지나
하루 12시간 거래…낮은 수수료·다양한 호가
유연한 투자 전략으로 성과 극대화 기대
10개에서 800개 종목으로 확대할 예정
국내 첫 대체거래소(ATS)인 ‘넥스트레이드’(NXT)가 내달 4일부터 본격적으로 거래를 시작한다. 투자자들은 하루 12시간 주식거래를 할 수 있으며 낮은 수수료에 거래 비용을 줄일 수 있고, 호가 종류가 다양해지는 등 투자 환경에 큰 변화가 일어난다. 최근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넥스트레이드의 거래 시작을 위해 고객들에게 최선집행기준 설명서를 홈페이지 게시, 거래매체(HTS·MTS), 문자메시지 등을 배포하며 분주한 모습이다.

◆퇴근 후에도 주식거래 가능 =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체거래소 출범으로 투자자들에게 다가가는 가장 큰 변화는 하루 12시간 주식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기존 한국거래소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만 가능했던 주식거래가 넥스트레이드를 통해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연장된다. 퇴근 후에도 주식거래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넥스트레이드는 한국거래소와 공통으로 운영하는 정규장 거래시간 전후로 ‘프리(Pre)마켓’(오전 8시~8시 50분)과 ‘애프터(After)마켓’(오후 3시 30분~20시)을 추가로 운영한다. 한국거래소의 시·종가 단일가매매 시간인 8시 50분~9시, 15시 20분~15시 30분까지는 넥스트레이드 시장의 거래가 일시적으로 중단된다. 시세조종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지금까지는 오후 3시 30분까지 거래가 체결되지 않은 주문은 효력이 없어졌지만, 3월 4일 이후에는 오후 3시 20분까지 제출한 호가의 효력이 오후 8시까지 유지된다.
한편 넥스트레이드는 거래소 경쟁을 통해 투자자 편의를 높이고자 금융투자협회와 증권사들이 힘을 합쳐 만들어진 회사다. 금융투자협회가 넥스트레이드의 지분 6.64%를 보유하고 있고 미래에셋증권 등 7개 증권회사가 각각 6.64% 지분을 갖고 있다. 교보증권 등 19개 증권사가 각각 1.71%의 지분을 출자했다.
◆한국거래소보다 20~40% 싼 수수료 = 넥스트레이드의 주식 거래 수수료가 한국거래소 대비 저렴하다는 점도 투자자들에겐 유리하다.
넥스트레이드는 시장유동성을 만드는 메이커(대기성 체결) 수수료는 0.0013%, 이를 가져가는 테이커(즉시체결) 수수료는 0.0018%로 한국거래소 0.0023%보다 각각 40%, 20% 낮게 설정했다. 이에 따라 대체거래소에 해당 금액을 지불하는 증권사 수수료도 하향 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넥스트레이드는 오는 4월 30일까지 모든 거래에서 거래수수료를 면제하겠다고 밝혔다.
◆중간가·스톱지정가 추가 … 다음 날 기준가는 전날 정규장 종가= 호가 유형도 다양해진다. 현재 한국거래소는 시장가 호가와 4가지 지정가 호가(일반·최우선·최유리·조건부)를 제공하고 있다. 넥스트레이드는 최우선 매수·매도 호가의 중간 가격으로 가격이 자동 조정되는 ‘중간가 호가’와 특정 가격에 도달하면 지정가 호가를 내는 ‘스톱지정가 호가’가 추가된다.
‘중간가 주문’이란 투자자가 수량만 지정하면 최우선 매수·매도 호가의 중간 가격으로 지정되는 호가 형식이다. 스톱지정가는 특정가격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지정가 주문이 들어가는 기능이다. 한 번 설정한 스톱가격은 바꿀 수 없어 신중히 설정해야 한다.
호가 유형은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넥스트레이드 프리마켓에서는 지정가와 최유리 지정가, 최우선 지정가만 가능하다. 메인마켓에서는 공매도를 포함해 모든 호가 유형을 활용할 수 있다. 단일가 접수 시간인 15시 30~40분에는 지정가만 제출할 수 있다. 애프터마켓에서는 지정가, 최유리지정가, 최우선지정가 호가 제출이 가능하다.
프리마켓에서 접수된 지정가주문은 같은 날 애프터마켓까지 주문효력이 유지된다. 반면 정규장에서 체결되지 않은 중간가 주문이나 스톱지정가 주문은 메인 시장 종료 시간인 오후 3시 20분에 모두 자동취소 된다.
다음날 시가의 기준점이 되는 가격은 오후 3시 30분에 결정되는 정규장 종가다. 애프터마켓에선 이와 별도로 호가가 제시되며 거래가 이뤄진다. 즉, 오후 8시 종가는 다음날 시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 정규장이 동시에 열리는 시간에 투자자가 어떤 거래소를 통해 거래할지 선택하지 않았다면 증권사가 가장 유리한 조건의 거래소를 골라 거래를 체결해 주는 자동주문전송시스템(SOR) 시스템이 도입된다. 이를 통해 투자자가 직접 각 거래소의 시세 변화를 파악해 잔량을 비교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투자자가 희망하는 경우엔 대체거래소에서 거래가 이뤄지도록 따로 지정할 수 있다. 다만 모든 증권사가 대체거래소 거래가 가능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현재 이용 중인 증권사를 통해 복수 시장에서 모두 거래 가능한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시장 안정 조치 한국거래소와 연동 = 넥스트레이드는 한국거래소와 동일한 수준의 시장 감시 및 결제 시스템을 유지한다. 주식 대금 청산 및 결제는 기존과 동일하게 한국거래소가 담당하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 시장 감시 업무도 한국거래소가 맡는다. 가격 변동 폭도 전일 한국거래소 종가를 기준으로 ±30%로 제한된다.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서킷브레이커, 사이드 카등은 한국거래소를 기준으로 실시간 적용된다. 다만 애프터마켓에서는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 정보가 언론 등에 공개될 경우 해당 종목의 거래를 즉시 정지하게 된다. 이후 한국거래소의 판단에 따라 거래가 재개되면 다음날 정상적으로 거래할 수 있다.
◆IPO 종목은 상장 다음날부터 거래 = 대체거래소에서는 한국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종목 중 코스피200과 코스닥 150지수 구성종목, 시가총액 및 거래대금 상위종목 등 800여개 종목을 사고팔 수 있다. 3월 첫 주에는 10개 종목으로 시작해 4주차까지 거래 대상 종목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다만 시장 안정성을 위해 특정 종목의 거래량이 넥스트레이드 시장 전체 거래량의 15%를 초과하거나 단일종목 내에서 30%를 넘으면 더 이상 거래를 할 수 없다. 기업공개(IPO)를 한 종목은 상장 첫날엔 한국거래소에서만 거래가 가능하고 넥스트레이드에서는 이튿날부터 매매가 가능하다.
3월 4~14일까지는 롯데쇼핑, 제일기획, 코오롱인더스트리, LG유플러스, S-Oil, 골프존, 동국제약, 에스에프에이,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컴투스만 거래할 수 있다. 24일부터는 매매 체결 대상 종목이 크게 확대된다. 삼성전자와 주요 삼성그룹주, 알테오젠, 레인보우로보틱스 등이 포함되며, 전체 거래 가능 종목이 크게 늘어날 예정이다. 상장지수펀드(ETF)는 현재 법적으로 대체거래소에서 거래할 수 없어 한계로 지적된다. 아직 법적으로 ETF 거래가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정부가 규제 완화를 추진 중이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