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이재명의 진짜 위기는 재판결과보다 ‘호남여론’

2025-02-19 13:00:11 게재

탄핵정국이 두달 여를 지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정국은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고 있지만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경쟁력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탄핵정국임을 감안해서 하는 말이다. 8년 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시점으로 돌아가면 당시 문재인 민주당의 권위와 신뢰가 흔들리는 일은 없었다. 마치 예정된 일처럼 ‘국정농단’ 탄핵국면은 조기대선으로 이어졌고 무난하게 문재인 후보 당선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이번 탄핵정국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만큼이나 이 대표에 대한 ‘자격’을 묻는 움직임이 정치적으로 매우 왕성하게 일어나고 있다. 보수층 그리고 탄핵 반대층이 거의 찬성층과 맞먹을 정도의 결집을 하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보수진영 내에서 ‘이재명 안돼’라는 정서적 공유다. 윤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이 대표가 조금이라도 대통령의 자리에 가까워지는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이유로 보일 정도다.

이 대표가 충분한 경쟁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첫번째 대목은 정권교체 여론보다 낮은 지지율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지난 11~13일 실시한 조사(전국1004명,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장래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은지’ 물어본 결과 이 대표는 34%의 지지를 받았다. 여야를 막론하고 거론되는 후보들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수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2월 17~19일 조사에서 받았던 37%에 못 미치는 결과다.

이 조사에서 ‘다음 대통령 선거 결과’에 대해 어떤 결과를 기대하는지 물어본 결과 ‘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 야당 후보가 당선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51%로 나왔다. 이 대표의 지지율이 34%이므로 17%p나 차이가 있다.

호남 유권자 4명 중 1명은 이 대표 거부

특히 호남여론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는데 정권교체가 되어야 한다는데 대한 호남 여론은 무려 74%나 되었지만 ‘차기 정치 지도자’ 조사에서 이 대표의 호남 지지율은 58%에 머물렀다. 이 대표의 호남 지지율을 이야기 할 때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전 대통령보다 못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각각의 정치인에 대해 4점 척도로 나누어 얼마나 적극적으로 지지하는지 여부를 물어보았다. 이 질문에서 이 대표에 대해 대통령감으로 적극 지지한다는 호남 지지율은 46%였다. 다른 후보자들과 비교할 때 가장 높지만 그렇다고 거의 유일한 후보라는 위상과 탄핵정국이라는 환경을 고려한다면 ‘호남 적극 지지층’ 과반을 달성하지는 못했다. 지지하지 않겠다는 의견이 25%였다. 호남 유권자 4명 중 1명은 이 대표에게 표를 주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 대표가 광역단체장을 지낸 경기도도 심각하다. 인천이 포함된 지표지만 경기인천 지역에서 이 대표에 대해 지지할 의향은 45%, 지지하지 않을 의향은 50%로 ‘정치적 고향’으로 불릴 수 있는 지역이지만 호감 및 충성 지지층은 절반을 넘기지 못했다.

지난 2017년 탄핵국면에서 대통령 선거는 다자 구도로 치러졌다. 당시 한국갤럽의 자체조사(2017년 4월 18~20일 조사,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누가 다음 번 대통령이 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본 결과 문재인 후보가 41%로 가장 높았다. 당시 시점에서 호남유권자의 51%가 문 후보를 지지하는 결과로 나왔다.

이 여론 조사에서 안철수 후보가 호남 지지율 35%를 가져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사람의 지지율을 합하면 86%인데 문 후보가 안 후보보다 더 많은 지지율로 나왔다. 즉 호남 패권상태가 아닌 경쟁상태에서도 문 후보는 절반 이상의 호남 유권자층을 여론 조사 결과 확보하고 있었다. 같은 조사에서 문 후보 지지율은 민주당(40%)보다 높았다.

탄핵찬성 여론보다 30%p 지지 못받아

앞서 분석했지만 이 대표는 개별 후보의 ‘지지 강도’를 물어보는 조사에서 호남 적극 지지율 50%를 넘기지 못했다. 그리고 전체 지지율도 정당보다 낮았다. 결국 호남 지지율이 아직 적극적으로 결집되지 않는 모양새다.

한국갤럽 조사(2월 11~13일)에서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한 호남 여론은 찬성 88%로 나왔다. 다자구도에서 이 대표가 얻었던 호남 지지율보다 30%p 더 높다. 이 대표의 ‘진짜’ 위기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2심 선고가 아니라 기대만큼 결집되지 않는 ‘호남여론’인 셈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