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이재명의 진짜 위기는 재판결과보다 ‘호남여론’
탄핵정국이 두달 여를 지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정국은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고 있지만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경쟁력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탄핵정국임을 감안해서 하는 말이다. 8년 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시점으로 돌아가면 당시 문재인 민주당의 권위와 신뢰가 흔들리는 일은 없었다. 마치 예정된 일처럼 ‘국정농단’ 탄핵국면은 조기대선으로 이어졌고 무난하게 문재인 후보 당선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이번 탄핵정국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만큼이나 이 대표에 대한 ‘자격’을 묻는 움직임이 정치적으로 매우 왕성하게 일어나고 있다. 보수층 그리고 탄핵 반대층이 거의 찬성층과 맞먹을 정도의 결집을 하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보수진영 내에서 ‘이재명 안돼’라는 정서적 공유다. 윤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이 대표가 조금이라도 대통령의 자리에 가까워지는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이유로 보일 정도다.
이 대표가 충분한 경쟁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첫번째 대목은 정권교체 여론보다 낮은 지지율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지난 11~13일 실시한 조사(전국1004명,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장래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은지’ 물어본 결과 이 대표는 34%의 지지를 받았다. 여야를 막론하고 거론되는 후보들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수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2월 17~19일 조사에서 받았던 37%에 못 미치는 결과다.
이 조사에서 ‘다음 대통령 선거 결과’에 대해 어떤 결과를 기대하는지 물어본 결과 ‘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 야당 후보가 당선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51%로 나왔다. 이 대표의 지지율이 34%이므로 17%p나 차이가 있다.
호남 유권자 4명 중 1명은 이 대표 거부
특히 호남여론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는데 정권교체가 되어야 한다는데 대한 호남 여론은 무려 74%나 되었지만 ‘차기 정치 지도자’ 조사에서 이 대표의 호남 지지율은 58%에 머물렀다. 이 대표의 호남 지지율을 이야기 할 때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전 대통령보다 못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각각의 정치인에 대해 4점 척도로 나누어 얼마나 적극적으로 지지하는지 여부를 물어보았다. 이 질문에서 이 대표에 대해 대통령감으로 적극 지지한다는 호남 지지율은 46%였다. 다른 후보자들과 비교할 때 가장 높지만 그렇다고 거의 유일한 후보라는 위상과 탄핵정국이라는 환경을 고려한다면 ‘호남 적극 지지층’ 과반을 달성하지는 못했다. 지지하지 않겠다는 의견이 25%였다. 호남 유권자 4명 중 1명은 이 대표에게 표를 주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 대표가 광역단체장을 지낸 경기도도 심각하다. 인천이 포함된 지표지만 경기인천 지역에서 이 대표에 대해 지지할 의향은 45%, 지지하지 않을 의향은 50%로 ‘정치적 고향’으로 불릴 수 있는 지역이지만 호감 및 충성 지지층은 절반을 넘기지 못했다.
지난 2017년 탄핵국면에서 대통령 선거는 다자 구도로 치러졌다. 당시 한국갤럽의 자체조사(2017년 4월 18~20일 조사,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누가 다음 번 대통령이 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본 결과 문재인 후보가 41%로 가장 높았다. 당시 시점에서 호남유권자의 51%가 문 후보를 지지하는 결과로 나왔다.
이 여론 조사에서 안철수 후보가 호남 지지율 35%를 가져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사람의 지지율을 합하면 86%인데 문 후보가 안 후보보다 더 많은 지지율로 나왔다. 즉 호남 패권상태가 아닌 경쟁상태에서도 문 후보는 절반 이상의 호남 유권자층을 여론 조사 결과 확보하고 있었다. 같은 조사에서 문 후보 지지율은 민주당(40%)보다 높았다.
탄핵찬성 여론보다 30%p 지지 못받아
앞서 분석했지만 이 대표는 개별 후보의 ‘지지 강도’를 물어보는 조사에서 호남 적극 지지율 50%를 넘기지 못했다. 그리고 전체 지지율도 정당보다 낮았다. 결국 호남 지지율이 아직 적극적으로 결집되지 않는 모양새다.
한국갤럽 조사(2월 11~13일)에서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한 호남 여론은 찬성 88%로 나왔다. 다자구도에서 이 대표가 얻었던 호남 지지율보다 30%p 더 높다. 이 대표의 ‘진짜’ 위기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2심 선고가 아니라 기대만큼 결집되지 않는 ‘호남여론’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