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 저지’ 윤 대통령 지시에 경호처 적극 이행

2025-02-21 13:00:08 게재

경찰 수사과정서 직접 지시 정황 확인

증거인멸 막을 구속영장, 검찰서 반려

윤석열 대통령이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앞두고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에게 ‘국군통수권자의 안전만 생각하라’며 사실상 영장 집행 방해를 직접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1차 체포 시도 때 윤 대통령과 김 차장이 여러 차례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체포영장 집행을 막고, 김 차장이 이를 적극적으로 수행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경찰은 공범인 김 차장의 증거인멸을 차단하기 위해 3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검찰은 매번 이를 반려했다.

21일 한겨례신문 보도에 따르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은 윤 대통령 1차 체포영장 집행이 무산된 뒤인 1월 7일 김 차장이 윤 대통령에게 “철통같이 막아내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윤 대통령은 “국군통수권자의 안전만 생각해라” “경호 구역을 완벽하게 통제하라”는 취지의 문자를 보냈다.

이어 김 차장은 “말씀 주신 내용 다시 한번 직원들에게 주지시키겠다”며 “숭고한 임무를 위해 충성을 다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보안성이 높은 미국 사회관계서비스(SNS) ‘시그널’을 통해 연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공무집행방해 주범은 윤 대통령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은 지난 1월 3일 윤 대통령 체포에 나섰지만 경호처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히며 실패했다. 윤 대통령은 박종준 당시 경호처장 등에게 “(대통령 숙소와 가까운) 관저 2정문 안으로는 (공수처와 경찰이) 절대 못 들어오게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단은 또 김 차장이 이날 윤 대통령에게 시그널로 7차례 메시지를 보내고, 윤 대통령이 1차례 메시지를 보낸 사실도 확인했다. 김 차장이 체포영장 집행 상황을 보고하고 윤 대통령이 지시를 내린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다.

1월 7일에는 윤 대통령이 김 차장에게 ‘경호 구역의 완벽한 통제’를 언급하며 2차 체포영장 집행을 막으라고 지시했다. 이에 김 차장이 “다시 한번 직원들에게 주지시키겠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의 지시가 이전에도 반복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1월 8일에는 윤 대통령이 직접 관저 진입로까지 내려와 경호처 직원들의 방비 상황을 점검하기도 했다.

일주일 뒤인 1월 15일에는 공수처와 경찰이 윤 대통령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나섰다. 김 차장은 또다시 이를 막으려 했지만 경호처 직원들이 이에 동조하지 않으면서 윤 대통령은 체포됐다.

경찰은 수사 결과에서 드러난 이런 과정을 종합해 볼 때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을 가로막은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의 주범을 윤 대통령이라고 판단한다. 김 차장 등은 윤 대통령의 지시를 적극적으로 수행한 공범이라는 것이다.

특수단은 체포영장 집행을 적극적으로 저지한 김 차장에게 특수공무집행 방해 혐의를 적용해 지난달부터 세차례에 걸쳐 서울서부지검에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이를 모두 기각했다.

경찰이 신청한 김 차장 구속영장을 검찰이 번번이 기각하면서 경호처의 영장 집행 방해 사건에 대한 강제수사는 정지된 상태다.

◆증거 확보 위한 공범 신병확보 우선 = 그러나 경찰은 이들의 혐의가 분명하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 만큼 구속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 수사에 핵심인 비화폰 수사를 위해 김 차장 신병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화폰은 국가적 보안 사항이나 기밀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정보원이 제작한 비밀 대화가 가능한 휴대폰이다. 통화 음성이 암호화되기 때문에 도·감청과 녹음을 할 수 없다. 수·발신 기록은 대통령실 경내에서 경호처가 관리하는 서버에 저장됐다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 삭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화폰은 정부 부처 장관, 군 각급 부대 지휘관, 정보기관 등에 제한적으로 지급된다. 하지만 비상계엄 국면에서 경호처가 2018년 전역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에게 비화폰을 지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호처가 비화폰 관리 권한을 활용해 계엄에 동조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특히 김 차장은 이를 부인하면서도 경찰의 경호처 압수수색 다섯 번을 모두 막았다.

특히 경찰은 김 차장이 윤 대통령 지시에 따라, 지난해 12월 중순쯤 비화폰 서버 관리자에게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등의 비화폰 통화기록 삭제를 지시했다는 대통령실 관계자 등의 진술을 확보했다.

특수단 관계자는 내일신문과 통화서 “윤 대통령과 김 차장 사이에 여러차례 메시지가 오고간 것은 맞다”면서도 “메시지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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