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 저지’ 윤 대통령 지시에 경호처 적극 이행
경찰 수사과정서 직접 지시 정황 확인
증거인멸 막을 구속영장, 검찰서 반려
윤석열 대통령이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앞두고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에게 ‘국군통수권자의 안전만 생각하라’며 사실상 영장 집행 방해를 직접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1차 체포 시도 때 윤 대통령과 김 차장이 여러 차례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체포영장 집행을 막고, 김 차장이 이를 적극적으로 수행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경찰은 공범인 김 차장의 증거인멸을 차단하기 위해 3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검찰은 매번 이를 반려했다.
21일 한겨례신문 보도에 따르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은 윤 대통령 1차 체포영장 집행이 무산된 뒤인 1월 7일 김 차장이 윤 대통령에게 “철통같이 막아내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윤 대통령은 “국군통수권자의 안전만 생각해라” “경호 구역을 완벽하게 통제하라”는 취지의 문자를 보냈다.
이어 김 차장은 “말씀 주신 내용 다시 한번 직원들에게 주지시키겠다”며 “숭고한 임무를 위해 충성을 다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보안성이 높은 미국 사회관계서비스(SNS) ‘시그널’을 통해 연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공무집행방해 주범은 윤 대통령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은 지난 1월 3일 윤 대통령 체포에 나섰지만 경호처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히며 실패했다. 윤 대통령은 박종준 당시 경호처장 등에게 “(대통령 숙소와 가까운) 관저 2정문 안으로는 (공수처와 경찰이) 절대 못 들어오게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단은 또 김 차장이 이날 윤 대통령에게 시그널로 7차례 메시지를 보내고, 윤 대통령이 1차례 메시지를 보낸 사실도 확인했다. 김 차장이 체포영장 집행 상황을 보고하고 윤 대통령이 지시를 내린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다.
1월 7일에는 윤 대통령이 김 차장에게 ‘경호 구역의 완벽한 통제’를 언급하며 2차 체포영장 집행을 막으라고 지시했다. 이에 김 차장이 “다시 한번 직원들에게 주지시키겠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의 지시가 이전에도 반복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1월 8일에는 윤 대통령이 직접 관저 진입로까지 내려와 경호처 직원들의 방비 상황을 점검하기도 했다.
일주일 뒤인 1월 15일에는 공수처와 경찰이 윤 대통령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나섰다. 김 차장은 또다시 이를 막으려 했지만 경호처 직원들이 이에 동조하지 않으면서 윤 대통령은 체포됐다.
경찰은 수사 결과에서 드러난 이런 과정을 종합해 볼 때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을 가로막은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의 주범을 윤 대통령이라고 판단한다. 김 차장 등은 윤 대통령의 지시를 적극적으로 수행한 공범이라는 것이다.
특수단은 체포영장 집행을 적극적으로 저지한 김 차장에게 특수공무집행 방해 혐의를 적용해 지난달부터 세차례에 걸쳐 서울서부지검에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이를 모두 기각했다.
경찰이 신청한 김 차장 구속영장을 검찰이 번번이 기각하면서 경호처의 영장 집행 방해 사건에 대한 강제수사는 정지된 상태다.
◆증거 확보 위한 공범 신병확보 우선 = 그러나 경찰은 이들의 혐의가 분명하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 만큼 구속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 수사에 핵심인 비화폰 수사를 위해 김 차장 신병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화폰은 국가적 보안 사항이나 기밀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정보원이 제작한 비밀 대화가 가능한 휴대폰이다. 통화 음성이 암호화되기 때문에 도·감청과 녹음을 할 수 없다. 수·발신 기록은 대통령실 경내에서 경호처가 관리하는 서버에 저장됐다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 삭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화폰은 정부 부처 장관, 군 각급 부대 지휘관, 정보기관 등에 제한적으로 지급된다. 하지만 비상계엄 국면에서 경호처가 2018년 전역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에게 비화폰을 지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호처가 비화폰 관리 권한을 활용해 계엄에 동조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특히 김 차장은 이를 부인하면서도 경찰의 경호처 압수수색 다섯 번을 모두 막았다.
특히 경찰은 김 차장이 윤 대통령 지시에 따라, 지난해 12월 중순쯤 비화폰 서버 관리자에게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등의 비화폰 통화기록 삭제를 지시했다는 대통령실 관계자 등의 진술을 확보했다.
특수단 관계자는 내일신문과 통화서 “윤 대통령과 김 차장 사이에 여러차례 메시지가 오고간 것은 맞다”면서도 “메시지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