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우크라 군사 지원 전면 중단

2025-03-04 13:00:29 게재

젤렌스키 최대로 압박

전쟁 향방 결정할 변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갈등 속에서 미국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3일(현지시간) 익명의 미국 국방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가 평화를 위한 성실한 약속을 했다고 판단할 때까지 모든 군사 원조를 멈추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이미 운송 중인 무기뿐만 아니라 폴란드 등 제3국에서 대기 중이던 군사 물자까지 공급이 중단될 전망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내린 명령에 따른 것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 기조를 급격히 변경한 조치다.

이 같은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최근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비롯됐다. 지난달 28일 열린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조속한 종전을 강하게 압박했다. 또 우크라이나의 천연자원과 인프라 수익의 절반을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공동 소유한 기금에 투입하는 내용의 ‘광물 협정’을 추진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를 거부하면서 협상은 결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도중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당신이 합의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빠질 것이다. 우리가 빠지면 당신은 끝까지 홀로 싸우게 될 것”이라며 강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SNS를 통해 “이 사람(this guy)은 미국의 지원이 있는 한 평화를 원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군사 지원 중단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백악관에서 열린 대만 TSMC의 대미 반도체 투자 발표 행사에서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며 광물 협정과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양국 간 광물 협정이 끝난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나 “지금 누군가가 합의를 원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그리 오래 남아있지 못할 것”이라며 젤렌스키 대통령을 압박했다.

백악관 역시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마이클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3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평화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며 “미국 국민의 인내심은 무한하지 않으며, 우리의 무기와 탄약도 무제한적이지 않다”고 경고했다.

미국이 군사 지원을 전면 중단하면 우크라이나의 전쟁 수행 능력은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와의 전쟁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지원 중단은 군사 작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크라이나가 향후 독자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것인지, 또는 미국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응할 것인지가 국제 외교 무대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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