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윤 대통령이 만장일치로 파면돼야 하는 이유
탄핵결정을 통해 대통령을 파면하려면 우선 헌법 제65조 제1항에 따라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직무집행에 있어 계엄법의 여러 조항들과 헌법상의 절차조항들도 위반했지만 필자는 다음의 두 가지 위헌행위에 주목한다.
첫째, 헌법 제77조 제1항이 규정한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해당하지 않는데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측은 야당이 탄핵소추를 남발하고 행정부 예산을 대폭 삭감해 행정기능이 마비될 ‘국가비상사태’가 초래돼 계엄을 선포했다고 한다. 그러나 야당의 반대는 대통령이 정치력을 발휘해 대화와 타협을 통한 협치로 풀어야 할 문제이지 군대를 동원하는 비상계엄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님이 자명하다.
둘째, 헌법 제77조 제3항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때에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때 ‘정부’는 좁은 의미의 ‘행정부’만을 의미한다. 따라서 특별한 조치의 대상으로 규정되지 않은 ‘국회’나, 독립된 헌법기관으로 헌법에 규정된 선거관리위원회는 비상계엄 하에서도 손을 댈 수 없다.
탄핵심판과 형사재판의 사유 구분해야
대통령이 국회의원들을 본회의장에서 “끌어내라”고 지시했는지, 혹은 국회의장 등 정치인들을 체포하라는 지시를 내렸는지가 공개변론에서 많이 다투어졌다. 그러나 이것은 국회 무력화를 통해 국회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할 ‘국헌문란의 목적’으로 실행돼 형법상의 내란범죄를 범했는지를 다룰 형사재판에서 치열하게 다툴 문제지 윤 대통령의 대통령직 유지 여부만을 판단하는 탄핵심판에서는 중요한 쟁점이 아니라고 믿는다.
무장한 계엄군들이 유리창을 깨고 국회 본청에 난입해 본회의장을 찾아다닌 순간, 시스템 점검 차원이건 다른 이유에서건 무장한 계엄군이 선관위에 침입한 순간 이미 헌법 제77조 제3항 위반은 완성됐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대통령을 파면하려면 이러한 위헌·위법행위가 국민의 직접선거로 뽑은 대통령을 파면할 정도의 ‘중대성’을 가져야 한다.
첫째, 대통령직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거나, 둘째, 선거를 통해 국민이 부여한 신임을 배신한 경우에 해당하느냐가 이 ‘중대성’ 판단의 기준이다. 둘 중 어느 하나라도 충족되면 중대성이 인정된다. 윤 대통령의 경우 두번째 기준으로 갈 필요도 없이 첫번째 기준인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해 ‘중대성’이 인정된다고 믿는다. 그런데 이 판단에서는 계엄선포시의 행위들뿐만이 아니라 그 후의 언행들도 판단의 근거로 삼을 수 있다.
헌재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결정문에서 국회와 언론의 국정농단 의혹 제기에 대해 박 대통령이 부인으로 일관하면서 의혹제기 자체만을 비난했다거나, 그 후 대국민 사과에서 검찰수사건 특검수사건 수사를 받겠다고 했다가 약속을 어기고 수사를 거부한 점을 놓고 봤을 때, 그가 헌법수호의 의지가 없다고 판단하면서 ‘중대성’을 인정하여 파면결정을 내렸다.
윤 대통령의 경우 계엄선포 자체도 위헌·위법했지만 그 이후에도 법관이 적법하게 발부한 체포영장의 집행을 거부한다거나, 서부지방법원에 관할권이 없다면서 체포영장 발부가 불법이라고 끝없이 지지자들을 선동해 서부지법 난동사태를 초래하는 등 ‘법원 흔들기’를 이어갔다. 또한 헌재 재판관들의 개인적 성향 등을 문제 삼으며 기피신청에 이어 회피촉구의견서까지 제출하는 등 ‘헌재 흔들기’도 도를 넘은 지 오래다.
헌법수호 관점에서 기각결정 용납 안돼
이런 점들을 근거로 헌재는 윤 대통령의 대통령직을 유지시키는 것이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기 때문에 피청구인을 파면한다고 주문에 적을 것이다. 또 이 결정은 만장일치일 것이다. 헌재 스스로가 수립한 대통령 탄핵의 확고한 기준을 적용했을 때 기각결정문을 쓴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문장구성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믿기 때문이다. 소수의견으로서의 기각의견은 윤 대통령 지지층에게 빌미를 주어 국론분열을 심화시키는 근거로 악용될 것이라는 점을 헌법재판관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가 지난 3개월간 확인한대로 윤 대통령에게 없는 것, 그것은 바로 헌법수호의 의지다. 동시에 그것은 헌재가 윤 대통령을 만장일치 결정을 통해 파면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