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청소년 마약 문제,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대검찰청 마약류 범죄 백서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마약사범은 2만7611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10대 마약사범은 2022년 대비 두배 이상 증가한 9145명에 달했으며, 20대에서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이렇게 급격히 확대되는 마약의 유통에 대해 한국정부는 공급사범 단속 및 해외 공조를 강화하고 있으며, 더불어 청소년 마약 예방 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교육이 과연 얼마나 효과적인지는 의문이다.
역대 최고치 기록한 한국의 마약사범
한국정부의 청소년 마약 예방 교육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하여, 필자는 다음의 4가지 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청소년의 약물 남용은 청소년 비행의 연장선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청소년의 마약남용은 지각 결석 학업 부진 흡연 음주 등과 같은 문제행동에서 시작된다. 특히 알코올과 담배는 ‘gateway drug’로 간주되어, 세계보건기구(WHO), 유엔(UN), 미국 약물남용관리청(SAMHSA)등은 이를 마약류에 포함시키고 있다. 미국의 약물 남용 예방 교육은 알코올 흡연 대마초에 대한 교육으로부터 시작된다. 따라서, 마약 예방 교육은 청소년 비행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음주와 흡연의 위험성을 인식시키는 것에서 출발해야 하며, 사춘기의 반항심 우울증 공격성 등 발달심리학적 요인도 핵심 내용으로 포함해야 한다.
둘째, 미국은 1930년대부터 마약 중독을 예방 및 치료가 가능한 질병으로 규정하고, 마약 중독자를 ‘도덕적 실패자’로 보는 사회적 관념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해왔다. 약물 재발에 대한 인식도 일반 질병의 재발률과 유사하다는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치료 및 재활 과정의 일부로 간주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도 마약 중독 및 중독 재발을 질병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며, 중독자와 그 가족이 사회적 편견 없이 적극적으로 치료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셋째, 마약 예방 교육은 가능한 빨리 시작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1970년대부터 유치원부터 초중고등학교에 마약 예방 교육을 도입했으며, 개인 가족 학교 지역사회 기반 프로그램으로 나누어 운영하고 있다. 특히, 5~10년에 걸친 장기 프로그램과 부모 교육을 병행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 맞는 정책과 프로그램 개발해야
넷째, 마약 예방 및 위험 요인을 목표로 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예를 들면, 청소년의 마약 노출 위험도에 따라 일반 프로그램(모든 청소년 대상), 선별 프로그램(위험 요인에 노출된 청소년 대상), 특정 대상 프로그램(마약 남용을 하는 청소년 대상)으로 구분해 운영되고 있다. 한국정부도 마약남용의 예방 및 위험요인을 밝혀내고, 이러한 요인을 중심으로 한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미국정부가 다양한 마약 예방정책과 연구를 추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남아 있다. 이를 교훈 삼아, 마약 확산 위기에 처한 한국은 효과적인 정책을 수립해 마약남용을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마약의 개념을 재정립하고, 마약 남용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며, 앞서 언급한 제언을 바탕으로 한국 사회의 실정에 맞는 정책과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한국 사회가 마약과 중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전환하고, 마약의 위험에 노출된 청소년과 시민을 보호하여 마약 청정국으로 다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