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중국해운 제재, 운임 25% 올려
세계 최대 선사 MSC 분석
“결국 소비자가 비용 지불”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중국해운·조선에 부과할 수 있다고 밝혔던 항만수수료가 현실화되면 컨테이너 운임이 25% 오를 수 있다는 해운업계 경고가 나왔다.
운임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세계 해운시장에 미국과 중국의 해양패권 경쟁이 새로운 변수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4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계 최대규모 해운기업인 스위스 MSC(지중해해운)의 최고경영자 소렌 토프트는 S&P 글로벌이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에서 개최한 '해운 및 공급망 컨퍼런스'(TPM 25)에서 “(USTR이 밝힌 것처럼) 그렇게 나온다면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운송네트워크를 수정하고 그 비용을 추가해야 할 것”이라며 “결국 소비자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밝혔다.
USTR은 지난달 21일 중국 해운기업 소속 선박이 미국 항구에 입항할 때마다 선박당 최대 100만달러(약 14억원), 또는 선박의 용적물에 톤당 최대 1000달러(약 140만원)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여기엔 중국에서 제조한 선박을 운영하는 선사의 경우 미국 항구에 입항하는 중국산 선박에 최대 150만달러(약 21억5000만원)의 수수료 등을 부과하는 내용도 포함한다.
이 방안은 1974년 제정된 무역법 제301조에 따라 부과되는 것으로, 이번달 예정된 공청회를 포함해 여러 의견 수렴과 검토를 기다리고 있다.
블룸버그는 “USTR의 계획은 중국의 해양산업 지배력을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일부 미국 제품을 미국 선박으로 운송하도록 명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토프트는 선사들이 기항하는 항구를 줄이기 위해 운송경로를 재설계할 가능성이 높고, 이렇게 되면 작은 항구들이 생존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캘리포니아에 있는데 보통 로스앤젤레스-롱비치에 건화를 걸고 오클랜드로 간다. 하지만 오클랜드로 가는데 또 100만달러가 든다면 갈 수 없다”며 “주변의 작은 항구가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프트는 USTR의 제안은 전체 해운업에 미치는 영향이 200억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정한 세계해운협회(World Shipping Council) 평가를 인용하며 컨테이너당 600~800달러 추가 운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4일 한국해양진흥공사(KOBC)가 발표한 부산발 K-컨테이너운임종합지수(KCCI)는 일주일 전에 비해 8.2% 하락한 2323포인트를 기록했다. 올해 1월 이후 계속 내림세다.
부산발 13개 글로벌 항로 중 북미 유럽 등 12개 항로 운임이 내렸고 중국항로는 일주일 전과 같았다.
상하이해운거래소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상하이운임(SCFI)도 일주일 전보다 5% 내린 1515.3포인트를 기록했다. 역시 1월 이후 계속 내림세다. 단, 상하이항과 연결된 13개 글로벌 항로 중 유럽항로 운임이 7.2% 올라 눈길을 끌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