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장바구니 물가 들썩들썩…울고 싶은 서민들
석유류 6.3% 뛰면서 생활물가 2.6% ‘껑충’
내란사태·고환율에 추가 물가상승 압력 ↑
신라면·새우깡까지 … 가공식품도 줄인상
먹거리 가격 흔들 … 배추·무·당근도 강세
연초부터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2개월 연속 2%대 오름세를 기록하며 생활물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특히 가공식품 물가는 1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 서민들의 장바구니 부담을 키우고 있다. 내란사태 이후 물가당국의 관리 공백을 틈타 식품·외식업체들은 줄줄이 가격인상을 단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내란사태가 3개월째 접어들면서 고물가 현상이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수입물가를 좌우하는 환율 사정도 당분간 밝지 않다. 세계를 상대로 한 트럼프의 ‘관세전쟁’이 현실화하면서 한국 돈의 국제적 가치는 계속 하락세다.
연초 물가인상의 핵심이 ‘먹거리 가격’이란 점은 더 큰 부담이다. 먹거리 가격은 서민생계와 직결된다. 가공식품에 이어 외식 물가는 3.0% 올라 전체 물가를 0.43%p 끌어올렸다. 배추, 무 등 일부 채소 가격도 들먹거리고 있다.

◆가공식품·외식물가 줄인상 = 7일 통계청에 따르면 2월 소비자물가 지수는 116.08(2020년 100)로 1년 전보다 2.0% 상승했다. 전월(2.2%)보다 상승폭은 축소됐지만 그래도 2%대다.
특히 장바구니물가로 분류되는 먹거리 가격이 심상찮다. 가공식품 물가는 2.9%, 외식물가는 3.0% 각각 올랐다. 가공식품 물가상승률은 작년 1월(3.2%) 이후 가장 높았다. 정부 관계자는 “가공식품의 경우 재료가격 상승과 환율 영향으로 코코아, 커피 등의 수입가격이 뛰어 이를 원료로 하는 제품의 가격 상승이 불가피했다”며 “외식물가는 재료비와 인건비, 임차료, 배달앱 수수료 부담 등 복합적 요인으로 외식물가 지수가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생활필수품 144개 품목의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 상승률도 2.6%로 평균치를 웃돌았다. 상승률은 지난해 7월(3.0%) 이후 가장 높았다. 반영 비중이 높은 석유류가 6.3% 오른 영향이다. 석유류는 전월(7.3%)보다는 증가 폭이 줄었지만 전체 물가를 0.24%p 끌어올렸다. 이두원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국제유가는 큰 변동이 없었지만 고환율과 유류세 인하 폭 감소로 석유류 가격이 올랐다”고 분석했다.

◆느슨해진 물가당국? = 실제 지난달 주요 식품·외식기업의 가격 인상이 줄을 이었다. 롯데웰푸드는 초코 빼빼로 등 제품 26종 가격을 평균 9.5% 인상했고, SPC 파리바게뜨는 빵 96종과 케이크 25종 가격을 평균 5.9% 올렸다. 컴포즈커피는 아이스아메리카노와 디카페인 아이스아메리카노 가격을 300원씩 인상했다.
이달에도 가격 인상은 이어지고 있다. 농심은 오는 17일부터 신라면 등의 가격을 올린다. 새우깡 가격은 100원 인상된다. 농심은 2023년 7월 정부의 압박으로 가격을 한 차례 내렸지만, 이를 다시 2023년 6월 수준으로 되돌리겠다고 밝혔다.
가격 인상을 단행한 기업들은 비용 상승 탓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내란사태로 정부가 혼란한 틈을 타 슬그머니 가격 인상에 나섰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해의 경우 정부는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물가담당자까지 지정하며 집중 가격관리를 해왔다. 또 가격 인상을 억제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나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계엄과 내란사태 이후 정부 역할이 눈에 띄게 약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업계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비용절감 등 가격 인상을 최소화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며 “정부의 물가안정에 동참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먹거리에 이어 수도권 교통요금도 이르면 내달 인상될 전망이다. 수도권 지하철 요금 150원 인상은 4~5월로 시기는 미뤄졌지만, 이미 예고된 사안이다. 서울시는 서울교통공사의 재정난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2023년 10월 7일 지하철 기본요금을 150원 인상했다.
◆서민생계 직결된 먹거리 물가 = 더 큰 문제는 먹거리 물가는 서민생계와 직결된다는 점이다. 저소득계층일수록 더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 소득 하위 20% 가구(1분위)의 식비 부담은 5년 만에 40%가 증가했다. 소득 2~5분위의 식비가 평균 25%안팎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높은 증가 폭이다. 안그래도 필수 생계비 비중이 높은 서민 가계의 부담을 더욱 키운 셈이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연간 지출)를 보면, 지난해 소득 하위 20%(1분위)가 식비로 쓴 금액은 월평균 43만4000원이었다. 식료품·비주류 음료에 27만4000원, 외식 등 식사비에 16만원을 썼다.
최저소득층인 1분위 식비는 2019년 31만3000원에서 2020년 34만2000원, 2021년 37만6000원, 2022년 39만9000원, 2023년 40만6000원으로 늘었다. 5년 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12만1000원(38.6%) 증가했다.
같은 기간 △2분위는 25.3% △3분위 22.1% △4분위 24.7%· △5분위는 27.1%씩 식비 지출을 늘렸다.
저소득층의 식비지출 비중이 10~15%p까지 더 높은 셈이다.
식료품·비주류음료의 물가지수는 2019년 95.8에서 지난해 122.9로 28.3% 오르면서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14.8%)을 크게 웃돌았다. 외식을 비롯한 음식서비스 물가지수 역시 2019년 99.2에서 지난해 121.0으로 22.0% 올랐다. 소비자물가 조사 품목 458개 가운데 지난해 물가상승이 가팔랐던 상위 10개 품목 중 9개는 먹거리 품목이 차지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도 식료품을 중심으로 물가상승폭이 차츰 커지는 흐름이어서 서민의 살림살이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통상 저소득층일수록 처분가능소득 대비 식비 비중이 절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작년 4분기 소득하위 20%(1분위)의 처분가능소득은 월 103만7000원이었다. 처분가능소득의 45%를 식비에 투입했다. 소득 2분위의 경우, 처분가능소득(246만7000원) 대비 식비 비율이 25.5% 수준으로 떨어진다. 상위 20%인 5분위는 작년 4분기 처분가능소득이 891만2000원으로, 식비 비중은 15%를 밑돌았다.
◆배추 작년보다 53.9% 오른다 = 한편 주요 먹거리인 배추, 무 등 일부 채소 가격도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7일 ‘농업관측 3월호’ 보고서에서 이달 배추(상품) 도매가격이 10㎏에 1만7000원으로 1년 전보다 53.9%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020년부터 작년까지 가격 중 최대·최소를 제외한 3년 평균치인 평년 가격과 비교하면 89.7% 비싸다. 현재 유통되는 겨울 배추의 재배면적이 줄어든 데다 이상기후 여파로 생산량도 감소했기 때문이다.
무 도매가격도 작황 부진에 생산량이 줄어 20㎏에 2만4000원으로 1년 전보다 87.0% 오른다고 내다봤다. 평년과 비교하면 126.8% 높다.
당근 가격도 높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당근 도매가격은 20㎏에 7만원으로 1년 전, 평년보다 각각 24.3%, 75.8%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양배추도 8㎏에 1만4000원으로 1년 전, 평년과 비교해 각각 49.3%, 85.1% 비쌀 것으로 전망했다. 양념채소인 양파, 마늘(깐마늘)은 도매가격이 1년 전보다 각각 5.3%, 9.5% 오를 것으로 관측됐다.
다만 농경연은 주요 과채의 경우 생육이 양호해 도매가격이 1년 전보다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토마토 도매가격은 5㎏에 1만7000원으로 1년 전보다 38.7% 내리고, 참외는 10㎏에 8만원으로 8.1% 저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