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장 리포트
캘리포니아에서도 트랜스젠더 문제 ‘정치화’

2028년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민주당 소속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얼마 전 트랜스젠더 여성이 여성스포츠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매우 불공평하다고 말했다. 뉴섬의 발언은 트랜스젠더 권리에 대한 다른 민주당 의원들과 현저한 단절을 의미한다. 뉴섬은 트럼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이자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보수논객 커크에게 민주당원들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커크는 여성스포츠에서 트랜스젠더 운동선수 문제에 관한 여론을 공화당편으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섬은 2003년 샌프란시스코 시장으로 선출된 후 동성결혼식이 법으로 허용되기 전에도 그들의 주례를 맡은 바 있다. 2004년 시장으로서 동성커플의 결혼을 허용해 주법을 무시했던 뉴섬의 최근 변화는 놀라운 움직임이다. 그는 샌프란시스코의 유명한 프라이드 퍼레이드에 정기적으로 참여했으며 수십년 동안 성소수자(LGBTQ) 사람들의 권리확대를 지원해왔다.
민주당과 단절된 뉴섬의 성소수자 인식
커크는 최근 캘리포니아 트랜스젠더 고등학교 육상선수인 에르난데스의 사례, 선수들과 코치가 트랜스젠더 선수를 명단에서 제외시키려고 시도한 후 논란에 휩싸인 산호세 주립 여자 배구팀의 사례 등을 지적했다.
커크는 트랜스젠더 운동선수 문제에 대한 민주당원들의 의견이 미국인 대부분의 생각과 동떨어진 분야 중 하나라며, 생물학적 남성으로 태어난 사람들이 여성과 경쟁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말했다. 뉴섬에게 답변을 요구하면서 커크는 공개적으로 그같은 입장을 취할 것인지 물었다. 뉴섬은 “이것은 공정성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섬은 커크의 의견에 동의하며, 현실적으로는 여성스포츠에 참여하는 트랜스젠더 운동선수가 거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이 대통령 선거에서 그것을 무기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뉴섬은 커크와 대화의 상당 부분을 2024년 선거에서 해리스 전 부통령이 젊은이 남성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지지를 잃은 원인을 분석하는 데 할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섬의 발언은 주류 민주당원들로부터 즉각적인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그 이유는 이미 공화당원들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는 작고 취약한 커뮤니티를 포기하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공개적으로 동성애자임을 밝힌 샌프란시스코 민주당 상원의원 위너는 “뉴섬이 이 문제에 대해 공화당원들과 동조하는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위너 의원은 뉴섬이 수년 동안 LGBTQ 권리를 위해 여러차례 용기 있는 모습을 보였다며 “우리 커뮤니티의 용감한 동맹이었던 주지사의 발언은 충격적이고 우울하다”고 말했다.
위너는 주지사가 트랜스젠더에 대한 공화당의 악마화에 참여해서는 안되는 이유에 대해서도 비슷한 이유를 들었다. 미국대학운동선수협회(NCAA) 여자스포츠에 참가하는 트랜스젠더 선수는 51만명 중 10명 미만이라고 말했다. “대중이 이 문제의 규모에 대해 완전히 오도되어 있다”며 “이에 대한 여론조사는 끔찍하다”고 말했다.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놀고 싶어하는 아이들을 그냥 놀 수 있게 해야 한다. 그 수가 많지 않은데 공화당원들은 그 수치를 과도하게 부풀렸다.”
워드 민주당 하원의원은 트랜스젠더인 사람이 스포츠에서 성공적으로 경쟁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건강하고 능력이 있는 경우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드문 상황이라며 “만약 이것이 우리 시간의 90%를 집중하는 데 쓰고 싶은 것이라면, 왜 주민들이 캘리포니아의 가장 시급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를 새크라멘토(캘리포니아 수도)로 보내는지를 망각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성소수자 입법회도 “우리는 뉴섬의 발언에 역겨움과 좌절감을 느꼈다. 모든 학생들은 스포츠 활동의 학업 및 건강상의 이점을 누릴 자격이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트럼프의 트랜스젠더 지우기 행정명령
트럼프는 2024년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 민주당 후보 해리스가 2019년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세금으로 수감자를 위한 성별 확인 수술을 받도록 하는 데 찬성했다는 광고를 게재했다.
해리스는 자신의 입장이 당시 트럼프 정책과 일치한다고 반박했다. 이 광고는 “해리스가 트랜스젠더 여성들이 스포츠에서 우리 소녀들과 경쟁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주장했다. 선거 운동 기간 동안 트럼프는 트랜스젠더 여성의 여성육상경기를 금지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 취임 이후 트럼프는 미국인의 삶에서 트랜스젠더를 지우려는 조치를 취했다. 그는 연방 LGBTQ 온라인 정책에서 트랜스젠더를 뜻하는 T를 삭제하고,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금지하도록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트랜스젠더 여성과 소녀들이 여성스포츠에서 경쟁하는 것을 금지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했으며,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연방 기관이 학교에 대한 자금 지원을 보류하도록 지시했다. 하루 뒤 NCAA는 그러한 금지령을 제정했다. 현재 20개 이상 주에서 트랜스젠더 운동선수가 학교 스포츠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 문제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지만 많은 의원들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트럼프의 행정명령과 매우 유사하게 트랜스젠더 여성과 소녀들이 여성스포츠 팀에서 경쟁하는 것을 금지하는 공화당의 법안을 막아내면서 “공화당이 소수의 취약한 아동 집단을 표적으로 삼아 정치적 이득을 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다수 여론 트랜스 운동선수 제한 지지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대다수가 트랜스젠더 운동선수에 대한 일부 제한을 지지한다. 지난주 발표된 퓨 리서치센터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6%가 트랜스젠더 선수들이 출생 시 지정된 성별과 일치하는 팀에서 경쟁하도록 요구하는 정책을 지지하겠다고 답했다. 이는 2022년의 58%에서 증가한 수치다.
지난 1월 뉴욕타임스와 입소스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원의 2/3 이상을 포함해 미국인의 80%가 트랜스젠더 여성의 여성스포츠 출전을 허용하는 것에 반대했다.
지난해 캘리포니아의 보수적인 지역의 교육위원회가 아이가 학교에서 다른 성별 정체성을 보일 경우 교육자가 부모에게 알리도록 하는 정책을 통과시켰을 때 뉴섬은 그러한 규칙을 금지하는 주법에 서명했다. LGBTQ 지지자들은 이 법을 환영한 반면 보수주의자들은 이 법이 부모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양육권 분쟁을 주재하는 판사에게 자녀의 성 정체성에 대한 부모의 지지를 고려하도록 요청하는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LGBTQ 활동가들과 결별했다.
학생들이 자신의 성 정체성에 맞는 스포츠팀에서 뛸 수 있도록 허용하는 캘리포니아 법은 2013년 당시 민주당 주지사였던 제리 브라운에 의해 서명되었다. 최근 몇 달 동안 공화당 의원들은 이 법안을 뒤집기 위한 법안을 제출했지만 아직 위원회에서 심의되지 않았다. 민주당은 캘리포니아 입법부에서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LGBTQ 권리에 대한 공격으로 인식되는 법안은 뉴섬의 책상에 도달하기 전에 폐기된다.
미국 최대의 LGBTQ 옹호 단체인 휴먼 라이츠 캠페인의 회장인 로빈슨은 뉴섬의 발언은 잘못된 것이며 정치적으로 무능하다고 말했다. 로빈슨은 “평등을 위한 싸움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역사는 흔들리는 사람들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물러서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뉴섬 주지사와 전국의 모든 지도자들에게 전하는 우리의 메시지는 간단하다. 2028년으로 가는 길은 취약한 지역사회의 배신으로 포장되어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