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국익 중시의 실용외교가 해법이다

2025-03-11 13:00:01 게재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 하나하나에 전세계가 출렁이고 있다. 미국은 더 이상 눈앞의 자국 이익에 반하는 패권국 역할을 하지 않는다. 역설적으로 이면에는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슬로건 하에 세계 패권국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 숨겨져 있다.

문제는 방법이다. 세계 최강대국이 실리와 독주를 시작하면서 2차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협력과 연대의 국제질서가 와해되고 있다.

최근 전세계에 생중계된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간의 고성이 오고간 정상회담은 과히 충격적이었다. 전쟁 피해국인 우크라이나는 하루아침에 무모한 전쟁을 고집하는 평화 파괴국으로 전락했다. 미국의 군사적 지원이 중단된 상황에서 유럽과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종전협상은 러시아에게 유리한 형식으로 종결될 것은 자명하다. 협상에서 배제된 유럽은 미국의 안보 의존도를 줄여나가자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당장 뾰족한 수단은 없는 듯하다.

이제 미국의 전통적인 동맹국은 미국이냐 아니냐를 선택해야 하는 고통과 인내의 시간을 맞이하고 있다. 오랜 동맹국에도 관세폭탄을 퍼붓는 통에 안보와 경제 모두를 고민하게 됐다. 미국을 선택하면 4년 내내 트럼프의 압박에 시달려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아예 눈밖에 날 수밖에 없으니 절치부심할 수밖에 없다.

북한과의 협상 거래관점에서 전개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종전협상과 병행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해결하기 위해 하마스를 압박하고 있다. 적성국인 이란과는 핵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은 러-우전쟁, 중동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고 전선을 재정비해 대중국 압박에 올인하기 위한 것이다.

‘힘에 의한 평화’를 추구하기 위해 동맹국들과 가치연대를 포기하고 적성국까지도 끌어안는 행태를 볼 때, 북한과의 협상도 트럼프 고유의 거래적 관점에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의 국익에 결코 유리하지 않는 예측 결과가 우려된다. 최근 트럼프행정부의 실제 행보를 볼 때 예측이 빗나가지 않고 있음은 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국제질서의 개편 속에서 대한민국의 리더십 부재는 너무도 뼈 아프다. 세계 각국은 어떻게든 살길을 모색하고 있는데 국내 정치의 난맥상으로 우리 국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트럼프정부와 어떠한 협상에 나서지도 못하고 있는데 국내적으로 무분별한 해법들이 난무하고 있다. 한미동맹은 금지옥엽으로 생각하면서 한미동맹의 와해를 부를 수 있는 독자적인 핵무장을 하자는 모순된 논리 등이 그런 것들이다. 정치상황이 빨리 정리되어 새로운 리더십이 정립되고 불안정하고 무책임한 갈등 상황을 신속히 해소해 나가야 한다.

다만 어쩔 수 없이 늦은 만큼 우리에게는 오히려 상황 전개를 분석할 시간이 있다. 미일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 원칙이 재확인됐고 한미일 안보협력의 지속성이 강조된 바 있다. 한미연합훈련도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 방위비 분담금 해결에 집중하면서도 확장억제의 신뢰성 확보에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관세폭탄으로 촉발된 트럼프 발 무역전쟁의 방향타 예측은 쉽지 않다. 예측의 어려움에도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대응하는지, 정부는 대미협상과 무역정책, 기업지원을 어떻게 해나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여야 할 것없는 범정부적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최근 북한도 정중동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러 종전협상의 진행 상황, 트럼프정부의 대외정책 등을 예의 주시하면서 북미협상 전략 마련에 고심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국익의 토대 위에 융통성과 유연성 필요

트럼프 발 국제환경 변화에서 우리의 원칙과 방향은 국익 중시의 실용외교다. 덩샤오핑은 사상과 이념이 지배했던 문화대혁명의 폐해를 극복하고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잡으면 된다(흑묘백묘론)”고 했다. 실용주의 개혁개방으로의 전환은 오늘날 중국 경제발전의 모태를 이루었다.

'우클릭 좌클릭' 정치 논쟁으로 소모하기에는 정세 변화가 너무 급박하다. 국익과 가치의 토대 위에 융통성과 유연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것이 트럼프발 방정식을 푸는 현실적 해법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