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견 칼럼
“나는 왕이로소이다” 트럼프, 광대로 전락 조짐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왕이여, 영원하라!”고 적었다. 백악관은 즉각 금색 왕관을 쓴 트럼프 그림을 SNS에 올렸다. 스스로 황제에 등극했던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처럼 트럼프 역시 “나는 왕이로소이다”라며 셀프 즉위식을 치른 것.
실제로 그는 취임후 절대제국의 왕처럼 행동했다. 캐나다 가자지구 아일랜드 파나마운하 등을 미국 땅으로 만들겠다는 제국주의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고, 전세계를 향해 25% 보복관세라는 철퇴를 거침없이 휘둘렀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옆에서 미국공무원을 초법적으로 대량 해고하는 등 열심히 박자를 맞추었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한 날은 지난 1월 20일. 그로부터 채 석달도 안돼 트럼프는 ‘왕’에서 ‘광대’로 내려온 모양새다. 베릴 하월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한 공무원이 제기한 복직 소송에서 원고 승소를 판결하면서 “미국 대통령은 왕이 아니다"라고 끊어말했다. 그러면서 “스스로를 ‘왕’이나 ‘독재자’라는 이미지로 내세우고 있는 대통령은 미국 헌법 2조에 따른 대통령의 역할을 근본적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다”며 트럼프의 무지를 호되게 꾸짖었다.
'트럼프 관세' 불확실성에 반기 든 시장
더 큰 반격은 ‘시장’에서 왔다. 트럼프의 25% 보복관세에 당혹한 것은 미국시장에 수출하던 외국들뿐 아니라, 미국기업과 소비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보복관세로 수입물가가 대폭 올라가면 기업들은 제품가격 인상이 불가피해 이익이 줄고 소비자들은 최종적으로 덤터기를 써야 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빅3’ 대표 등이 트럼프를 찾아가 호소했으나 잠시 시장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듯 하다가 ‘강행’을 선언했다. 그는 급기야 9일 경기침체가 오더라도 보복관세를 강행하겠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다음날인 10일 월가는 트럼프의 ‘오기’에 ‘투매’로 답했다. 이날 다우지수는 2.08%, S&P500지수는 2.69%, 그리고 나스닥종합지수는 무려 4.00% 폭락했다. 나스닥 낙폭은 2022년 9월 이후 2년 6개월 만에 최대였다. 이날 하루에만 미증시에서 4조달러가 증발했다.
특히 머스크의 테슬라가 시장의 집단린치를 당했다. 테슬라 주가는 무려 15.43%나 폭락한 222.15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종가는 트럼프 당선 후인 작년 12월 17일 사상 최고치인 479.86달러까지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반토막 이상 난 것이다. 이날 하루사이에만 테슬라 시총은 1303억달러(190조원)가 쪼그라들었다. 머스크의 순자산도 작년 12월 17일 4860억달러까지 폭증했으나 최근 주가 폭락으로 대선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테슬라는 지금 전세계 ‘공적 1위’로 등극한 상태다. 유럽 최대 시장인 독일에서 지난 1~2월 테슬라 신차 등록 대수는 작년보다 약 70% 급감했으며, 지난달 중국 상하이 공장의 테슬라 출하량은 49% 감소했다.
미국에서는 테슬라 차량과 매장, 충전소 등을 겨냥한 방화·총격 등 공격이 연일 잇따르고 머스크가 인수한 X는 사이버공격으로 마비되기도 했다. 머스크는 "이건 미친 짓"이라고 반발했으나, ‘머스크 리스크’에 테슬라 투자자들은 공황 상태다.
"코인 대통령이 될 것"이라던 트럼프 집권에 환호했던 가상화폐 시장도 함께 패닉에 빠져들었다. 이날 코인 대장주인 비트코인 개당 가격은 8만달러선이 무너져 7만8000달러선까지 급락했다. 트럼프 취임일이던 1월 20일 10만9000달러선을 넘어 11만달러에 육박했던 것과 비교하면, 석달도 채 안돼 30%가 폭락하며 1조달러 이상 증발했다. 코인이 더 떨어질 것이란 관측에 지금 코인 투자자들은 떨고 있다.
유럽의 경제석학 자크 아탈리는 미국대선 직전 트럼프의 보복관세에 대해 "관세의 부정적인 영향은 성장세를 약하게 해 커다란 재앙, 즉 미국의 파산을 가져온다는 것"이라며 "이것이 바로 중국이 트럼프를 선호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미국 붕괴를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판단, 중국이 내심 트럼프 당선을 염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일거수 일투족 예의 주시해야
우리나라 젊은세대도 주식과 코인에 열중하고 있다. 극심한 양극화 속에서 "티끌 모아 태산"식의 고전적 재테크로는 제집 마련도, 결혼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 젊은이들도 ‘트럼프 리스크’에 완전 노출돼 있는 것이다. 시장의 거센 반격에 트럼프는 이처럼 취임후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과연 계속 오기로 맞설지, 아니면 슬그머니 물러설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트럼프야말로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이라는 사실이다.
그의 행보에 따라 세계 대공황이란 재앙이 올 수도 있다는 게 세계의 우려다. 우리도 트럼프의 일거수 일투족를 예의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특히 권력쟁취 투쟁에 여념없는 정치권이 그래야 한다. 수습불가능할 정도로 초토화된 경제를 떠맡게 되면 대승 승리는 ‘독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 위기는 유동성 위기였던 IMF 사태 때보다 몇배 심각한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