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트럼프리스크에 발목잡힌 미 통화정책

2025-03-13 13:00:06 게재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가 33개월째 보유자산을 축소(QT) 중이다. 대차대조표 축소는 금리정책 못지않게 영향력을 발휘하는 연준의 통화정책 수단이다. 대차대조표를 축소하는 규모와 시기에 따라 은행권의 대출 여력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연준의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양적긴축 종료 시점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주목하는 이유다. 연준의 총자산은 2월 말 기준 6조7800억달러 규모다. 코로나19로 인해 4조2000억달러에서 2022년 5월 말 8조9100억 달러까지 늘렸던 총자산을 2조1300억 달러나 줄인 셈이다. 이 중 1조5200억달러는 미 국채이고 나머지 4900억달러는 주택저당증권(MBS)이다.

총자산 대비 양적긴축 규모는 24% 정도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이 비중이 10%였다. 연준은 당시에도 총자산을 1조달러에서 4조5000억달러로 늘렸다가 4500억달러를 줄이는 양적긴축에 나섰다. 현재 미국의 금융시장 유동성은 충분한 상태다. 뉴욕 연준의 데이터를 보면 2월 21일 기준 채권 역 환매 규모는 690억달러 선까지 하락했다. 전성기였던 2022년 5월부터 2023년 7월 사이의 2조달러 규모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연준의 양적긴축이 막바지임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미 연준 33개월째 보유자산 축소하는 양적긴축 막바지

예금 기관이 연준에 예치한 지급준비금도 안정적이다. 은행 시스템안정을 위한 유동성에 문제없다는 신호다. 연준의 대차대조표에 금융기관 예금(지급준비금)은 부채로 잡히는 데 이게 3조2800억달러다. 미국 GDP의 10%를 넘는 규모다. 오히려 유동성과잉상태다. 뉴욕 연준의 지급준비금 수요탄력성 지수도 마찬가지다. 연방기금 금리에 대한 은행 준비금 수요탄력성은 2월 기준 거의 제로 수준이다. 은행의 준비금이 풍부하다는 의미다. 게다가 미 재무부도 연준 TGA(Treasure General Account) 계좌에 7400억달러의 현금을 보유 중이다. 연준은 보유채권 환매를 통해 시중 유동성을 회수하는 게 일반적이다. 양적긴축을 시작했던 2022년 5월부터 1년간 2조달러 규모의 채권을 환매했던 게 대표적인 사례다. 연준의 고민은 은행 지급준비금이 3조2800억달러란 점이다. 안정선인 GDP의 8%를 크게 웃도는 액수다. 여기에다 TGA 계좌의 현금까지 합치면 총 4000억달러 정도의 유동성 과잉상태인 셈이다.

따라서 현재 연준의 양적긴축 여력은 2조5000억달러 이상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유동성을 회수하기에는 변수도 많다. 양적긴축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금융시장 융자여건 변화와 화폐유통 속도 그리고 국채발행 규모나 시장의 안정성 등이다. 특히 2013년에 나타났던 긴축 발작(테이퍼 탠트럼)은 연준이 피해야 할 요인이다. 당시 금리는 제로 수준이었고 중국 등 신흥국 시장에도 동시에 충격을 가했다. 이게 글로벌 자금을 미국으로 흘러 들어가게 만들며 위기를 넘긴 사례다.

2020년에서 2024년 3분기까지도 미국으로의 자금 순 유입이 급증한 시기다. 2020년 1분기 미국의 순 투자 유입액은 11조달러 규모다. 이게 지난해 3분기에는 23조6000억 달러로 늘었다. 4년 만에 미국에 대한 투자자금 유입액이 11조6000억달러나 증가했다. 2022년 3월 연준의 금리인상 이후만 계산해도 5조3000억달러나 늘어난 셈이다. 결과적으로 연준의 금리 인상이 글로벌 자금의 미국 유입으로 이어진 모양새다. 연준으로서는 미국으로의 자본 이동이 양적긴축 정책을 오히려 신중하게 만들고 있다. 고금리 상황에서 시행한 2조달러 이상의 양적긴축은 저금리 시기였던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많기 때문이다.

한국 통화당국 세심한 관찰과 대비 필요하다

역사적으로 봐도 양적긴축의 효과는 다르게 나타나기 마련이다. 이번에도 2%~3% 대 인플레이션율에서도 고용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게 양적긴축 규모를 늘리는 데도 은행의 유동성을 풍부하게 만든 것이다. 종합하면 연준의 양적 긴축은 마무리 단계다. 채권환매 규모는 이미 제로 수준이다. 다음 단계는 은행 지급준비금 축소다. 물론 지급준비금은 연방기금 금리와의 수요탄력성이 매우 큰 만큼 손대기 힘들다. 트럼프 2기 경제정책의 불확실성도 변수다.

최근 금융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트럼프 발 경기침체 우려로 7개월 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상태다. 연준으로서는 새로운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무너진 경기를 부양해야 하는 한국의 통화 당국으로서도 세심한 관찰과 대비가 필요하다.

현문학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