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화재, MG손해보험 인수 포기
P&A 방식 우선협상대상자 반납
금융당국 “법과 원칙 따라 대응”
사실상 청산·파산 수순 돌입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이 MG손해보험 인수 계약을 포기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13일 “예금보험공사로부터 MG손해보험 인수하기 위해 자산부채이전(P&A) 거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각 기관의 입장 차이 등으로 지위를 반납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현재까지 실사를 전혀 진행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며 “더 이상 인력과 예산, 시간이 낭비되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이러한 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2022년 4월 MG손보를 부실금융기관으로 결정한 후 예보를 통해 매각에 나섰다.
MG손보 지분 95.5%를 보유한 국내 사모펀드 JC파트너스가 대주주지만 예보가 금융위의 위탁을 받아 매각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매각은 수차례 실패했다.
매각절차가 지연되면서 MG손보의 건전성 지표 등 경영환경은 지속적으로 악화됐다.
지난해 말 메리츠화재가 구원투수처럼 나타났다. 예보는 지난해 12월 9일 MG손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메리츠화재를 선정하고 실사를 추진했다.
하지만 MG손보 노동조합의 강한 저지로 실사는 진행되지 못했다. 정치권에서도 P&A 방식 매각은 메리츠에 대한 특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P&A 방식은 인수자가 우량 자산과 부채만 선별해 인수할 수 있다. 고용승계 등의 의무가 없고 부실자산 인수는 거부할 수 있다.
최근 메리츠화재측은 MG손보노조측에 인력 10%의 고용승계를 제안했으나 협상은 진전되지 않았다.
지난달 19일 메리츠화재는 예보에 MG손보 노조와의 합의를 요구하고, 조치가 없을 경우 인수를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매각을 담당한 예보의 적극적 중재가 없는 경우 인수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지난 12일 예보는 메리츠화재와 MG손보 노조, MG손보 대표관리인을 모아 고용협의를 열기로 했으나 노조 불참으로 무산됐다. 이에 따라 메리츠화재가 인수 포기 결정을 한 것이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예보는 “MG손보의 독자생존에 대해 우려가 커지고 있어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선터라 관련 조치를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MG손보 노조와 갈등을 빚던 예보는 지난 1월 “메리츠화재가 인수를 포기할 경우 (MG손보에 대한) 청산·파산을 포함한 정리 대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