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트라우마에…주자들, ‘준비된 리더십’ 고심
정치초보 윤 대통령에게 당한 국민 “제2 윤석열 안 돼”
이재명, 하라리·이재용 만나 … ‘준비된 지도자’ 부각
오세훈·김문수·홍준표·안철수·유승민 ‘풍부한 경륜’
정치초보 윤석열 대통령의 ‘황당무계한 계엄’ 시도에 화들짝 놀란 유권자들은 차기 대선에서는 ‘준비된 리더십’ ‘검증된 리더십’을 선택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국정 준비가 안 된 지도자를 선출했을 때 어떤 후과를 감내해야 하는지 절절하게 겪었기 때문이다.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여야주자들도 자신을 ‘준비된 후보’ ‘검증된 후보’로 부각시키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오는 22일 세계적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교수와 인공지능(AI)을 주제로 대담을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에 앞서 20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난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난 대선 당시 마이클 샌델과의 대담에 이어 이번에는 하라리 등 세계 석학과의 대화를 통해 차기 지도자로서 이재명만의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력 인사와의 만남을 통해 ‘준비된 리더십’ 부각을 노린다는 해석이다. 1997년 대선에 출마한 김대중 당시 후보는 거물 투자자 조지 소로스와 팝 가수 마이클 잭슨과의 화상회의를 통해 ‘준비된 대통령’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여당 주자들도 자신이 ‘준비된 리더십’ ‘검증된 리더십’이라는 걸 부각시키는 데 신경 쓰는 모습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6대 국회의원을 거쳐 4선 서울시장을 지내고 있다. 수도 서울을 네 번째나 이끈다는 점은 “안정감 있다”는 평가를 기대하게 한다. 오 시장은 최근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시정에 주력하는 모습을 통해 ‘준비된 리더십’임을 강조하고 있다. 김문수 노동부 장관은 3선 의원과 재선 경기도지사를 거쳐 장관까지 올라 풍부한 경륜을 자랑한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5선 의원과 재선 경남도지사, 대구시장을 역임하면서 경륜에 있어서는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여권 인사는 17일 “정치초보 윤 대통령에게 놀란 유권자들은 예측가능한 지도자를 뽑으려할 것이고, 그런 점에서 오 시장과 김 장관, 홍 시장은 유리한 입장”이라고 평가했다.
안랩을 창업하고 4선 의원을 지낸 안철수 의원도 ‘준비된 리더십’ 부각에 초점을 맞춘다. 안 의원은 지난달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이번에 조기 대선이 열린다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못 만든다. 바로 그 다음 날부터 일을 시작해야 된다. 저는 이미 그 일을 해 본 사람이기 때문에 인수위 없이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자부했다. 안 의원은 지난 2022년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을 지냈다. 4선 의원 출신인 유승민 전 의원은 최근 잦은 언론 인터뷰와 대학 특강을 통해 자신의 국정 구상을 밝히고 있다. 경제학 박사와 KDI 연구원 출신인 유 전 의원은 경제 분야에서는 경쟁력 있다는 평가다.
검사와 법무부 장관을 지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상대적으로 정치경험이 짧아 유권자들의 평가가 주목된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17일 친한계 유튜브 ‘언더 73’에 나와 “조기 대선이 이뤄진다고 전제할 것 같으면 한 전 대표를 능가할 만한 인물이 지금 국민의힘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다”면서도 “본인한테도 얘기했지만 윤 대통령과 뿌리(검찰 출신)가 같다는 게 제일 큰 약점”이라고 지적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