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초거대 스타트업을 키우자
지난 딥시크 충격과 한국의 진로(2월 7일자 <경제시평> 참조)에서 언급했던 인공지능(AI) 시대 한국이 잘 준비하지 못한 이유를 이야기 해 보고 싶다. 초고속 인터넷의 등장 이후 한국은 무선통신 기술의 전국망 서비스와 초고속 인터넷 기술의 상용화로 인터넷과 모바일 시대 기술의 최적화 국가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하드웨어에 치중한 나머지 소프트웨어를 성장시키지 못하는 우를 범하게 되었다. 경제시평>
소프트웨어가 집약된 것이 우리가 매일 이용하고 있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같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사회관계망서비스)다. 한국에서도 SNS의 효시로 불릴 수 있는 서비스가 2000년대 초부터 많이 나왔다. PC통신에서 시작해서 싸이월드가 한국의 SNS의 태동이었고 이제는 카카오톡, 당근마켓처럼 다양한 SNS가 있지만 안타깝게도 한국내의 서비스에 머물러있다.
다양한 SNS 나왔지만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부재로 국내서비스에 그쳐
이 서비스가 한국 내에만 머물러 있는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글로벌 서비스를 담당할 수 있는 자신들 만의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부재가 큰 원인이다. SNS는 사용자가 보고 사용할 수 있는 프론트 엔드(Front End)가 있고 그 프로그램을 실제로 작동하게 하는 백 엔드(Back End)가 있는데 이 Back End에 프로그램이 돌아가게 하는 것이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다.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는 자체로 적게는 수천대에서 많게는 수만대 규모의 서버로 구성되어 있으며,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들은 이런 데이터 센터를 전세계에 수백개 이상 운용하고 있다고 한다.
즉 이런 인프라를 만들고 이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내야지만 우리가 유튜브의 영상을 끊김없이 볼 수 있고 각종 댓글, 슈퍼챗도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컴퓨터들은 자체로 워낙 규모가 크고 다양성이 많아서 기술의 개발과 집약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복잡하고 변수가 많다. 이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인프라를 만들고 서비스를 하면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사이클을 반복해봐야 한다.
한국은 이런 기술 연마, 고도화의 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AI의 3요소는 빅데이터(Big Data), 슈퍼컴퓨터 그리고 알고리즘이다. 글로벌 SNS 기업들은 매일, 매 시간, 매초 쌓여가는 빅데이터가 있고, 이미 글로벌하게 운영하고 있는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서 동작하는 컴퓨터들이 있었다. 이 기반이 있으니 자연히 알고리즘 개발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이 되는 것이다.
중국은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하고 딥시크같은 스타트업이 나오게 됐을까. 중국은 일찍부터 클라우드 컴퓨터의 중요성을 알고 이 산업을 전략적으로 키워왔다. 구글, 유튜브 같은 서비스를 차단한 채 자국의 인터넷 서비스 산업을 키웠다. 그렇게 성장한 회사가 알리바바, 텐센트 같은 회사들이며 이 회사들은 대용량의 클라우드 컴퓨터를 기반으로 글로벌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중국정부는 한걸음 더 나아가서 2010년대 중반부터 항저우시를 알리바바와 협력해 스마트 시티화 하는 프로젝트를 만들면서 미국의 SNS를 기반으로 한 빅테크 기업들이 가질 수 없는 도시에서의 사람 차량 대중교통의 흐름 같은 데이터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딥시크가 항저우에서 탄생한 스타트업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AI 추격자인 한국 스타트업 작게 시작한다 통념 깨야
한국은 AI 추격자다. 그리고 새로운 성장 전략을 펼쳐야 한다. 바로 초거대 스타트업을 키워야 한다. 스타트업은 작게 시작한다는 통념을 깨야 한다. 이미 기술이 성숙해서 글로벌 산업화된 영역에 도전하는 기업들은 그 자체가 거대해야 한다. 이유는 경쟁자들이 이미 글로벌 초거대 기업들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