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푸틴 “에너지·인프라 휴전”

2025-03-19 13:00:38 게재

‘30일 부분 휴전’에 미·러·우크라 원칙적 공감 … 미·러 관계개선 추진도 합의

18일(현지시간) 쿠르스크 지역 수자 지구에서 체첸 아흐마트 대대의 한 전투원이 우크라이나군이 점령했다가 최근 러시아군이 탈환한 카자흐야 록냐 마을의 파괴된 가옥을 지나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에너지 및 인프라 시설에 대한 상호 공격을 30일간 중단하는 방안에 원칙적으로 뜻을 같이 했다. 이에 대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일단 찬성의 뜻을 나타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통화 후 SNS에 올린 글에서 이번 통화에 대해 “매우 좋았고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했고, 크렘린궁은 “상세하고 솔직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30일 부분 휴전 추진 소식에 국제유가는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66.90달러로 전장 대비 1.01% 하락했다. ICE 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도 배럴당 70.56달러로 전날 대비 0.72%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이날 90분 가량 이어진 통화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30일간 에너지 인프라 시설에 대한 공격을 서로 중단하는 데 합의했다고 크렘린궁이 텔레그램 성명을 통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제안했고, 푸틴 대통령이 긍정적으로 반응하며 즉시 군에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공격 중단 명령을 내렸다고 크렘린궁은 설명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제안한 ‘30일 전면 휴전안’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휴전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문제와, 우크라이나의 동원 및 재무장 가능성에 대한 우려 등 문제가 있다는 점을 거론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보도자료에서 두 정상이 에너지 및 인프라 분야 휴전에 합의하는 한편, ‘흑해 해상에서의 휴전 이행과 전면적 휴전 및 영구 평화에 관한 기술적인 협상’을 중동에서 즉시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30일 부분 휴전을 시작으로 전면 휴전까지 단계적 추진에 합의했다는 점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양측의 발표에선 미묘한 차이도 발견된다. 러시아측은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휴전’이라고 표현한 반면 미국은 ‘에너지와 인프라에 대한 휴전’이라고 밝혔다. 글자대로만 보면, 러시아는 정유시설과 송유관 등 에너지와 관련된 인프라에 대한 공격 중단을 언급한 것이고, 미국은 그뿐 아니라 다른 인프라 시설도 휴전 대상에 포함된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취재진에게 “에너지 및 인프라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자는 제안을 찬성한다”면서 “러시아가 (미·러의 휴전 제안을) 지킨다면 우리도 그럴 것이다. 미국은 보증인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러 두 정상은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훈풍이 불고 있는 미·러 관계 개선에 대해서도 뜻을 같이했다.

백악관은 “두 정상이 미국과 러시아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힌 뒤 “미국과 러시아 관계가 개선된 미래에는 큰 이점이 있다는 데 동의했다”며 “여기에는 평화가 달성됐을 때의 막대한 경제적 합의와 지정학적 안정이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크렘린궁도 “양국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상호 관심이 표명됐다”면서 “양국이 협력을 구축할 수 있는 광범위한 분야가 검토됐다”고 밝혔다. 크렘린궁은 특히 경제와 에너지 분야에서 호혜적 협력을 발전시키는 여러 제안이 논의됐다고 덧붙였다.

두 정상은 또 주로 핵무기를 의미하는 ‘전략무기’ 비확산 관련 협상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이와 함께 두 정상은 전략무기 확산을 중단시킬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으며, 전략무기 확산 중단을 최대한 넓게 적용키 위해 다른 당사자들과 관여하기로 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미러간 군축·비확산 관련 협상에 중국을 포함시키겠다는 의미다.

백악관은 두 정상이 중동의 충돌 방지와 잠재적 협력에 대해서도 논의했으며, 이란이 이스라엘을 파괴하려는 입장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견해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파병된 북한군 문제가 논의됐는지 여부는 양측 발표문에 포함되지 않았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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