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건설업 현장, 대형보다 5배 위험

2025-03-20 13:00:02 게재

관리인력·역량 부족 … “안전보건교육 개선, 건설공사 발주자 의무 법제화해야”

중소규모 건설업의 재해예방을 위해서는 제한적 관리 인력과 역량을 고려한 비효율적인 법령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산업안전상생재단(재단)은 19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중소건설업 재해예방을 위한 법령 및 제도개선 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토론회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안호영 의원(더불어민주당)·우재준 의원(국민의힘)이 공동 주최하고 재단과 한국건설안전학회가 공동주관했다.

우재준 의원실에 따르면 2021년~2025년 2월 기준 건설업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13만2483건 가운데 70%에 달하는 9만3609건이 중소건설업(299인 미만 규모)에서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재욱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발제에서 “중소규모 건설사들이 진행하는 현장들이 5배 이상 위험하다”며 “우리나라 제도 개선의 방향은 이 중소규모 건설업과 현장의 중대재해 저감이 핵심 목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국내 건설시장에서 50억원 미만 또는 공사기간 1년 미만 중소규모 현장의 비중은 공사금액 기준 전체의 33% 수준이지만 현장 개수는 93%(12만개)에 달했다. 1억원 미만 초소형 현장을 제외하더라도 현장 개수는 62%(8만여개), 공사금액은 32%(70조원)를 차지했다.

정 교수는 “중소건설업 현장은 대형 현장과 비교해 매우 짧은 공사기간과 압도적으로 많은 현장 개수를 차지하지만 대형 건설현장과 동일한 생산 프로세스와 관리를 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면서 “대형 건설현장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한 관리인력과 상대적으로 부족한 관리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례로 관리인력 기준이 연간 공사비 2억~30억원 당 1명 또는 공동주택 200가구 당 1명이다. 겸직을 포함하면 1~3인이 시공 품질 원가 안전 등 종합적인 업무를 수행한다. 대형 건설업에 비해 본사 전담 또는 지원조직이 미흡하고 프로젝트별 관리인력은 단기채용하고 있는 현실이다.

정 교수는 원·하수급자 간 모호한 안전책임 분담, 불충분한 산업안전보건관리비 지급, 위험성평가 절차의 비효율성 등을 지적했다.

정 교수는 “현장 이동이 잦은 근로자들이 많은 만큼 중복되는 교육을 받지 않도록 하고 서류를 위한 교육이 아닌 실효성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며 “중소규모 현장의 제도 이행력 제고를 위해 현장투입 자격 요건확보를 위한 안전보건교육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제도개선으로 △중소규모 건설업의 안전역량 상향 평준화 △계획된 안전예산과 산업안전보건관리비의 예비비 전환 △현장 안전보건 서류 간소화 등을 제언했다.

이용수 건설안전학회 부회장(이디엘건설안전연구소 대표)는 두번째 발제에서 “고용노동부와 국토교통부가 보다 명확한 기준을 통해 현장 안전관리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며 “안전관리계획서의 공종별 세부 안전관리계획의 필수확인점(Hold Point)제도를 법제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중대재해처벌법’에 건설공사 발주자와 건설기술진흥법 위반 사고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은 “중대재해는 위험한 공법 선정, 안전한 시설이 없는 설계가 원인이지만 근본적인 조치가 설계에 미반영되고 있다”며 “중대재해법에 건설공사 발주자의 의무를 포함시켜 사업주의 기술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안홍섭 한국건설안전학회 회장 주재로 열린 토론에서는 황효정 고용부 건설산재예방정책과장, 문영휘 현대아산 팀장, 최웅길 삼호개발 부장, 배경민 강동구청 건축안전센터 주무관, 홍성호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동근 재단 전문위원 등이 참석했다.

안경덕 재단 이사장은 “이번 토론회로 건설업계의 구조적인 안전관리 문제점을 점검하고 실효성 있는 개선방안과 원·하청 상생협력 모델이 도출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홍섭 회장은 “건설사고의 심각성을 공감하며 국회와 정부가 협력해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재단은 국내 중소기업의 안전보건 역량 강화와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현대자동차그룹 6개사가 출연해 2022년 10월 설립한 국내최초 산업안전보건 전문 공익법인이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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