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반대” 목소리 커져

2025-03-21 13:00:00 게재

이번에도 무산되면 한국 증시 좌초 … 실물경제 악화

민주당·소액주주 등 시민사회단체, 공개 성명서 발송

이복현 금감원장, 개정 반대 한경협에 공개 토론 제안

소액주주 시민사회 단체들의 ‘상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반대’ 촉구가 잇따르고 있다. 이번에도 상법 개정이 무산되면 한국 증시는 좌초되고 실물경제는 악화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상법 개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은 상법 개정안 즉시 공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상법 개정안에 대한 권한대행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상법 개정에 반대하는 재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에 공개 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가 충실해야 하는 대상을 기존의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넓히고, 상장 회사의 전자 주주총회 도입을 의무화하는 조항 등을 담고 있다. 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정부로 개정안 이송 = 21일 법제처는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을 정부로 이송할 예정이다. 국회에서 의결된 법안은 정부에 이송된 후 15일 이내 대통령이 공포해야 한다. 때문에 이날 상법 개정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최 대행은 다음 달 5일까지 재의요구권을 행사할지도 결정해야 한다. 상법 개정안에 대한 찬반이 팽팽하게 맞선 가운데 최 권한대행의 10번째 거부권 행사 법안이 될지, 상법개정안이 공포될 지 주목된다.

20일 더불어민주당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 TF는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상법 개정안 공포를 촉구했다. 특히 TF는 “윤석열 대통령, 최상목 권한대행,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찬성하고 추진했던 사안”이라며 “소액주주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상법 개정은, 2024년 1월 17일 민생토론회에서 윤석열 정부의 과제로도 설정됐다”고 강조했다.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는 이날 ‘상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반대 의사 성명서’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등기 우편으로 발송했다고 밝혔다. 성명서에는 개인투자자 1만3056명이 참여했다. 액트는 최근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를 두고 여러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정작 주식시장의 핵심 주체인 개인투자자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해 서명 운동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액트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상법 개정이 필수인 상황에서 거부권 행사로 무산되면 한국 시장 발전이 다시 한번 좌초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또한 18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거부권 행사가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서한을 보냈다. 한투연은 “최근 재계 및 경제단체와 국민의힘은 상법 개정안이 기업에 족쇄를 채우는 나쁜 법이라며 거부권 행사를 압박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이사충실의무는 주주간 이해 상충이 발생할 때 특정 주주 편을 들지 말라는 게 주된 내용이므로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 및 투자가 위축된다는 건 잘못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상식이 통하는 자본시장으로 출발 = 상법 개정안 논의는 지난해 5월 윤석열 대통령이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하면서 시작됐다. 현재 야당이 주장하는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와 같은 취지로 제안한 내용이다. 최 권한대행도 당시 관련 내용을 공청회 등을 통해 논의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상법 개정안은 세계 기준을 따라가는 것으로 재의요구권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여당 국민의 힘 거부권 행사 요구에는 “직을 걸고서라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20일에는 상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한경협에 공개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상법 개정안의 경제 영향을 따지자면 오히려 글로벌 기준을 따라가는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보면 자원의 효율적 배분, 경쟁 촉진, 혁신 효과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또한 “이사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까지 확대하는 상법 개정은 지극히 헌법적이며 전혀 정파적인 내용이 아니다”라며 “이번 상법 개정안 통과는 지배주주 이익을 위한 편법의 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전체 주주를 위한 주식회사라는 상식이 통하는 자본시장으로 가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증권가에서도 상법 개정안의 본질적 의미는 단순히 주주권 강화를 위한 ‘주주 중심주의’가 아니라, 한국 자본시장이 선진화되고 정상화되기 위한 필수적이고 역사적인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이경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상법 개정안의 핵심은 단순한 주주 중심주의가 아니라 지배주주의 사적 이익 극대화로 인한 일반주주의 피해 문제를 해결하고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개정안을 통해 이사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일반주주 권익이 충분히 고려되고, 주식시장 전반의 투명성과 신뢰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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