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기준연령 상향 논의
65세 노인연령 기준, 70세 이상으로 올려야 하나
건강수명 73세로 늘어나 정년-연금 연계 조정 필요 … 부처별 노인대상 사업 기준 다양, 복지 축소 우려도
2024년 12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현재 65세인 노인기준연령을 상향하자는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노인기준연령 상향 논의는 고령화 심화와 기대수명 연장에 따라 수차례 제기됐다. 하지만 관련 복지제도와 정년 등 연관된 문제가 많아 본격적인 논의로 진척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노인의 주관적 인식 연령이 71.6세(2023년 기준)로 나타나고 있는 데다, 2024년 10월에 대한노인회가 노인기준연령을 75세로 조정할 것을 공식적으로 건의하면서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2025년 2월, 보건복지부는 노인기준연령 상향 추진을 표명하였다. 기획재정부 중장기전략위원회에서는 노인복지를 감안한 노인기준연령 조정 논의를 본격화할 것을 제안했다. 국회도 노인기준연령을 2035년까지 70세로 상향하자는 내용의 노인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연령은 정책 대상자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라는 점에서 소득·복지 공백이 최소화되도록 정책 수요자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회를 비롯해 범부처 차원에서 공적연금 제도를 통한 소득보장, 노동정책(고용 유지, 임금체계 개편, 세제·재정 지원 등), 기타 관련 제도들을 종합적으로 정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관련해 노인기준연령 상향 논의와 과제들을 살펴본다.
노인기준연령 조정은 현행 사회보장제도의 재정 부담 증가의 측면에서만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이윤경 국회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 입법조사관은 최근 제2338호 이슈와 논점에 게재된 ‘노인기준연령 상향 논의와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 “노인기준연령 조정은 △공적연금 제도의 연금수급개시연령 상향 △고용 유지, 임금체계 개편, 세제·재정 지원 등 고용정책 △기타 복지제도의 지원 내용을 세심하게 고려해 체계적으로 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국회와 범부처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대책을 마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 사업별 노인기준 50~70세 다양 = 우리나라 법·제도에서 ‘노인’이라는 용어를 흔히 사용하고 있다. 현행법상 노인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는 없다.
‘노인복지법 제26조의 경로우대 조항’을 준용해 ‘65세 이상의 자’를 노인으로 간주한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던 기준과 함께 노인복지법이 제정된 1981년 당시의 기대수명이 66.7세였던 점을 고려한 바 있다. 그리고 65세 기준은 독일 비스마르크 재상이 1889년 노령연금 제도를 도입하면서 설정된 바 있고 국제연합(UN)에서 이 기준을 채택해 고령지표 산출에 적용하면서 현재 많은 국가들이 65세를 노인의 기준연령으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이나 기초연금 경우에도 ‘65세 이상’으로 대상자를 규정하고 있다.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19조에서는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의하고 시행령 제2조에서 ‘고령자’를 55세 이상인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처럼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들은 대체로 연령을 기준으로 하고 있으나 그 기준은 사업별(표)로 상이하다.
기초연금, 노인일자리 사업, 노인맞춤돌봄서비스 등의 노인 대상 복지사업은 보건복지부 소관이다. 고용노동부는 고령자 고용장려금 사업, 고령자 일자리사업, 재취업지원서비스, 고령자인재은행 등의 사업을, 행정안전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지역공동체일자리 및 공공근로 등의 사업을, 농림축산식품부는 고령자를 대상으로 농촌 왕진버스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같이 현재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들이 정책 공급자의 입장에서 부처별로 분절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노인기준연령 조정에 대한 논의는 관련 부처들이 긴밀하게 협력해야 하는 사안이 된다. 나아가 국회도 정책 수요자의 입장에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정책대안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사회복지재정 지속가능성과 복지 축소 = 노인기준연령을 상향하면 각종 이전 노인복지서비스의 대상자가 감소하게 된다. 이 때문에 향후 복지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인다. 하지만 보편적 복지 축소나 선택적 복지로 전환 등이 불가피해 복지공백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고령화 심화로 복지 분야 의무지출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현행 법·제도를 유지할 경우 향후 국가재정이 위험하다고 지적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25~2072년 NABO 장기재정전망’에서 복지 분야 의무지출이 2025년 185조3000억원(GDP 대비 7.0%)에서 2072년 503조3000억원(GDP 대비 11.9%)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노인기준연령 상향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주요 배경이다. 특히 보건복지부의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2023년) 결과 2055년에 기금 소진, 국회예산정책처의 장기재정전망(2025년) 결과 2057년에 국민연금 기금 소진이 전망되는 등 제도의 지속가능성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연금개혁 논의로 이어졌다.
국제통화기금(IMF)는 ‘한국의 연금모수개혁 옵션’보고서(2024)를 통해 연금개혁을 하지 않으면 2070년 부채가 GDP의 2배가 될 것으로 경고하며 은퇴연령을 높이고 연금수급개시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늦추는 방안 등을 권고했다.
또한 노인기준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상향하면 연평균 기초연금 지출 절감분(2023~2024년)이 약 6조5000억원이라는 추계 결과가 공개되면서 관련 논의가 가속화되고 있다. 절감한 재정으로 복지 필요성이 높은 집단에 충분한 복지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노인의 지하철 무임승차와 관련한 만성적자 문제도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2024년 총선의 주요 공약에 ‘지하철 무임승차 폐지’가 포함된 바 있다. 서울교통공사(1~8호선)의 노인 무임승차를 포함한 무임수송 손실액은 2020년 2643억원에서 2024년 4135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대구시 경우 2023년 조례 개정을 통해 2028년까지 지하철과 버스 무임승차 연령을 70세로 상향 조정했다. 당시 노인의 이동권 보장과 재정안정성 확보 측면에서 반응이 엇갈렸다.
◆소득 공백으로 인한 노년기 빈곤 심화 = 노인기준연령 상향으로 정책의 수혜기준이 조정되면 필연적으로 소득·복지 공백이 발생하여 노인빈곤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도 논란의 대상이다. ‘주민등록 인구통계’ 2025년 2월 기준으로 다른 지원조건을 제외하고 단순히 연령만을 기준으로 산출하면, 65세에서 70세로 상향할 경우 최대 약 365만명이, 75세로 상향 시 최대 약 610만명이 각종 사회보장정책의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2025년 현재 노동시장 은퇴 시점(법적 정년 60세)과 연금수급개시연령(63세) 간 불일치로 최소 3년의 제도적 소득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통계청의 ‘2024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고령층(55~64세) 취업 경험자 중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를 그만 둘 당시 평균연령은 52.8세로 법적 정년에 비해 매우 이르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소득 공백은 더욱 크다.
게다가 제1차 연금개혁(1998년)에 따라 2033년까지 연금개시연령이 65세로 상향될 예정이다. 소득 공백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이 OECD 최상위권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노인기준연령 상향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정년 연장 또는 폐지, 정년 후 재고용 등의 방안이 다각도로 논의되고 있다.
올해 3월 국가인권위원회는 국무총리·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법적 정년을 65세로 상향할 것을 권고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도 사회적 대화를 통한 노사정간 공감대를 기반으로 정년연장이나 폐지, 계속고용 활성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현행 유지하면 2054년 이후 사회부담 최고 수준 = 노인기준연령을 65세로 유지할 경우 2054년 이후 우리나라의 노인부양 부담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생산가능인구(현재는 15~64세) 확보가 절실한 실정이다. 하지만 유례없는 저출산 결과 생산가능인구를 확보하기란 쉽지 않다.
노인 기준연령을 현실화 필요성이 제기된다. 통계청 ‘국민 삶의 질 2024’ 한국인의 ‘건강수명’은 2023년 기준 72.5세로, 2000년 기준 66.6세보다 약 5년 늘어났다. 2011년의 65세와 2023년 72세의 건강노화지수가 거의 비슷하다고 보고된 바 있다. 결국 노인기준연령 상향 논의는 생물학적 변화를 고려한 ‘현실화’ 및 사회적 의미에서의 ‘노인’의 재정의와 깊이 연관된다.
건강한 노인을 생산가능인구에 포함해 노년부양비를 감소시키고 노동력을 확보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2023년 기준 총인구에서 제1차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가 705만 명(13.7%), 제2차 베이비부머(1964~1974년생)가 954만명(18.6%)으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령층의 평균 근로희망 연령이 73.3세로 나타나고 있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따라서 신노년 또는 액티브 시니어로 표현되는 ‘건강한 노인’이 계속 노동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과 연결돼 노인기준연령 상향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한편 고령자가 주된 일자리 이후 재취업 일자리를 여러번 이행하면서 일자리의 질이 하락하고 구직기간이 소요되는 문제가 지적된다. 게다가 고령자의 노동시장 잔류가 오히려 청년고용을 축소 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노인인력을 생산가능인구에 편입시키는 방안이 세대 간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일본 독일, 고용·연금제도를 연령조정과 병행 = 일본은 경제·사회의 활력을 유지하기 위해 고령자를 근로 인구에 포함해 노동력을 활용하는 정책을 일찍이 시행했다.
1971년 이후 관련 법을 수차례 개정해 65세까지 ●정년연장 ●정년제 폐지 ●계속고용제도 도입 의무화, 70세까지 ●타 기업에 취업지원 ●창업지원 ●프리랜서 계약, 사회공헌활동 지원 권고 등을 통해 고령자의 노동에 대한 유인체계를 재설계했다. 정부의 고령자 임금 지원 정책 등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는 연금수급개시연령의 상향 조정과 맞물려 이뤄졌다. 법적 정년 60세를 유지하면서 65세 또는 70세까지 노동시장에 머무를 수 있도록 해 연금 수급 시기를 늦출 수 있는 환경을 함께 마련한 게 핵심이다.
이러한 결과로 일본 연령별 취업률은 2023년 기준 15~64세 81.1%, 65~69세 53.5%, 70~74세 34.5%, 75세 이상 11.5%로 나타나고 있다.
독일은 급격한 고령화에 대응해 고령 근로자의 은퇴를 늦춰 고용을 활성화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인구변동에 따른 연금수급개시연령의 조정 및 연금재정의 강화를 위한 법률’(2007년 4월)을 제정해 연금수급개시연령을 65세에서 2029년까지 67세로 단계적으로 상향하고 조기노령연금도 60세에서 63세로 상향 조정했다.
독일은 고용보험 연계형 점진적 퇴직제도를 통해 고령 근로자가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경우 노사 합의에 따라 감소한 임금을 지원해 전일제 근로에서 파트타임 근로로 전환하도록 했다.
고령자의 파트타임 근로를 수용하고 그 자리에 실업자나 직업훈련자를 채용하는 기업에게는 정부가 법률로 정한 비용을 보전한다. 고령 근로자가 조기 은퇴하는 것을 방지하면서도 노동시간을 단축하여 생활방식을 조정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