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계산법, 점성술로 천문학하자는 것”
로런스 전 재무장관 맹비난 CEO들 “관세정책 큰 실수”
전세계 무역판을 뒤흔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가 주먹구구식 계산법을 사용한 데다 발표 과정에서도 어처구니없는 혼선을 보여 안팎에서 “경악스럽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국의 상호관세율을 놓고 백악관이 25%와 26%를 오락가락하다 뒤늦게 25%로 정정해 비판을 자초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 때 사용한 도표와 공식 행정명령 문서에 다른 수치가 사용돼 큰 혼선을 빚었다.
더 큰 문제로 지적받는 건 각국별 상호관세율을 산출할 때 적용한 계산법이다. 백악관은 상대국의 관세와 각종 비관세 무역 장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산했다고 설명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상대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적자액을 그 나라로부터의 총 수입액을 나눈 비율을 해당 국가가 미국산 상품에 적용하는 관세율이라고 규정한 뒤 그의 절반 수준에 해당하는 수치를 상호관세율로 정했다.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율 25%도 이런 어처구니없는 계산법으로 도출됐다. 지난해 미국이 한국에서 본 상품수지 적자액 660억달러를 미국의 한국상품 총수입액(1315억달러)로 나눠 50.2%의 백분율 수치를 구했다. 이 비율이 한국이 미국에 대해 적용하는 관세율이라는 주장이다. 이를 2로 나눠 산출한 25%가 한국에 적용된 상호관세율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은 “말도 안 되는 방법(nonsensical method)”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3일(현지시간) “점성술로 천문학을 설명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머스 전 장관은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트럼프 정부의 이같은 상호관세율 계산법을 “보호주의 경제학을 믿는다고 해도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서머스 전 장관은 관세 데이터를 사용하지 않은 채 상호 관세를 도출한 ‘경제학’을 “창조론으로 생물학을, 점성술로 천문학을 각각 설명하려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내가 속한 행정부에서 진지한 분석에 근거하지 않거나 해로운 정책을 추진했다면, 나는 항의의 뜻으로 사임했을 것”이라고 트럼프 정부 관료들을 직격하기도 했다.
그는 빌 클린턴 정부에서 재무장관(1995~1999년)을,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2009~2011년)을 각각 역임한 바 있다.
우려의 목소리는 미 재계에서도 커지고 있다.
혁신기업 투자자로 유명한 브래드 거스트너(52) 알티미터 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너무 지나치다는 걱정을 업계에서 공유하고 있다”면서 “(정책을) 조정하지 않으면 미국 경제에 지속적이면서도 연쇄적인 해를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고 CNBC 방송이 보도했다.
거스트너 CEO는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한 10명의 CEO와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그들은 모두 관세 정책이 큰 실수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누구와 대화했는지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는 통상 애플, 뱅크오브아메리카, 보잉, 페덱스 등 각 산업 분야 대기업 CEO가 자리한다고 CNBC는 전했다.
거스트너 CEO는 트럼프 정부에서 내놓은 관세 전략은 보다 공정한 글로벌 무역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보호무역주의처럼 여겨진다”고 덧붙였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