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철 소설가 기념공간서 주말마다 인문학 강좌
인근·지방 지자체 주민까지 발걸음 호응 커
다양한 공간 활용해 지역 전체가 ‘문예부흥’
서울 양천구 목동 주민 신정애(61)씨는 매주 토요일 남편과 함께 은평구로 향한다. 대조동 이호철북콘서트홀에서 소설가와 시인 등을 초대해 진행하는 인문학 강좌 ‘문예북(Book)흥’ 때문이다. 그는 “편안하고 세련된 공간에서 매주 굉장한 기쁨을 안고 간다”며 “이사 오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문화 분야 변화 통해 밝은 내일 준비 =
4일 은평구에 따르면 구는 올해 ‘문화와 예술을 선도하는 풍요로운 도시’를 선언했다. 김미경 구청장이 연초부터 세가지 변화를 통해 구의 역량을 키우고 주민들이 성취감을 맛보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문화분야 변화가 그 중 한 축이다. 김 구청장은 이를 통해 더 밝은 내일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토요일 오후마다 열리는 문예북흥은 확 달라진 은평구 문화를 엿볼 수 있게 하는 대표적인 사업이다. 불광동에서 50여년간 거주하며 작품을 써왔던 작가의 문학활동과 통일에 대한 염원을 기리기 위해 마련한 공간에서 ‘책을 통한 은평의 문예부흥(르네상스)’을 꾀한다. 지난해 11월 정식 개관과 함께 52주에 걸친 계획을 내놨다. 구는 “은평구는 과거 기자촌을 중심으로 이호철 작가를 비롯해 많은 문인들이 거주했고 현재 진관동에 국립한국문학관을 건립 중”이라며 “문학역사에 있어서 중요한 곳인 만큼 과거 문학의 향기를 되살리자는 취지로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강남쪽으로 치우쳐 있는 문화 불균형을 해소하고 은평구가 서울 서북부 문화 거점으로 자리잡도록 한다는 의미도 있다.
단순히 문학에만 국한하지는 않는다. 미술 음악 한문화 건축 등 10여개 분야에서 활동하는 인사를 초청해 강연에 이어 관객과 대화시간을 마련한다. 책을 통해 다양한 문화예술을 접한다는 의미가 있다. 현기영 소설가를 시작으로 황지우 시인, 안도현 시인, 유홍준 교수 등이 찾았다. 이달에는 김현철 동양화가, 유현준 건축가, 가수 하림 등이 관객과 만난다. 5000원 참가비가 있는데도 매번 120석 좌석이 부족해 강연이 시작될 즈음이면 의자를 추가할 정도로 인기다. 신정애씨는 “대전에서도 매 회차를 놓치지 않고 참석하는 분이 있다”며 “서로 경쟁하듯 강의를 즐기고 있다”고 전했다. 김미경 구청장 역시 여유가 될 때면 꼬박 2시간을 함께한다.
이호철북콘서트홀은 공간 자체부터 남다르다. ‘문학관’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은 유일한 문학관인데다 독립된 건물이 아니라 주상복합 건물 한켠에 자리하고 있다. 작가와 문학에만 초점을 맞춘 다른 문학관과 달리 주민들 누구나 쉽게 발걸음하도록 열린 공간으로 꾸몄다. 교육이나 행사가 없는 날에는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고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눈다. 인근 불광동 주민 강병호(55)씨는 “중년 이상 성인들을 위한 문예 프로그램이 드문데 작은 공간에서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며 “쾌적한 공간을 방문객들이 간섭받지 않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평했다.
전시공간을 이동식으로 조성해 토요일이면 객석을 펼칠 수 있도록 했다. 아예 음악으로만 시민들과 만나는 날도 연간 6회 기획했다. 음악 속의 이미지, 명화 속의 음악을 매개로 음악사와 주요 작품을 소개하는 시간이다.
◆국내 유일 한옥 전문 박물관 = 이호철북콘서트홀과 함께 은평이 자랑하는 또다른 문화공간은 은평역사한옥박물관이다. 진관동 한옥마을 한쪽에 자리잡은 국내에 하나뿐인 한옥 전문 박물관이다. 인근에는 너나들이센터와 삼각산 금암미술관 등 한문화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야외공간 은평마당은 공공예식장으로 활용 중이다.
내년이면 국립한국문학관이 더해진다. 지난 2015년부터 노력해온 끝에 지난해 5월 착공식을 할 수 있었다. 총 686억원을 들여 진관동 175 일원에 연면적 1만4993㎡로 건립할 예정이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은평구는 산 6개와 천 2개에 둘러싸인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는데 주민과 문화예술 애호가들 사랑을 받는 공간을 꾸준히 더하고 있다”며 “은평구가 평화와 통일, 문화와 예술을 이야기하는 서울의 문화 거점으로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