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 끝자락에서 산책·족욕하며 행복충전

2025-04-07 13:00:12 게재

무수골 ‘녹색복지센터’서 산림 치유

5월이면 경기 연천군에 가족캠핑장

“80 평생에 이런 건 처음이에요. 너무 좋아. 이사오길 잘했어.” “나는 70 평생 처음이에요. 어떻게 이렇게 잘해주셔? 안왔으면 후회할 뻔했어요.”

서울 도봉구 도봉동 무수골. 도봉산 자락 중 끄트머리 무수천 옆에는 ‘무수골 녹색복지센터’가 있다. 지난달 말부터 치매에 걸린 가족을 돌보는 주민들을 초청해 ‘행복선물 무수골’ 과정을 진행 중이다.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고 봄맞이 산책을 한 뒤 약초족욕을 시작했는데 방학동 주민 황정자(81)씨가 탄성을 내뱉는다. 뒤질세라 함께 물 속 걷기를 하고 있던 이웃 주민이 이어받는다. 머리 위로는 봄볕이 쏟아지고 물 아래 바닥에 깔린 자갈과 종아리까지 참방이는 따뜻한 물이 피로를 풀어준다. 최근에 수술을 했다는 주민도, ‘뭔지도 모르고 아내따라 왔다’는 남성 노인도 행복선물을 만끽했다.

◆치매안심센터·양로원 연계해 행복선물 =

7일 도봉구에 따르면 구는 올해 6대 역점사업 중 하나로 ‘여유와 쉼이 있는 여가도시’를 추진한다. 일상에 지친 주민들이 자연 속에서 잠시 쉬어가며 충전할 수 있는 공간을 지역 곳곳에 조성해 체감 행복도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하반기에 문을 연 녹색복지센터가 선두에 있다. 대지 7334㎡에 연면적 827㎡ 규모로 조성해 건강측정실 편백체험실 심신이완실 오감치유실 식이치유실 등을 배치했다. 건강족욕 온열편백 차담 등 치유과정에는 개인적으로 참여할 수도 있지만 집단으로 초청하기도 한다.

오언석 도봉구청장이 공무원들과 함께 5월부터 운영 예정인 가족캠핑장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도봉구 제공

올해는 치매안심센터와 양로원을 통해 10명 안팎씩 집단치유를 체험하도록 기획했다. 김진희 산림치유지도사는 “돌봄 가족들은 자신만을 위한 휴식시간을 갖고 에너지를 충전해야 가족에게도 잘 전달할 수 있다”며 “경도인지장애 주민도 있어 쉼을 중심으로 과정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3년째 알츠하이머를 앓는 남편을 돌보고 있는 황씨가 행복선물을 받게 된 이유다.

단체 참가자들은 우선 서로의 상황부터 공유한다. 환자를 돌보는 어려움이나 짐을 나누지 않는 다른 가족에 대한 서운함을 토로하고 스스로를 위한 시간이 왜 필요한지 돌아보는 과정이다. 휴식정원 행복의뜰 편백나무길 등 야외에서는 꽃과 나무 내음을 맡고 바람과 주변 자연을 느끼며 느리게 빠르게 걷기를 한다. 다양한 풀꽃을 눈에 담은 시간도 있다.

옥상에 마련된 하늘정원에서는 눈을 감고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몸의 균형을 확인하고 한쪽으로 쏠린 어깨나 허리를 바로잡는 스트레칭이 이어진다. 약초족욕에 건강차 마시기, 나만의 향 찾기, 편백향과 온열 속에서 심신이완까지가 행복선물에 포함돼 있다. 과정을 시작하기 전과 후에는 건강측정을 하면서 실제 스트레스 해소나 몸의 균형 찾기 등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를 살핀다.

방학동 주민 김정자(59)씨는 “지난해에도 왔는데 전체 과정이 끝날 때는 모두 아쉬워했다”며 “6남매 중에서 혼자 친정어머니를 돌보고 있는데 내가 행복해야 더 잘 모실 수 있을 것 같아 다시 방문했다”고 말했다.

◆무수골~중랑천~서울돌레길 잇는 도봉둘레길 = 올해는 녹색복지센터에 더해 중랑천 황톳길과 초안산근린공원, 방학동 발바닥공원 황톳길을 거쳐 서울둘레길까지 연결되는 도봉둘레길이 완공된다. 총 21.3㎞에 달하는 순환산책로다. 통상적인 둘레길과 달리 다채로운 체험을 곁들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도봉에서 50분 거리에 위치한 경기도 연천군 군남면에는 가족캠핑장을 마련했다. 주민들은 5월부터 70% 할인가로 이용할 수 있다. 오두막 한옥 등 다양한 숙박공간에 생태습지 야외수영장 한옥카페 등 즐길거리도 여럿이다.

이밖에 창동 초안산 근린공원과 쌍문동 둘리공원에는 보행약자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무장애 숲길 산책로를 조성하고 도봉동 서울창포원에는 발물 놀이터와 바닥분수를 새로 설치한다.

오언석 도봉구청장은 “주민들이 친구 가족 연인과 함께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주민들 휴식과 여가를 위해 다양한 공간과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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