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심판원, 세월호 참사 ‘외력설’ 배제

2025-04-14 13:00:07 게재

선박결함으로 전복

인명피해는 선원 책임 커

청해진해운 등 항소

세월호참사 11주기를 앞두고 세월호 전복과 대규모 인명 피해 원인을 규명한 해양수산부 목포지방해양안전심판원(목포해심) 심판 내용이 공개돼 주목된다.

목포해심은 세월호가 잠수함충돌 등 외부 요인에 의해 침몰한 것으로 의심하는 ‘외력설’을 배제했다. 전체 승선자 476명 중 304명이 희생된 대규모 인명피해는 사고 발생 후 선원이 승객에 대해 적극적인 구호조치를 하지 않은 것을 주요 원인으로 적시했다.

2017년 인양된 세월호는 목포신항에 임시 거치돼 있다. 향후 전남 목포 고하도 신항만 배후부지에 건립될 ‘국립 세월호생명기억관’ (가칭)으로 옮길 예정이다. 사진 해양수산부 제공

◆누적된 안전불감증 = 목포해심 특별심판부는 사고 발생 10년 7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26일 ‘여객선 세월호 전복사건’을 재결·고지했다. 내일신문이 서삼석(더불어민주당, 전남 영암군무안군신안군)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목포해심원 재결서에 따르면 세월호 전복사건은 선사와 선원의 안전관리 소홀로 기준에 못 미치는 복원력을 가진 세월호가 과도한 양의 화물을 안전하지 못한 상태로 항해하던 중 변침 과정에서 조타기 이상 동작으로 과도하게 선회하면서 발생했다.

목포해심은 “이 사고의 진행 경과에 비추어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48분쯤부터 초기 1분간 타기는 조타기 2번 펌프의 솔레노이드 밸드 고착으로 인해 비정상적으로 작동됐다고 보는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내인설) 견해가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세월호는 여객 정원을 늘리기 위해 선체를 증·개축 하면서 무게 중심이 높아져 복원성이 낮아진 상태였다. 그러나 세월호는 ‘복원성계산서’에서 허용한 화물량인 1077톤보다 2배 많은 2214톤의 화물을 실었고, 평형수는 복원성에 필요한 1566톤의 절반인 800톤에 불과했다.

목포해심은 또 세월호 선체조사위가 검토한 ‘외부의 힘에 의한 선회 및 선체 경사 발생에 대하여’도 “선체 손상 부위 등에서 선회 등을 발생시킨 외력의 흔적이라고 단정할만한 흔적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세월호가 급격히 기울면서 20도 내외 경사부터 잘못 적재하고 고박한 화물이 이동했고,이는 선체가 50도 가량 기울어지는 원인 중 하나가 됐다.

기울어진 선체로 바닷물이 들어온 것은 규정에 맞지 않게 개방된 상태로 있었던 수밀문들이 가속했다. 오전 8시 49분 48초 즈음 선체가 좌현으로 43도 기울어진 상태에서 C갑판 좌현 외판에 있는 루버 통풍구를 통해 해수가 들어오기 시작했고, 이후 외판 배수구를 포함한 다른 개구부를 통해 바닷물이 계속 유입됐다.

해수유입은 계속돼 오전 9시 50분 즈음에는 A갑판 선수와 B갑판 객실 중앙부까지 침수돼 선체 기울기가 62.8도에 달했고, 이후 선박은 빠른 속도로 기울어 전복되고 침몰했다.

비상상황에서 즉시 수밀상태로 닫아야 하는 기관실과 보조기관실 사이 수밀문 2개는 늘 개방된 상태였고 사고 순간에도 방치했다. 수밀문이 설치된 개구부를 제외한 5개 개구부도 다수의 볼트와 너트 및 패킹으로 단단히 잠가두어야 하는 맨홀이었지만 항시 개방한 상태를 유지했다.

컴퓨터 모의실험에서 이들 수밀문과 맨홀들이 제대로 닫혔을 경우 초기 침수가 지연되고 이 선박의 선체가 65도로 기운 상태에서도 훨씬 오래 유지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승객안전 외면한 선사·선장 등 = 목포해심은 선장을 포함한 선원들은 선박이 기울고 침몰하는 상황에서 승객 안전을 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명시했다.

선사는 평소 8가지 비상상황을 정하고 선원에게 그에 따른 임무를 부여한 후 정해진 주기로 선장 기관사 등 이 교관이 돼 전 선원이 참여하는 비상대응훈련과 교육을 해야 한다. 하지만 세월호 선원들은 관행적으로 또는 훈련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비상대응훈련을 제대로 하지 않고 허위로 기록했고, 비상상황이 발생하자 이를 제대로 판단하거나 비상임무를 수행할 능력을 갖추지 못하는 상황이 초래됐다.

이날 오전 8시 51분 즈음 선박이 갑자기 기운 후 갑판부 선원들은 모두 선교로 집결했고, 선박이 침몰할 수 있는 위험에 처했음을 인지하고 해경에 구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자신들이 해경에 의해 구조될 때까지 여객 상태를 확인하거나 여객을 선내 객실에서 선외로 탈출시키거나 여객을 퇴선시키는 방법을 강구하지 않았다.

승객안전을 위한 조치를 아무 것도 취하지 않은 것은 B갑판 좌현 통로에 모인 기관부 선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목포해심은 “선장의 지휘·통재 부재, 1등 항해사를 비롯한 선임 항해사들의 참모 역할 부재 및 선사와 선원들의 전반적 비상대응 능력 부재와 미이행은, 비록 이 전복 사고가 발생한 직접 원인은 아니지만 250명의 학생을 포함한 총 304명의 승객이 희생되는 대규모 인명피해의 주요한 원인 중 하나라고 판단”했다.

한편, 목포해심에서 재결한 세월호참사 원인에 대해 청해진해운과 선장 항해사 등은 불복해 중앙해양안전심판원에 항소했다.

해심의 해양사고 심판은 2심제로 관할 지방해심이 조사와 심판을 거쳐 재결서를 낸 뒤 사고관련자가 이에 불복하면 중앙해심에서 2심 심판을한다. 하지만 중앙해심 재결에도 불복할 경우 고등법원으로 넘겨지고 대법원 판단까지도 구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중앙해심 관계자는 “세월호참사 관련 자료가 방대하고, 심리 등에 걸리는 시간이 상당해 첫 공판은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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