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센터 ‘친환경·자원순환’ 거점 변신

2025-04-16 13:00:46 게재

불황·경기침체, 중고물품 거래 활발

세련되고 깔끔한 전시장·제품 호평

교육·체험 공간도 …재생 문화 확산

“에어컨은 설치·이전 비용이 문제잖아요. 재활용센터에서 구입하면 20만원씩 들어가는 세척비가 무료이고 설치비도 거의 반값이면 해결됩니다.”

불황과 경기침체를 맞아 중고물품 거래가 활발해지는 가운데 서울시 재활용센터가 ‘짠테크’의 보물창고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짠테크란 요즘 젊은층 사이에 유행하는 말로 투자와 구매 보다 소비와 지출을 아끼는 방식의 재테크를 일컫는 단어다.

서울시 재활용센터가 친환경·자원순환 거점으로 변신하고 있다. 서울시 리앤업사이클링플라자 강동점 1층 전경. 사진 이제형

재활용센터는 한때 서민과 1인가구의 주거 동반자였다. 조금 낡고 덜 깨끗해도 기능에 문제 없는 가전들을 신상품 대비 최대 1/10 가격에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산품 가격이 싸지고 내구성이 강해지면서 굳이 남의 손을 탄 중고품을 사서 쓰지 않게 됐다.

문제는 1회용 단기 소비가 크게 늘어난 점이다. 지나치게 싼 제품들이 생산되다보니 고치거나 A/S를 받지 않고 한번 쓰고 버리는 물건이 많아졌다. 중고시장마저 얼어 붙으니 쓸 만한 물건들이 무더기로 내버려지면서 환경 문제로 이어졌다.

◆21곳 운영 중, 리모델링도 ‘속속’ = 서울시는 지난달 27일 성북리앤업사이클플라자 개관식을 가졌다. 기존 재활용센터 규모와 프로그램을 모두 확대해 새 건물을 지었다. 재활용물품 전시는 물론 교육장 체험장 전시관 등을 두루 갖췄다.

성북구에 이어 내년엔 노원구 재활용센터를 리모델링해 개관할 예정이다. 구형 재활용센터에서 시대 추세에 맞는 리앤업사이클플라자로 탈바꿈한 송파 강동 서대문에 이어 다섯번째 확장 개관이다. 한 자치구 청소행정 담당자는 “경기가 어려워 각종 사업이 축소·폐기되는 와중에 재활용센터는 되레 확장, 신축되고 있다”며 “고쳐서 다시 쓰는 재생 문화, 자원순환 구조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14일 방문한 강동구 리앤업사이클플라자는 재활용센터 변신의 모범사례로 꼽을만 했다. 오렌지색으로 통일된 매장 인테리어는 물론 새것처럼 깔끔하게 정돈된 물품들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특히 눈에 들어온 것은 제품마다 붙어 있는 가격표였다. 센터 운영을 총괄하는 김한석 리싸이클시티 강동점 본부장은 “과거 재활용센터는 제품에 가격을 표시하지 않고 부르는 게 값인 형태여서 소비자들 신뢰를 얻지 못했다”며 “이젠 모든 제품에 라벨과 정가를 표기한다”고 말했다. 당근마켓 중고나라 등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 밀리지 않냐는 질문에 “교차로 벼룩시장 등과 오랜 기간 경쟁해본 경험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의 특장점을 살리고 있다”며 “오히려 세척, 수리, 재포장 등 온라인 매장들이 할 수 없는 부분이 센터에선 해결되기 때문에 대형가전 중심으로 충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리앤업사이클플라자의 또다른 기능은 친환경·재생 문화 교육 공간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강동점을 비롯해 송파 서대문 등 모든 센터의 재생교육 프로그램은 신청 기간 공지와 함께 한 한기 강좌가 모두 마감된다. 강좌 내용을 살펴보면 조기 마감 이유가 확인된다. 자칫 강의 중심 진부한 교육일 거라는 예상과 달리 재활용 보드게임, 자원되살림 리더십, 플로깅 사진 잘 찍는 법 등 학생들 관심사에 맞게 설계돼 있다. 성인들 대상 체험강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성북구 관계자는 “중고물품 판매를 넘어 가정에서 간단히 가전제품을 수리해서 쓸 수 있는 강좌, 청바지 재활용품 제작 등은 다음 학기까지 대기자가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자원재활용 문화가 확산되려면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본부장은 “우리나라는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부품의 의무생산 기간이 7년밖에 되지 않아 중고물품 판매 후 A/S가 어렵고 이 문제가 중고거래 확산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EU(유럽연합)는 이 기간이 20년이라 중고거래에 장애가 없고 이로 인해 자원순환 문화가 폭넓게 자리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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