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역에 고향사랑기부금 몰렸다
산불피해지역 모금액 79억원 넘어
지자체에 직접 전달·신속 집행 장점
역대 최대규모 피해를 당한 경북 영덕 등 산불피해지역에 79억원의 고향사랑기부금이 몰렸다. 산불이 처음 발생한 3월 21일 이후 모금액만 73억원이다. 고향사랑기부제가 재난 지자체 지원 수단으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17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산불 피해지역인 8개 지자체의 16일 기준 고향사랑기부 모금액은 79억원을 넘어섰다. 경북 영덕군이 19억5000만원으로 가장 많은 금액을 모금했다. 경북 의성군과 안동시도 각각 18억5000만원과 13억5000만원을 모금했다. 다른 피해지역도 지난해 1년 모금액을 넘어서거나 비슷한 액수를 모금했다. 경북 청송군이 5억4000만원, 경남 산청군 5억3000만원, 경북 영양군 4억6000만원, 경남 하동군 3억2000만원, 울산 울주군 3억원을 모금했다.
이처럼 재난 지역에 기부금이 몰리는 것은 지정기부 제도 때문이다. 지난달 산불이 발생한 뒤 영덕군과 의성군이 민간플랫폼 위기브를 통해 지정기부를 시작했고, 영양군도 가세했다. 이후 행안부도 고향사랑e음에 산불피해 지정기부 창구를 별도로 설치했다. 지정기부는 모금액이 실시간으로 공개된다는 것이 일반 기부와 다른 점이다. 기부자들이 실시간으로 모금 현황을 확인할 수 있어 지자체가 정한 목표액 달성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특별재난지역에 낸 고향사랑기부금에 대한 세액공제율이 상향된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현재 고향사랑기부금에 대해 10만원까지는 전액, 10만원 초과분은 16.5%(국세 15%, 지방세 1.5%)를 공제받는다. 하지만 앞으로는 특별재난지역에 대해서는 10만원 초과 기부금에 대한 세액공제율이 기존의 2배인 33%로 높아진다. 이는 이번 산불 피해지역 기부에도 소급 적용된다. 30% 상당의 답례품까지 고려하면 높아진 공제율이 적용될 경우 20만원까지는 전액 공제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처럼 산불 피해지역에 대한 고향사랑기부가 집중되면서 이 제도가 재난 피해 복구의 유력한 기부 창구로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전통적인 기부 창구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대한적십자사 재해구호협회 등에 이어 고향사랑기부제도가 또 하나의 창구가 됐다는 의미다. 이미 지난해 12월 제주항공여객기참사 당시 전남 무안군에 고향사랑기부가 집중됐다.
기부금 전달 과정이 간단명료하다는 것도 고향사랑기부의 장점이다. 다른 모금방식은 모금 기관에서 실제 피해 지역에까지 전달 과정이 복잡하고 기간도 오래 걸리지만, 고향사랑기부는 지자체가 직접 모금하고 바로 집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부자의 효능감이 그만큼 높아지는 셈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특별재난지역에 대한 상향된 세액공제율은 재난지역 선포 후 3개월까지 적용된다”며 “지자체가 기부금을 시급한 곳에 신속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산불피해에 대한 국민성금은 단일 재난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대한적십자사 재해구호협회 등을 통해 국민들이 낸 성금은 16일 기준 1373억원을 넘어섰다. 모금기관별로 보면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527억3000만원, 전국재해구호협회가 411억7000만원, 대한적십자사가 381억원을 각각 모금했다. 다른 모금기관을 통해서도 53억1000만원이 모금됐다.
지난 2022년 경북·강원 동해안 산불 때 830억원을 모금했고, 2014년 세월호참사 때는 1290억원을 모금했다. 세월호참사 성금은 2018년 8월까지 약 4년간 모금한 액수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