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현지통화 국채, 달러국채보다 인기

2025-04-21 13:00:17 게재

미국예외주의 시들

투자자들 매입러시

신흥국 현지통화 국채가 달러표시 국채를 능가하고 있다. 미국채보다 낮은 수익률을 제시해도 인기를 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20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신흥국 현지통화 국채는 달러표시 국채 대비 2022년 이후 최고의 성적을 냈다. 블룸버그는 “글로벌 무역전쟁이 개발도상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부추기는 한편,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인플레이션이 잠잠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게 주요 이유”라고 짚었다. 반면 달러표시 국채는 미국 트럼프정부의 관세전쟁이 달러가치를 압박하면서 저조한 성과를 냈다.

영국 리서치기업 ‘글로벌데이터 TS 롬바드’의 신흥국 거시전략 이사인 존 해리슨은 “달러약세, 신흥국 중앙은행들의 금리인하 여지 등을 고려하면 달러표시 국채보다 현지통화 국채를 강력히 선호한다”며 “미국 경제둔화, 나아가 침체 가능성이 점점 커지면서 글로벌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따라서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동기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신흥국 국채지수에 따르면, 현지통화 국채는 올해 들어 3.2% 상승했다. 반면 달러표시 국채는 0.7% 상승하는 데 그쳤다. 그리고 현지통화 국채의 평균 금리는 4.03%로 하락했다. 반면 달러표시 국채는 7.1%, 미국채는 4.12%였다.

자산운용사 ‘로베코’의 싱가포르법인 아시아국채전략가인 필립 맥니콜라스는 “미국채와 미국 경제정책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달러 매력이 감소했다. 투자자들이 더 높은 기간프리미엄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간프리미엄은 채권투자자들이 위험을 떠안는 것에 대해 요구하는 보상의 성격을 띤다.

블룸버그 달러 현물지수는 이달 들어 약 4% 하락했다. 올해 1월부터 4개월 연속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의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 마이크 리델은 “달러는 여전히 매우 비싸 보인다. 달러의 높은 밸류에이션이 하락하면 향후 수년 동안 신흥국들에게 순풍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달러 전망이 악화하면서 신흥국들은 달러표시 국채를 발행하는 데 주저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재까지 중국을 제외한 신흥국들의 달러표시 국채 발행량은 51억달러 규모다. 전년 동기 대비 36% 감소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7일 리서치노트에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신흥국 현지통화 국채가 달러표시 국채를 지속적으로 압도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예상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김은광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