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 신안산선 붕괴 사고 원인 ‘공기 단축’ 의심
“지반 불량” 감사원 지적에 시공사 4년 미뤄
국토부와 협의 거쳐 다시 28개월 앞당기기로
지난 11일 붕괴 사고가 발생한 경기 광명시 신안산선 지하터널 제5-2공구의 공정이 다른 공구들에 비해 최대 30%p 이상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와 협의 뒤 공사 기한을 앞당기는 과정에서 공사가 무리하게 진행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신안산선 사업 시행자인 넥스트레인에 따르면 신안산선 복선전철 민간 투자사업(서울 여의도~경기 안산·시흥시, 44.7km)은 공사 현장을 6개 공구로 나눠 2019년부터 시행 중이다.
지난달 28일 기준 5-2공구의 공정률은 58.32%다. 같은 기간 진척이 가장 빠른 서화성과 원시 구간을 잇는 6공구의 공정률이 88.85%였던 것과 비교하면 30%p 이상 낮다. 그 다음으로 공사 속도가 빠른 한양대 에리카캠퍼스와 중앙역 등을 연결하는 1-1공구(83.73%)와 비교해도 25.41%p가 낮다.
5-2공구는 길이 2.338㎞로 전체 구간 중 가장 짧지만, 시흥과 안산 구간으로 갈라지는 Y자 분기점이 위치한 핵심 구간이다. 이곳이 완공되지 않으면 시흥과 안산 두 구간 모두 서울과 직접 연결이 불가능하다.
5-2공구보다 공사 진행이 더딘 곳은 서울 구로구와 금천구 등을 지나는 3공구로, 공정률은 각각 3-1공구 54.25%, 3-2공구 54.43%다. 통상 도심 구간은 상대적으로 용지 보상이 어려운데다 공사 중 발생하는 소음과 분진 등에 대한 민원 소지가 크고 이에 따른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외곽지역에 비해 공사 진행이 더딘 편이다.
특히 5공구의 경우 2023년 1월 감사원 감사에서 암반이 부스러지는 등 일부 단층 파쇄대가 존재해 지반 상태가 ‘매우 불량’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특수 설계와 공법을 적용해야 했기 때문에 공사 속도가 더욱 더뎠을 것으로 추정된다.
심지어 넥스트레인은 올해 초 개통 시기 연장을 논의하면서 2025년 4월에서 2029년 4월로 48개월 늦출 것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시행사와의 합의를 거쳐 전 구간 개통 시기를 2026년 12월로 수정해 공시했다.
그동안 신안산선은 개통 시기 연기로 논란을 빚어왔다. 이에 지역 여론이 악화되고 일부 정치인이 정상 개통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일각에선 공시된 시점이 당초 시행사의 요청보다 28개월이나 빨라진 점을 들어 다소 무리한 일정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 공정률이 낮은 구간의 공사가 조급하게 이뤄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5-2공구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하기 전 지하터널에서 다수의 균열이 발견됐을 당시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는 작업을 중단하고 국토교통부와 함께 원인분석 및 안전진단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시공사 등은 수시간 만에 진단 절차를 마친 뒤 붕괴 우려가 있는 기둥에 대한 보강공사를 결정했다. 이어 오후 2시 30분쯤 H빔을 지하터널 하부로 내리기 시작했고, 그로부터 40여분 뒤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앞서 경기남부경찰청은 실종자 수습이 종료된 직후 형사기동대장을 팀장으로 61명 규모 ‘광명 신안산선 터널 붕괴사고 수사전담팀’을 편성했다. 수사전담팀은 사고 당일 진행된 보강공사가 적절했는지, 안전진단이 제대로 이뤄진 이후였는지 등 붕괴 과정 전반을 살펴 사고 원인을 밝혀낸다는 계획이다.
특히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위반사항이 발견될 경우 관련자를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입건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지난 11일 오후 3시 13분쯤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복선전철 제5-2공구에서 포스코이앤씨가 시공 중인 지하터널 공사 현장과 상부 도로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1명이 숨지고, 하청업체 굴착기 기사 1명이 크게 다쳤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