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경선 진행중인데…시선은 한덕수 대행으로

2025-04-21 13:00:17 게재

한 대행, 출마 여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인터뷰

대선후보들 자주 찾는 명성교회 부활절 예배도 참석

‘무소속 출마→후보 단일화 구상’ 여전히 살아 있어

김문수 “누구라도 이재명 꺾는다면 힘 모아야 한다”

국민의힘이 19~20일 대선 경선 후보자 토론회를 진행하며 21대 대선을 향한 본격 레이스를 시작했지만 세간의 관심은 ‘장외’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게로 쏠리는 분위기다. 여권 후보들 중 지지율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한 대행이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대선 출마 가능성’에 무게를 둔 답변을 내놓으면서 국민의힘 경선 주자들은 들러리가 돼 버린 듯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한 대행의 행보에 대해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21일 “기존 발언과 달리 이번 한 대행의 외신 인터뷰 내용은 출마를 하겠다는 의미로 느껴진다”면서 “현재 한 대행은 불감청 고소원(먼저 나서지는 못하지만 내심 원하고 있다는 의미)의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활절 예배 참석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0일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에서 열린 부활절 연합예배에 참석해 기도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목사, 한 권한대행, 숭실사이버대 조성기 이사장, 대전신학대학교 안주훈 총장. 연합뉴스

한 대행은 20일 공개된 영국 파이낸셜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not yet)”면서 “노코멘트(No comment)”라고 답했다.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출마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고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고 전해진 이후 출마 가능성을 조금 더 열어놓은 듯한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여지가 열려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고, 실제로 진짜 아직 결정을 못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면서 “출마하지 않겠다는 말이 아직 없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열려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의힘 경선이 진행 중인데도 한 대행에게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에 대해 이 관계자는 “한 대행의 출마 여부가 국민적인 관심사이고 큰 이슈”라면서 “대선판 전체에서도 큰 지각변동을 가져올 수 있는 중요한 변수 중 하나이기 때문에 그 얘기가 사그러들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행은 현재 진행 중인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다음 달 4일까지 공직에서 물러나면 무소속 후보로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 여권에서는 여전히 ‘한 대행 무소속 출마→여권 후보 단일화’ 구상을 접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 대행 역시 출마론의 불씨를 살려나가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 대행은 외신 인터뷰에서 선출되지 않은 총리로서 대통령 권한대행을 수행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묻는 질문에 “나의 권한은 헌법과 관련 법률에서 비롯되며 권한대행과 선출된 대통령 간에 수행할 수 있는 업무에 차이가 없다”고 답했다. 앞서 한 대행이 대통령 몫인 헌법재판관 후보 2명을 지명해 위헌 논란이 벌어진 것과 관련해 자신의 ‘소신’을 피력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헌법재판소의 가처분 인용으로 보수 성향 헌법재판관 지명에 제동이 걸리기는 했지만 한 대행의 전격적인 재판관 지명은 한 대행을 보수 진영 대권 주자로 부상시키는 데 한몫한 것은 사실이다.

한 대행은 이날 부활절을 맞아 대선 후보들이 자주 찾는 서울 명성교회를 방문해 주목받았다. 이 교회는 대선후보들이 자주 방문하는 곳으로, 지난 2002년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시절, 2017년에는 당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후보가 방문한 바 있다. 지난 6일에는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대선 경선 후보가, 13일에는 국민의힘 나경원 대선 경선 후보가 이 교회를 찾았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한 대행이 여권 주자들 가운데 1위권에 오르며 출마 기대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18일 한국갤럽이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15~17일 진행,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한 결과 한 대행에 대한 지지율은 국민의힘 김문수·홍준표 대선 경선 후보와 같은 7%로 집계됐다. 한 대행의 지지율은 직전 주 같은 조사보다 5%p 올랐다.

20일 노컷뉴스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18~19일 진행,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에 따르면 한 대행은 10.6%로 여권 주자 중에서 1위를 차지했다. 다음으로는 홍준표 후보(9.0%), 김문수 후보(8.2%), 한동훈 후보(8.1%) 순이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편 한 대행의 출마론에 대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는 20일 “요즘 좀 잠잠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되고 있다”며 “한덕수가 아니라 김덕수 등 누구라도 이재명을 꺾는다면 힘을 모아야 한다”며 한 대행과의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홍준표 후보는 “한 대행의 대선 출마 여부가 언론에 쟁점이 되는 것이 우리로서 나쁜 게 아니다”라며 “경선이 밋밋하게 돌아가는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국민적 흥미를 자아내니 나쁜 뉴스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반면 나경원 후보는 “한 대행의 행보가 조금 아쉽다. 한마디로 당당하지 않은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많은 국민이 한 대행을 지지하는 마음이 표현되고 있는데 한 대행이 좀 더 당당해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지적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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