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이너서클 균열 본격화
기밀 유출·관세 갈등·연준 해임 논란까지 … 미 언론들 백악관내 암투 집중 보도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폴리티코(Politico) 등 미국 주요 언론들은 최근 잇따른 내부 분열을 집중 보도했다.
논란의 시작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다. 그는 예멘 후티 반군을 겨냥한 미국의 공습 작전 관련 정보를 배우자와 형제, 개인 변호사 등이 포함된 시그널 채팅방에 공유했다.
NYT는 20일(현지시간), WSJ는 그보다 앞서 해당 사실을 보도하며 군사작전 일정과 세부 정보가 유출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채팅방은 헤그세스의 인사청문회 전략을 위한 공간이었지만 기밀성 높은 정보가 오간 사실이 확인되며 민주당은 즉각 사임을 요구했다.
백악관은 일단 헤그세스를 옹호하는 입장을 고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절대적으로 신뢰한다”고 밝혔고, 백악관 대변인 애나 켈리는 “기밀은 유출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반면 국방부 내부는 크게 흔들리고 있다. 최근 사임한 존 울리엇 국방부 대변인은 폴리티코에 “펜타곤은 기능 마비 상태”라며 대규모 해임과 정보 유출, 내부 음해가 반복되고 있다고 폭로했다.
갈등은 인사 문제로도 확장됐다. 정부효율부(DOGE) 수장 일론 머스크가 추천한 게리 셰플리가 국세청장으로 임명됐지만, 재무부 장관 스콧 베선트가 반발하면서 임명은 단 3일 만에 철회됐다. 베선트는 셰플리 인사에 사전 논의조차 없었다며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고, 결과적으로 마이클 폴켄더가 새로운 국세청장 대행으로 임명됐다고 18일 재무부가 밝혔다.
경제 정책에서도 내부 충돌이 불거졌다.
WSJ에 따르면 지난 4월 9일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인 피터 나바로가 자리를 비운 사이 베선트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트럼프를 만나 관세 유예를 제안했고, 대통령은 이에 동의하며 곧바로 발표했다. 이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조치였지만 나바로는 자신도 모르게 진행된 해당 결정에 대해 “등 뒤의 정치”였다고 반발했다. 머스크는 자신의 SNS에서 나바로를 “바보”라고 공개 비난했다.
가장 민감한 갈등은 연준(Federal Reserve) 의장 제롬 파월의 해임 논의다. WSJ는 트럼프가 수개월 전부터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와 해임 가능성을 검토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파월이 “정치적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원하면 즉시 해임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베선트 장관은 연준의 독립성을 “보석 상자”에 비유하며 해임은 시장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백악관은 파월의 임기 종료 6개월 전인 9월부터 차기 후보군을 인터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기밀 유출, 정책 충돌, 인사 갈등까지 이너서클 내부의 은밀한 권력 게임이 외부로 노출되기 시작했다. 백악관과 국방부, 재무부, 무역팀 사이의 보이지 않던 균열은 점점 더 깊어지고 있으며,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 능력에 대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
트럼프의 ‘단결된 정부’가 혼란을 수습할 수 있을지 아니면 단결 자체가 허상이었는지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는 중이다.
양현승기자 hsyang@naeil.com